신진서, 기다리던 국제대회 첫 우승
드디어 바둑팬들이 기다리던 신진서 9단의 국제대회 첫우승이 실현됐다.
6월 23일 일본 도쿄에서 진행된 제31회 TV바둑아시아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우리나라 대표로 출전한 신진서 9단이 중국 대표로 출전한 딩하오 6단에게 276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두고 우승을 차지했다.
TV바둑아시아선수권대회는 메이저 세계바둑대회라고 하기에는 참가인원이나 상금 규모 등에서 많이 미흡하다. 한국, 일본, 중국의 방송국 속기대회 우승, 준우승자들만 참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바둑대회 우승은 결국, 이 3개국이 돌아가면서 차지했던 현실을 감안하면 메이저 세계대회는 아닐지라도 미니급 세계바둑대회로는 인정받고 있다. 또한 TV바둑아시아선수권대회는 1989년에 시작해서 지금까지 매년 꾸준히 개최되고 있어서 가장 역사 깊은 세계대회로도 인정 받고 있다. (*응씨배는 1988년에 시작했지만 4년에 한번씩만 열려서 이제 8회까지만 진행됐기 때문에 보통 열외로 논한다)
이번 신진서 9단의 우승은 참가 자체부터가 기적적이었다. 대회 규정상 참가자격은 이 대회의 전년도 우승자와 각국의 TV 속기 기전 우승, 준우승자 등 총 7명에게만 주어진다. 그런데, 신진서 9단은 KBS바둑왕전에서 4강에 그쳤는데 준우승자인 박정환9단이 곧 있을 춘란배 결승에 집중하기 위해서 참가를 고사한 덕분에 기회가 온 것이기 때문이다.
▲ 제31회 TV바둑아시아선수권대회 결승전은 2000년생 동갑내기 라이벌 대결로 진행됐다. 왼쪽은 중국의 딩하오 6단, 오른쪽이 신진서 9단.
신진서 9단은 운좋게 찾아온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대회 참가 전까지 13연승을 기록 중으로 컨디션이 좋았던 신진서 9단은 본선 1회전에서 중국의 쉬자양8단, 2회전에서 한국의 라이벌 신민준 9단을 물리친 데 이어 결승에서 딩하오 6단을 물리친 것이다.
딩하오 6단은 중국 랭킹 25위에 불과하지만 올해 CC-TV배에서 우승을 차지한 2000년생 강자. 신진서 9단과는 동갑이다. 결승전 내용은 동갑내기 라이벌 대결답게 처음부터 끝까지 치열한 전투로 일관됐다. 초반의 상변 전투에서는 신진서 9단이 유리하게 진행되는 듯 했으나 단수 하나의 교환을 하지 않은 까닭에 불리해졌다. 그 장면에서 이번에는 딩하오 6단이 과욕을 부려서 다시 미세해진 상황.이어 중반의 우변 전투에서는 딩하오 6단의 기막히게 멋진 사석작전이 등장하면서 흑이 크게 우세해진 장면. 그러자 이번에는 신진서 9단의 승부수가 등장했다.하변 흑이 세칸 벌린 가운데에 쳐들어가면서 마지막 전투가 벌어졌는데, 여기에서 딩하오 6단이 실수하면서 미세하게 재역전을 시켰다. 바둑은 불계로 끝났지만 한집 끝내기도 남지 않은 상황으로 계가했다면 신진서 9단의 1집반 승리였다.
▲ 신진서 9단은 이번 대회에서만 3승을 보태서 16연승을 기록 중이다. 역대 개인 최다연승인 18연승까지는 이제 2승이 남아 있다.
신진서 9단은 2017년 4회 글로비스배 세계바둑 U-20에서 우승한 적 있지만, 이 대회는 20세 이하의 어린 기사들만 참가할 수 있는 주니어 기전. 그런 의미에서 이번 TV바둑아시아선수권대회 우승은 매우 의미가 크다. 국내 랭킹 1위이고 비공식이지만 Go Ratings에서도 세계 랭킹 1위를 오랜 기간 지키고 있는데 세계대회 우승이 없었기 때문이다. 비록 미니 기전이어도 한번 우승을 하기 시작하면 연속으로 우승을 하는 것이 기존 세계 1인자들의 기록들이다. 따라서 이미 8강에 진출해 있는 LG배를 비롯해서, 삼성화재배, 몽백합배 등 올해 있을 다른 세계바둑대회에서의 추가 우승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고 하겠다.
29회 나현 9단, 30회 김지석 9단에 이어 이번 31회 신진서 9단 우승으로 우리나라는 대회 3연패를 이뤘고, 총 우승 횟수는 한국 13회, 일본, 10회, 중국 8회가 됐다. 이 대회의 우승상금은 250만엔 (약 2,700만원), 준우승상금은 50만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