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환·최정, 우리가 세계바둑 최강 페어팀
8월 20일 일본 도쿄 시부야 셀룰리안타워에서 열린 2019 세계페어바둑최강위전 최강위결정전에서 타이틀 홀더인 박정환·최정 팀이 본전 우승팀인 신진서·오유진 팀의 도전을 물리치고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세계페어바둑최강위전은 일본페어바둑협회가 세계페어바둑협회, 일본기원과 함께 공동 주최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페어바둑대회이다. 우리나라는 (재)한국기원이 프로 기전 관련한 모든 대회를 주관, 주최하고 있지만 일본은 다르다. 일본기원 이외에 관서기원이 별도로 있는 것 외에도 일본페어바둑협회가 별도로 설립되어 있고, 관련 대회는 그쪽에서 주관한다. 물론 일본기원과는 좋은 관계로 같이 협력해서 대회를 진행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페어바둑대회라고 하면 그저 이벤트로 여겨서 대회 규모가 비교적 작은 편이지만, 세계페어최강위전의 우승 상금은 무려 1천만엔(한화 약 1억 1천5백만원)이나 된다. 지난 14,15일 중국에서 개최한 세계바둑정상대결의 우승상금이 30만위안(약 5,100만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대회 규모가 그 두 배 이상이다.
대회 기간도 세계바둑정상대결과 마찬가지로 이틀에 걸쳐서 치르는 속기전이다. 다만 진행 방식은 약간의 차이가 있다. 세계바둑정상대결은 8강 토너먼트로 진행해서 결승전을 통해 우승자를 가리지만, 세계페어바둑최강위전은 우승자를 우대하는 일본 기전의 형태와 같이 본선에서 도전자를 결정한 뒤에 전년도 우승자에게 도전해서 최종 우승자를 결정하는 형식이다.
따라서 대회는 8팀이 참가하는 본선 토너먼트로 도전자를 가리고, 그 도전자 팀과 전년도 우승팀이 최강위결정전의 결승전을 치르는 형식을 치른다. 최강위결정전에서 진 팀에게도 상금이 700만엔(한화 약 8천만원)이나 지급된다.
▲ 한국 랭킹 2위 박정환 9단과 한국 여자 랭킹 1위 최정 9단은 3년 연속 팀을 이뤄서 출전했다. 2017년에는 본선 결승에서 패했고, 2018년에는 커제·위즈잉 팀을 이기고 우승했다.
올해 참가한 우리나라 팀은 박정환·최정 팀과 신진서·오유진 팀이다. 남녀 1,2위가 크로스로 한 팀인데, 형·언니가 같은 팀이고 동생들이 같은 팀이다. 이 중 박정환·최정 팀은 전년도 우승팀으로서 도전을 받는 입장, 따라서 본선에 참가한 한국 팀은 신진서·오유진 팀이 유일하다.
신진서·오유진 팀은 작년에도 참가해서 1회전 탈락을 했었는데, 올해는 1회전에서 대만의 왕위안쥔·위리쥔 팀에 이기고, 2회전에서는 중국의 미위팅·위즈잉 팀에게 이기고 본선 결승에 올랐다. 본선 결승에서는 중국의 부부기사인 창하오·장쉬안 팀에 이기고 본선 토너먼트에 우승, 도전권을 따냈다.
▲ 한국 랭킹 1위 신진서 9단과 한국 여자 랭킹 2위 오유진 6단은 환상의 호흡을 보이며 본선에서 상대 팀들에게 완승을 거두고 도전권을 획득했다.
결국 최종 최강위결정전은 한국 팀끼리의 대결이 됐다. 신진서 9단은 현재 한국 랭킹 1위이지만 박정환 9단에게만큼은 절대 약세를 보여서 4승 13패이다. 또한 여자 랭킹 2위 오유진 6단은 여자 랭킹 1위 최정 9단에게 2승 17패로 더욱 약세이다.
랭킹 1,2위 선수들의 상대 전적이라고 보기에는 차이가 너무 커서 실력 이외에 심리적 요인도 크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그렇다면 ‘페어를 이뤄서 팀으로 대결을 하면 어떤 결과일까?’가 바둑팬들의 관심거리였다. 바둑 내용은 초반에는 신진서·오유진 팀이 앞서 나갔지만 중반 실수로 역전을 당한 뒤에는 기회가 없었다. 재역전을 위해 많은 변화를 모색했지만, 강수 일변도의 최정 9단과는 달리, 변화를 차단하는 박정환 9단의 노련함이 돋보여서 박정환·최정 팀이 그대로 승리까지 골인했다.
▲ 우리나라 선수들끼리 일본 도쿄 한복판에서 치르는 결승전 풍경은 보기만 해도 바둑팬들을 즐겁게 한다.
박정환·최정 팀은 대회 2연패를 통해 우승 상금을 획득한 것 이외에도 내년에도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해서 도전을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