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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 곰소소금, 서귀포 칠십리 꺾고 네 번째 7승 팀으로 합류

등록일 2020.08.14

8월 14일(금요일) 오후 6시 30분, 홍익동 한국기원 지하1층 바둑TV 스튜디오에서 리그 6위 부안 곰소소금(김효정 감독)과 8위 서귀포 칠십리(이지현 감독)의 13라운드 2경기가 이어졌다.

7승 팀 셋, 6승 팀 넷이 뒤엉켜 혼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순위는 별 의미가 없다. 하루 전 13라운드 1경기를 치러 14라운드 통합경기만을 남겨둔 두 팀(보령 머드, 여수 거북선)도, 유일하게 9승의 가능성을 가진 <인천 EDGC>도, 어쨌든 이겨놓고 다른 팀의 성적을 봐야 하는 나머지 6승 팀(서울 부광약품, 부안 곰소소금, 삼척 해상케이블카, 포항 포스코케미칼)도, 심지어 가장 먼저 포스트시즌 진출 경쟁에서 탈락한 <서귀포 칠십리>에게도 순위는 실속 없는 계급장에 불과하다. 모든 팀의 목표는 하나. 오직 이겨야 한다.

상대전적으로 본 대진오더는 <부안 곰소소금> 약간 우세. 1, 2, 3지명이 순서대로 정면충돌한 이 경기는, 오유진(부안 곰소소금 1지명, 8승 4패)과 오정아(서귀포 칠십리 1지명, 6승 6패)의 제1국에서 오유진이 12승 6패로 우위를 보이고 있을 뿐 허서현(부안 곰소소금 2지명, 7승 5패)과 박지연(서귀포 칠십리 2지명, 7승 5패)의 제2국도 이유진(부안 곰소소금 3지명, 2승 6패)과 김수진(서귀포 칠십리 4지명, 4승 4패)의 제3국도 모두 상대전적 1승 1패로 호각이다. 다시 말해서 이 경기는 선수들의 기량, 상대전적보다 대국에 임했을 때 누구의 컨디션이 더 좋은가로 판가름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또 그런 의미라면 오히려 포스트시즌 진출의 욕망과 거리가 멀어진 <서귀포 칠십리>의 승리에 무게를 둘 수도 있다. 자의 반, 타의 반 <서귀포 칠십리>의 선수들은 ‘반전무인’의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민희 심판위원의 신호에 맞춰 제1, 2국이 시작되고 바둑TV 해설도 시작됐다. 생방송 진행은 배윤진 캐스터, 백홍석 해설위원.

6시 30분에 시작한 제1, 2국 중 속기로 진행된 허서현(흑)과 박지연의(백)의 제2국이 평소보다 늦은 9시를 훌쩍, 넘겨 끝났다. 그만큼 치열했다는 얘기. 대국내용은 종반 초입까지 팽팽하게 어울리다가 <부안 곰소소금> 허서현이 먼저 우위를 점했다. 중앙 백의 두터움을 적절하게 견제하고 좌상 쪽 흑 넉 점을 버리면서 하변을 크게 차지하는 전술로 확실하게 앞섰다. 문제는, 미세하나마 흑이 앞선 종반 끝내기에 이어진 실수. 허서현이 선수할 수 있었던 좌변을 박지연이 선제하면서 차이가 좁혀졌고 좌하귀, 하변의 끝내기도 백이 선수하면서 극미한 형세가 됐다. 중앙과 하변의 경계에서 백이 찔렀을 때 바꿔치기로 중앙 백 집을 무너뜨릴 기회를 놓친 것도 아쉬웠다. 끝내기만 남겨진 종반, 좌하귀 쪽에서 먼저 찝을 수 있는 곳을 놓친 게 마지막 패착. 상변 흑은 차단되더라도 가일수하지 않고 양패로 살아있는 형태였다. 279수 끝 백 반집승.

제2국이 끝났을 때 제1국의 상황이 심상치 않았다. 상대전적 12승 6패로 앞선 데다 큰 승부 경험도 많은 <부안 곰소소금> 오유진(백)이 우세하리라는 예상과 달리 패색이 짙은 형세였다. 흑의 실리, 백의 세력으로 갈라진 구도. 상변과 좌변 쪽에 두터움을 쌓은 백이 중앙 흑 일단 공격에 실패하면서 실리의 격차가 커졌고 평범한 끝내기 절차를 밟게 되면 흑의 승리가 유력한 장면에서 오유진의 승부수가 나왔다. 중앙 흑 대마를 절단하는 패. 흑의 자체팻감이 많아 백이 도저히 이길 수 없는 패였는데 승부를 서두른 오정아가 백의 하변 팻감을 외면하고 패를 해소하는 순간 단숨에 형세가 뒤집혔다. 중앙 백이 크게 살아버린 결과는 오정아의 계산에 없는 그림이었다. 결국, 흑은 다 잡은 대어를 눈앞에서 놓친 처지가 됐고 오정아의 착각으로 20집이 넘는 하변 흑 일단을 대가없이 삼킨 오유진이 대역전승을 거두었다. 240수 백 불계승.

이 경기의 전체적인 흐름을 보면 제2국에서 <서귀포 칠십리>의 박지연이 반집승을 거두면서 승부의 저울추가 <서귀포 칠십리> 쪽으로 기울었다가 제1국의 반전으로 다시 요동을 치면서 <부안 곰소소금> 쪽으로 돌아간 결과가 됐다. 제1국에서 에이스 오유진이 대역전승을 거둘 때, 이번에는 제3국에서 <부안 곰소소금>의 이유진이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이유진은 초반에 점한 우위를 종반까지 잘 지켜냈는데 비세를 의식한 <서귀포 칠십리>의 김수진이 대마의 안전을 살피지 않고 끈질기게 따라붙자 정확한 수순을 밟아 우하방면 흑 대마를 포획해 승부를 마무리했다. 팀을 7승 고지에 올려놓는 천금의 승리였다. 216수 끝 백 불계승.

전반기에 연전연패하면서 하위권으로 추락했던 <부안 곰소소금>은 후반기 들어 연전연승, 순위를 끌어올렸고 이 경기에서 드디어 네 번째 7승 팀(4위)으로 합류하며 포스트시즌 진출은 물론, 마지막까지 우승의 희망을 품게 됐다.

2020 여자바둑리그는 8개 팀이 더블리그(14라운드) 총 56경기, 168국으로 3판 다승제(장고 1국, 속기 2국)로 겨루며 두 차례의 통합라운드를 실시한다. 9월에 열리는 포스트시즌을 통해 정규리그 상위 4개팀이 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챔피언결정전으로 열리는 스텝래더 방식으로 여섯 번째 우승팀을 가려내는데 단판으로 열렸던 준플레이오프는 2경기로 늘렸다. 3위 팀은 1경기 승리 또는 무승부일 때, 4위 팀은 2경기 모두 승리해야만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을 수 있다.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은 전년과 동일한 3경기로 열린다. 바둑TV를 통해 매주 월~목요일 오전 10시에 중계됐던 여자바둑리그는 이번 시즌부터 목~일요일 오후 6시 30분으로 옮겨 더 많은 팬들의 관심을 받게 됐다.

2020 한국여자바둑리그의 상금은 각 순위별 500만원 인상해 우승팀에게는 5500만원이, 준우승 3500만원, 3위 2,500만원, 4위 1,500만원이 주어진다. 우승상금과 별도로 책정되는 대국료는 전년과 동일한 승자 100만원, 패자 30만원이다.

▲ 제1국(장고대국)은 <부안 곰소소금> 1지명 오유진과 <서귀포 칠십리> 1지명 오정아가 맞붙었다. 상대전적은 오유진 기준 12승 6패.


▲ 제2국은 <서귀포 칠십리>에서 가장 좋은 2지명 박지연과 <부안 곰소소금> 2지명 허서현의 대결. 상대전적은 1승 1패 호각.


▲ 8시 30분에 이어진 제3국. <서귀포 칠십리> 4지명 김수진(흑)과 <부안 곰소소금> 3지명 이유진의 격돌. 상대전적은 1승 1패로 팽팽한데..


▲ 보통 제3국이 시작되기 전후(8시 30분)에 끝나던 제2국이 9시를 훌쩍, 넘겨 박지연의 승리로 끝났다. 긴장과 부담이 컸던 승부, 관록의 반집승이다.


▲ 제2국 종반 초입, <부안 곰소소금> 허서현이 승기를 잡았고 승리의 기회도 더 많았으나 끝내기에서 조금씩 따라잡혀 역전패했다. 끝내기에서 좌하귀 쪽 백의 형태를 먼저 찝었더라면..


▲ 명불허전, '종반의 여왕' 오유진(백). 중앙공격 실패로 실리의 격차가 커졌고 그대로 마무리하면 패배가 확실한 상황. 중앙 흑 대마를 절단하는 패로 승부를 걸었다. 백이 도저히 이길 수 없는 패의 대가로 하변 흑 일단을 잡고 중앙 백까지 크게 살아 대역전승.


▲ 두터운 반면운영으로 전국을 장악하는 오정아(흑) 특유의 스타일로 진행된 바둑이었다. 패를 계속 했으면 흑의 승리확정인데 승부를 서둘러 하변 흑 일단을 넘겨주면서 패를 해소하는 바람에 형세가 뒤집어졌다. 중앙의 계산착오로 다 잡은 대어를 놓쳤고 이 패배는 그대로 팀의 패배로 직결됐다.


▲ 시즌 내내 부진에 시달리다가 팀이 꼭 필요할 때 연승을 기록하며 <부안 곰소소금>의 7승을 견인한 이유진.


▲ 1지명 오유진이 대역전승으로 승리의 디딤돌 놓고 3지명 이유진이 팀의 승리를 결정했다. 이오공감 유진 합작승!


▲ "13라운드를 치르는 동안 1지명과 일곱 번, 나머지는 모두 2지명과 대국했어요."(배윤진 캐스터가 오유진에게) "아, 진짜 (여기까지 오느라)힘겨웠어요."(오유진). "감독님의 오더결정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배윤진 캐스터) "아..어..음..감독님의 오더결정이 좋아서 기쁜 마음으로 즐겁게 뒀습니다."(오유진) 진짜로?? 근데 그 웃음은 뭡니까??


▲ 13라운드 2경기가 끝난 현재 각 팀 순위. 14라운드 통합경기까지 다 끝나야 포스트시즌 진출팀, 챔피언결정전 직행 팀의 윤곽이 드러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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