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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2/LG배 첫 본선 진출한 김상천 二단 

등록일 2020.07.07952


이사람2 / LG배 첫 본선 진출한 김상천 二단
한국에 이런 신예가 있다는 걸 보여주겠다

 

코로나19 이후 멈췄던 세계바둑대회가 LG배로 첫 스타트를 끊었다. 국제 교류가 불가능한 탓에 모든 선수가 한 자리에 모이는 오픈 예선 대신 국가별 예선을 치렀다. 국내 예선이지만 쟁쟁한 랭커의 숲을 뚫고 6라운드를 버텨야 하는 험난한 여정. 이 중에서도 반짝 떠오른 뉴페이스가 있었으니 바로 김상천 二단이다.

1999년생으로 올해 22살이 된 김상천 二단은 2년 전 연구생 내신으로 입단해 2019-20 KB국민은행 바둑리그 퓨처스리거로 활약했다. 지난해 국수산맥 일반부 8강에 진출한 이력이 있다.

세계대회 첫 본선 새내기 김상천 二단을 만나 임전 소감을 들었다.

- 첫 세계대회 본선이다.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기분도 좋고 무척이나 동기부여가 되는 느낌이다. 대진에 나보다 랭킹이 높은 기사들이 많아 본선 진출을 예상하진 못했다. 그래도 자신은 있었다.”

- 자신이 있었다는 의미는?
“항상 자신감은 넘친다. 그래서 기세를 타면 무섭다.(웃음) 아직 입단 2년차라 대국 수도 적고 좋은 성적을 보여준 적은 없지만 어떤 강자라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 예선결승에서 한웅규 七단과 겨뤘다. 내용은 어땠는지.
“정신없는 한판이었다. 초반은 우세하다고 생각했는데 중반에서 큰 실수를 했다. 끝내기에 접어들어선 확실하게 불리해 사실상 졌다고 생각했다. 첫 예선결승이라 아쉬운 마음에 끝까지 최선을 다해보자는 생각으로 뒀는데 상대가 결정적인 실수를 범했다. 천운이었다.”

- 큰 실수를 주고받은 걸 보니 (예선)결승이라 쌍방 긴장을 많이 했나보다.
“스스로 긴장을 안 하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사람인지라 어쩔 수 없었던 거 같다. 세계대회 첫 예선결승이기도 하고… 큰 승부를 즐기는 편인데 약간 이상하다.(웃음) 그래도 떠는 스타일은 확실히 아니다. 아마 상대가 도장 스승이라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 한웅규 七단과 인연이 있나.
“한종진 도장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한웅규 七단이 1년 전쯤 사범으로 오셨다. 오래 배운 건 아니지만 잠깐 같이 살았던 적도 있을 만큼 친하고 존경하는 기사다. 바둑보단 정신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래서 결승 상대로서 조금 부담스러운 면이 있었다.”

- 현재 공부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세계대회 본선에 오르고 달라진 게 있나.
“평소 아침 10시부터 오후 5시반까지 한종진 도장에서 공부했다. 요즘은 코로나19로 잠깐 휴식기(?)를 가졌다. 본선에 올랐으니 이제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열심히 공부하려 한다. 솔직히 꾸준히 공부하는 편은 아니긴 한데 맘 잡고 할 때는 한다. 부모님이 오늘도 노냐고 잔소리 하실 때가 많은데 본선 올라가니 최근엔 잔소리를 안 하신다.”    

▲ 2018년 12월 같은 기간 입단에 성공한 김상천·김상인 남매가 입단 후 포즈를 취했다.

- 김상인 初단과 남매기사로 잘 알려져 있는데.
“기사들 중 남매기사는 더러 있지만 동시에 프로기사가 된 남매는 우리가 최초일 거다. 우리는 일주일 간격으로 입단대회를 통과했다. 그래서 입단이 더 좋은 추억으로 남는다. 부모님도 대놓고 말씀은 안 하시지만 주위 얘길 들어보면 굉장히 좋아하셨다고 들었다.”

- 남매기사라는 건 어떤가. 서로 바둑도 두고 복기도 하고 그러나.
“서로 바둑 둔 지 꽤 오래됐다. 어릴 때 동생과 대국하면 내가 실수를 많이 지적해줬는데 그래서 안 두게 된 것 같다.(웃음) 부모님과 오래 떨어져서 함께 지내다보니 많이 싸우기도 하지만 오빠로서 많이 챙기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동생이 성적도 잘 냈으면 좋겠고.”

- LG배 본선에서 어떤 선수와 가장 대국해보고 싶나.
“중국의 커제 九단이다. 누구나 인정하는 세계적인 실력자고 독특한 면도 있어 겨뤄보고 싶은 기사다. 김상천이라는 이름을 알리면서 ‘한국 신예가 이 정도였나’ 생각이 들게 해주고 싶다. 커제를 꺾는다면 단 번에 해결되지 않을까. ”

- 목표와 각오를 듣고 싶다.
“원래 목표를 준비해두는 편은 아니지만 첫 본선이니 4강까진 밟아보고 싶다. 우승하고 싶은 욕심도 굴뚝같지만, 중요한 건 스스로 후회하지 않는 판을 두는 것이다. 첫 본선을 즐기면서 좋은 내용과 성적으로 바둑 팬들에게 이런 신예가 있다는 걸 보여드리겠다. 덧붙이자면 동생도 자극을 받아 여자바둑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으면 좋겠다.”

<인터뷰/김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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