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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스타 / 하찬석국수배 우승자 현유빈 二단 

등록일 2020.07.07829


내일은 스타 하찬석국수배 우승자 현유빈 二단

본지 특별기획 ‘한국바둑 오호대장군(五虎大將軍)’ 이후, 새로운 유망주를 발굴해 독자 여러분께 소개하는 ‘내일은 스타’ 코너가 2019년 3월호부터 신설됐다. 오호대장군의 선두 주자 신진서 九단은 한국랭킹 1위로 등극했고, 신민준·변상일·이동훈 九단이 각각 3~5위에 포진하는 등 맹활약하며 한국바둑의 주축으로 성장했다. ‘내일은 스타’의 주인공 또한 장차 중국과의 치열한 대결의 선봉장 역할을 충실히 하길 독자 여러분과 함께 기원한다.

‘두터미’의 아들  포스트 이창호는 바로 나!

4년마다 한 번씩 월드컵이 열릴 때면, ‘삼바축구’ 브라질과 ‘전차군단’ 독일은 매번 우승 후보로 거론된다. 하지만 지난 90년간의 월드컵 역사를 살펴보면, 브라질과 독일의 우승 횟수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어떤 스포츠든 우승 후보와 우승자가 늘 일치하지 않는 건 당연하다.

이번 하찬석국수배 ‘영재최강전’은, 그런 의미에서 오히려 신선한 결과가 나왔다. 대진표 발표 이후부터 다수의 전문가와 국가대표 선수들이 손꼽아 지목했던 우승후보 현유빈(18) 二단이 특별한 위기 한 번 없이 정상까지 질주하며 우승트로피를 거머쥐었다. 특히, 결승3번기에서 보여준 완벽한 대국 내용은 파란의 주인공이었던 결승 상대 김경환 初단을 작아지게 만들만큼 압도적이었다.

아버지 현경호 씨가 이창호 팬클럽 ‘두터미’의 회장을 맡으면서 어릴 때부터 우상 이창호 九단을 만날 기회가 잦았던 현유빈 二단은 포스트 이창호의 등장을 알렸다.

▲ 날카로운 눈매가 인상적인 현유빈 二단이 ‘최강 영재’ 칭호를 획득했다. 돌풍의 주인공 김경환 初단과의 결승3번기를 2-1로 제압했다.


- 예견된 우승이었다. 소감은?
작년에는 오병우 初단에게 첫 판에서 패해 아쉽게 떨어졌다. 이번이 마지막 대회였고 꼭 우승하고 싶었다. 열심히 준비했는데 결과가 잘 나와서 기쁘다. 우승 직후에도 대회가 많아 아직 기쁨을 누릴 시간이 없었다. 조만간 도장 후배들에게 한 턱 크게 낼 계획이다(웃음).

- 다소 쉽게 우승한 것 같은데, 고비가 있었는지?
8강에서 김경은 初단과 둔 대국이 위험했다. 초반부터 계속 유리해 일찌감치 잡아올 수 있던 바둑이었는데 중반 이후부터 실수를 너무 많이 했다. 나중에는 꽤 나쁜 흐름이어서 져도 이상할 게 없었다. 마지막에 김경은 선수가 착각도 하고 실수도 하면서 겨우 이겼던 게 우승으로 연결된 것 같다.

- 다소 방심했던 건가?
보통 방심은 잘 안 하는 편이다. 그때는 나도 모르게 방심했던 것 같다.

- 결승 시리즈를 돌아본다면.
사실 결승 1, 3국은 쉽게 이긴 건 맞지만 2국을 졌을 때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힘들었다. 그날 강릉에 계신 부모님이 대국 현장에 와 계신 줄 전혀 몰랐다. 내가 우승하면 같이 축하해주기 위해 오신 것 같은데 패하는 바람에 부모님께 너무 죄송했고 스스로에게 화가 많이 났다.

- 그럼에도 결승3국을 흠 잡을 데 없는 완승으로 장식하며 우승했다. 멘탈이 강한 편인가?
특별히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진 바둑은 더 이상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을 많이 한다. 그날 하루만 괴로워했고 다음 날은 잊고 3국을 준비했다.

- 결승3국 현장에도 계셨던 아버지 얘기를 빼놓을 수 없겠다. 바둑계 최초의 팬클럽이라고 할 수 있는 이창호 九단 팬클럽 ‘두터미’의 회장으로 잘 알려져 있다.
사실 아버지께서 2국 끝나고 강릉으로 돌아가셨다가, 3국이 열리는 날 서울로 다시 오셨다. 마침 어버이날 전에 우승할 수 있어서 약간이나마 효도한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웃음). 아버지께서도 바둑을 좋아하시지만 어머니도 ‘두터미’ 소속으로 바둑을 즐기신다. 부모님 모두 이창호 九단 팬클럽에서 활동하고 계셔서 어릴 때부터 바둑과 친숙했고 이창호 사범님을 뵐 기회도 몇 번 있었다.



- 이창호 九단에게 사사한 적도 있는지?
바둑을 둔 적은 없지만 몇 번 배웠던 기억이 난다. 당시 어릴 때였는데도 이창호 사범님의 바둑 실력은 물론 훌륭한 인품에 매료됐던 느낌이 생생하다. 이창호 사범님의 바둑 실력은 물론, 인격적인 면모를 닮고 싶다.

- 그런 점이 벌써부터 엿보이는 것 같다. 이번 하찬석국수배 준결승에서 상대였던 권효진 初단이 ‘실력은 내가 더 세다’며 도발했을 때도 “바둑으로 보여주겠다”고 담담하게 응수한 점을 많은 바둑팬들이 높이 샀다.
사실 권효진 初단의 그 멘트는 굉장히 재밌다고 생각했다. 대회 흥행을 위해 일부러 그렇게 얘기한 측면도 다소 있는 것 같다. 이창호 사범님을 가장 존경하지만, 향후에는 저 또한 인터뷰도 재밌게 할 수 있는 기사가 되고 싶다. 

- 우승 직후 바로 GS칼텍스배에서 1인자 신진서 九단과 만났다.
세계 최강 레벨인 신진서 九단의 바둑은 기보로만 접해봤지 직접 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실력 차이가 확실히 많이 난다고 느꼈고 과연 랭킹 1위답다고 새삼 실감했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더 노력한다면 몇 년 뒤 재밌는 승부를 펼쳐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 현유빈 二단의 기풍은?
인공지능이 나온 이후 초반 연구에 있어서는 자신 있다. 초반 인공지능 공부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만큼 많이 한다고 생각한다. 싸우는 걸 좋아하는 기풍은 아니고, 주로 타협 위주로 집바둑을 이끈다. 계산 쪽을 조금 더 좋아한다. 그렇다고 싸움을 해야될 때 안 하는 건 아니지만. 끝내기도 어느 정도 자신 있는 편이다. 모호한 중반이 어렵다.

- 이번 우승으로 달라진 점이 있다면?
계속 이기면서 자신감을 얻게 된 점이 큰 수확이라고 본다. 하지만 앞으로 갈 길이 아직 멀다. 더 큰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 이번 우승을 발판으로 조금 더 좋은 기사가 되고 싶다.

- 바둑 외 취미가 있는지?
원래는 탁구를 배우고 있었는데 코로나19 여파로 잠시 쉬고 있다. 볼링도 좋아해 볼링동호회에 나가고 있다. 애버리지는 160 정도 나온다. 평소에 책 읽는 것도 좋아한다. 추리소설을 좋아해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찾아서 읽는 편이다.

- 좌우명이 있다면?
많이 인용된 명구인데, 카르페디엠이다. 현재에 충실한 삶을 사는 게 모토다. 소소한 것들에 감사하는 즐겁고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

- 신예 대회긴 하지만 우승을 차지하면서 인터뷰도 하게 됐다. 이번 기회에 고마움을 전하고 싶은 사람을 소개한다면.
물론 부모님께 가장 감사드리고, 도장 사범님들도 한 분 한 분 언급해야 마땅할만큼 모두 고맙다. 하지만 한 명만 꼽는다면, 저보다 동생인데 응원을 많이 해줬던 춘향배 우승자 김효영이다. (김)효영이는 제가 대국 할 때마다 응원을 많이 해주는데 특히 이번 하찬석국수배 결승3국 때는 대국장에 와서 축하도 해줬다. 굉장히 귀엽고(웃음), 아끼는 후배다. 조만간 입단해서 한국 여자바둑계를 이끄는 프로기사로 성장하길 기대한다.

▲ 신진서 九단을 꺾고 세계 최강의 기사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힌 현유빈 二단.

- 끝으로 앞으로의 포부는?
바둑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최고의 자리를 목표로 한다. 신진서 九단을 꺾고 최강의 기사가 되는 게 목표다. 혈혈단신 중국 기사들을 추풍낙엽처럼 꺾고 세계대회 우승을 싹쓸이했던 이창호 사범님처럼 중국과의 경쟁에서도 승리하는 기사가 되고 싶다.

<인터뷰/이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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