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탐방/제13회 수원시장배 전국바둑대축제
<탐방기/박지영 初단>
수원시장배는 개인적으로 인연이 깊은 바둑축제다. 수원에서 자란 ‘수원 토박이’로서 대회 초창기부터 늘 참가해왔다.
올해는 감사하게도 주최측에서 초청 프로기사로 수원시장배에 참가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셨다. 각 지역에서 열리는 바둑대회들마다 해당 지역의 프로기사를 초빙하고 싶어 하는 것은 인지상정. 하지만 그게 여의치 않은 경우도 종종 있다. 수원시장배 또한 초기엔 지역 초청 프로기사의 수가 많지 않았으나 점차 늘어 이제는 수원 출신의 프로기사로만 대회 심사위원을 구성해도 충분할 정도가 됐다.
올해로 벌써 열세 번째를 맞은 수원시장배 전국바둑대축제가 10월 28일 오전 10시부터 올해도 변함없이 수원의 상징 화성행궁에서 개최됐다.
개막식에는 염태영 수원시장을 대신해 참석한 윤환 수원시 체육진흥과장을 비롯해 김영진 수원시 국회의원, 서효원 전 경기도부지사, 조웅호 수원시바둑협회장, 이병희 수원시바둑협회 사무국장, 김부원 화성시바둑협회장 이상구 경기도바둑협회부회장 등 내빈들과 수원 출신 프로기사 김광식·김형환 七단, 배윤진·박소현 三단, 박지영·박주민 初단, 심판을 맡은 수원 출신의 이철주 아마7단 등이 참석했다. 수원에서 바둑교실을 운영하고 있는 이철주 아마7단은 수원에서 열리는 바둑 행사에 항상 참석한다. 필자도 어렸을 때 수원에서 이철주 아마7단에게 지도대국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제13회 수원시장배 바둑대축제에는 760여 명의 인파가 몰렸다. 접수된 인원만 760명, 오며가며 현장 접수를 통해 참가한 사람들까지 더한다면 1000명에 육박하는 사람들이 바둑에 흠뻑 젖은 하루였다.
바로 이 점이 수원 한복판 화성행궁에서 바둑대축제를 여는 장점 중 하나다. 바둑대축제 일정을 몰랐던 사람들도 화성행궁 전체가 바둑판으로 뒤덮인 광경에 심취해 하나 둘씩 합류하게 된다.
올해는 수원시와 자매결연을 맺은 일본 후쿠이시에서 14명의 기우(棋友)들이 수원시장배 전국바둑대축제 현장을 방문했다. 수원시에서도 인원에 맞게 팀을 구성해 교류전으로 수담을 나눴다.
수원시장배 전국바둑대축제는 단체전에 출전한 16개 팀 모든 선수에게 상품을 골고루 나눠줄 뿐만 아니라 스위스리그 방식으로 진행해 대국 기회를 많이 주었다.
상금 대신 참가자들에게 돌아간 상품 중엔 추운 겨울의 필수품인 따끈한 전기장판도 있었고, 비가 내렸던 날씨에 걸맞게 기념품도 우산이었다(우산을 가져오지 않은 참가자들은 기념품으로 받은 우산을 바로 요긴하게 사용했다).
아마추어 시절 수원시장배에 참가하면 늘 입상했던 즐거운 경험이 있다. 대학교 친구들과 팀을 구성해 나왔던 일반부 단체전에선 준우승을 했고, 아버지와 페어 대회에 두 번 출전해 모두 3위에 입상하기도 했다. 남자친구와도 한 번 출전해서 페어대회 우승을 했던 기억도 있다.
그땐 대국에 열중하느라 수원시장배의 백미라고 할 각종 부대행사를 많이 체험해보진 못했다. 올해는 오전 대국이 시작됐을 때 핸드페인팅, 가방 만들기 등 눈이 가고 마음이 가는 곳으로 움직이며 바둑대축제의 혜택을 마음껏 누려봤다.
고양이와 강아지를 좋아하는 필자는 핸드페인팅은 고양이, 가방 만들기는 강아지로 선택했다. 손에 예쁘게 그려진 고양이와 가방에 귀엽게 새긴 강아지를 보니 미소가 절로 나왔다.
여수에서 오신 한 바둑팬은 필자를 먼저 알아보고 오셔서 사인을 요청했다. 사인을 해드리며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었다(사실 이날을 위해 사인 디자이너에게 ‘특훈’을 받으며 연습한 사인도 있었다).
수원시장배 전국바둑대축제는 지방에서 오는 참가자들에게 숙박도 제공해준다. 중식으로는 맛있는 김밥이 모든 참가자들에게 제공됐다.
궂은 날씨에도 이번 수원시장배 전국바둑대축제가 잘 열릴 수 있었던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한 많은 분들 덕분이다.
수원시장배의 실무를 전담해온 이병희 수원시바둑협회 사무국장은 대회 전날 행사장 세팅부터 세세하게 신경을 썼다. 바둑행사 전문회사 CLUB A7 식구들의 노고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항상 묵묵히 바둑이 있는 곳엔 변함없이 함께하는 분들이다.
안타깝게도 내년 수원시장배 전국바둑대축제는 화성행궁에서 할 수 있을지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한다. 예산이 삭감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많은 바둑인들이 1년 내내 손꼽아 기다리는 수원시장배.
수원을 대표하는 지역축제로 자리매김한 수원시장배 전국바둑대축제가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계속 열리고 더욱 발전하길 기원하며 글을 마친다.
<탐방기/박지영 初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