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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장천녹 '우리에게는 변상일이 있다.'

등록일 2023.12.30

12월 29일 한국기원 스튜디오에서 펼쳐진 KB 국민은행 바둑리그 1라운드 2경기에서 정관장천녹이 변상일의 2승을 앞세워서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변상일과 홍성지 원투펀치가 마한의 심장 영암 팀의 안성준, 설현준에게 3패를 안기면서 팀 승리를 만들었다.
영암의 3지명 최철한은 바둑리그 통산 170승을 달성했지만 팀 패배로 빛을 잃었다.

▲d에이스 결정전에서 만난 각 팀 주장



에이스 결정전 정관장천녹 변상일(승) : 마한의 심장 영암 안성준

1국에서 만났던 각 팀의 주장이 에이스 결정전에서 다시 만났다.
지난 시즌 에이스 결정전에서 6전 전승을 거두며 초속기에 강점을 보이는 정관장의 에이스 변상일의 출전이 당연시 됐다면, 주장과 2지명 모두 패한 영암은 주장 안성준에게 복수전의 기회를 주었다.

1국에서 제대로 싸워보지 못하고 진 것이 아쉬웠던지 안성준은 초반부터 격렬하게 전투를 걸어갔다. 시간이 있을 때는 안 싸워주던 변상일도 이번에는 활활 타올랐다.
수읽기에 자신 있는 두 사람이 한바탕 힘겨루기를 끝내고 나서의 인공지능의 평가는 변상일의 우세였다. 1국에서도 그랬지만 둘의 전투 결과는 큰 격차를 보인다기 보다는 약간의 디테일 차이에서 형세가 결정됐다.

그 이후로 벌어진 전투도 마찬가지였다. 계속해서 둘의 충돌은 발생했지만, 변상일의 꼼꼼함이 안성준을 강하게 압박했고, 판 전체가 전쟁터가 되었다가 마무리된 시점에서는 변상일의 승리가 결정되었다.
변상일은 하루 2승을 통해 정관장천녹의 시즌 첫 승을 견인했고 개인적으로는 본인의 에이스 결정전 7승 무패의 기록을 이어나갔다.

▲ 1국에서 승리한 직후의 변상일



1국 정관장천녹 변상일(승) : 마한의 심장 영암 안성준

1라운드 유일한 주장 전이 성사됐다. 두 선수는 이번 대국이 통산 5번째 대결인데 올해에만 4번째 만남일 정도로 올해 자주 만났다.
만날 때마다 치열하게 전투를 펼쳤던 두 사람이기에 오늘 대국 역시도 활활 타오를 것이라고 기대가 됐지만, 예상과 다르게 큰 불로 번지지는 않았다.

두 사람의 깊은 수읽기가 격돌한 지점은 상변이었다. 변상일이 과감하게 파고들었고 어려운 장면이 만들어지자 유창혁 해설 위원이 묘수를 찾으면 판을 그르칠 수 있다고 언급을 하고 있었다. 잡으러 가는 묘수는 부분적으로는 좋지만 대세적으로 나빠질 수 있다고 설명을 해주던 그 순간 안성준의 손은 빈삼각의 묘수로 향했다.

부분적으로는 멋진 맥점이었지만, 대세적으로는 좋지 않은 그 수를 변상일은 제대로 응징하기 시작했다.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득점을 올렸고, 결과적으로 상변 돌까지 모두 살리면서 집으로 우세를 확립한 것이다.

세불리를 느낀 안성준이 좌변에서 승부수를 거칠게 날렸지만, 우세함을 느낀 변상일은 빈틈없이 막아내면서 정관장천녹의 시즌 첫 승을 만들었다.


▲ 최철한(왼쪽)과 김정현의 2국



2국 정관장천녹 김정현 : 마한의 심장 영암 최절한(승)

바둑리그 역사상 가장 많은 승리를 한 선수는 이창호와 신진서가 아닌 바로 최철한이다. 이 대국 전까지 169승이라는 엄청난 누적 성적을 자랑한다. 그러나 그는 지난 시즌 피셔 방식에 적응을 못하면서,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시즌을 마감했었다.
몇 달간 절치부심했는지 오늘의 최철한은 자신의 클래스를 보여주는 대국을 보여줬다.

초반부터 빠른 속도로 두어 가면서도 형세의 우위를 장악하는 모습은 지난 시즌의 최철한에게 기대하기 힘든 부분이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스타일인 두터운 반면 운영은 그대로 펼쳐 보였다. 실리를 적당히 내주면서도 좋은 모양을 구축하는 최철한은 우리가 알던 그 ‘독사’그 자체였다.

발 빠른 김정현은 최철한이 하변의 모양을 넓히자 그곳에 파고들면서 변수를 만드는 움직임을 가져갔다. 최철한은 전성기 시절처럼 최강수 일변도로 두어갔다.
상대의 돌들에 포위된 상황에서 이리저리 부딪쳐 가던 김정현에게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다. 본인의 돌을 살리면서도 상대를 가두는 선택을 한다면 형세는 역전되는 시점에서 김정현이 가진 시간은 너무나도 적었다.
딱 한수가 빗나가는 순간 그래프는 최철한 쪽으로 크게 기울었다. 김정현이 보지 못한 맥점이 숨겨져 있었고, 최철한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바둑 스타일은 우리가 알던 ‘독사’였지만, 시간 운영은 완벽히 달랐던 최철한의 통산 170승은 마한의 심장 영암의 창단 첫 승이 되었다.

▲ 속기에서도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홍성지




3국 정관장천녹 홍성지(승) : 마한의 심장 영암 설현준

주장들을 보좌해야 하는 2지명들 간의 대결이 성사됐다. 부드러운 기풍을 지닌 홍성지와 견고하면서 힘을 쓸 줄 아는 설현준의 초반전은 각자 원하는 것을 가져가면서 다툼 없이 진행됐다.

중반 전투의 신호탄은 당연하게도 설현준이 쏘아 올렸다. 두터움을 쌓았으니 그 힘을 사용하기 위해서 상대의 돌을 차단해나갔다.
설현준의 강력한 공세에 홍성지는 마치 투우사가 된 듯 상대의 돌진을 피해나갔고, 적절한 타협을 통해 유리함을 구축했다.

집이 부족함을 느낀 설현준은 대마를 공격하는 마지막 승부수를 날렸지만, 예상을 하고 있었던 홍성지는 정확히 퇴로를 밟아나갔고 승부는 그대로 끝이었다.

유연함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보여줬던 베테랑 홍성지의 완승국이었다.

▲ 착실하게 성장해나가는 박종훈은 시즌 첫 승을 빠르게 신고했다.



4국 정관장천녹 박상진 : 마한의 심장 영암 박종훈(승)

랭킹 18위의 박종훈과 33위 박상진은 상대 전적은 4 대 4로 팽팽하다. 랭킹은 박종훈이 높지만 최근 8연승을 통해 두 개의 대회 본선에 진출한 박상진의 기세가 좋기에 어느 쪽으로 기울지 않는 승부가 예측됐다.

그 예측대로 바둑은 박빙의 승부가 펼쳐졌다. 초반부터 엉켜서 싸우던 두 사람의 힘겨루기는 전투가 끝났음에도 격차는 미세했다.
조금이라도 앞서던 박상진은 박종훈의 기습을 당하고 흔들린 모습을 보이는 사이 박종훈이 한 발 먼저 내디뎠지만, 박상진이 다시 따라붙으면서 반집 승부로 이어졌다.

한 수 한 수가 어려운 시점에서 승리의 여신이 손을 들어준 쪽은 박종훈이었다. 잔 끝내기에서 정밀한 박종훈의 힘이 반집을 지켜냈고, 이 승리는 오늘의 승부를 에이스 결정전으로 이끌었다.

▲ 바둑리그 개인 통산 170승을 거둔 최철한


▲ 정관장천녹 검토실


▲신생팀인 마한의 심장 영암은 한해원 감독을 선임했다.



▲ 인터뷰가 끝나고 돌아온 변상일을 비롯해 양 팀의 1,2지명들이 검토를 하고 있다.


지난 시즌 양대 리그에서 단일리그 8개 팀 출전으로 변화한 KB국민은행 바둑리그는 더블리그 총 14라운드로 진행되며, 상위 네 팀이 스탭래더 방식으로 포스트시즌을 통해 최종 순위를 결정한다.
2023-2024 KB국민은행 바둑리그 정규리그는 매주 목 금 토 일 진행되며, 대국 시간은 저녁 7시에 1국과 2국이 시작하고 8시 반에 3국과 4국이 열린다.

승점제로 순위를 가리며, 4대0 3대1 승리 시에는 승점 3점, 3대2 결과가 나올 때는 승리 팀이 2점 패배 팀이 1점을 획득한다. 무승부가 날 경우에는 양 팀에 모두 1.5점이 주어지며 1대3 0대4 패배의 경우 승점을 얻지 못한다.

제한 시간은 피셔 방식을 사용한다. 장고전은 40분에 매 수 20초 추가, 2~4국은 10분에 매 수 20초가 추가된다. 2 대 2 동점 시에 펼쳐지는 에이스 결정전의 경우 1분에 매 수 20초가 더해지는 초속기로 진행되며 개인의 에이스 결정전 최대 출전 수는 6판이다.
*피셔 방식은 기본 제한 시간이 주어진 후 착점 할 때마다 제한 시간이 늘어나는 방식이다.

상금은 우승 2억 5000만 원, 준우승 1억 원, 3위 6000만 원, 4위 3000만 원. 상금과는 별도로 정규 시즌 매 경기 승패에 따라 승리팀에 1400만 원, 패배팀에 700만 원을 지급한다.

1라운드 3경기에는 바둑메카 의정부팀 용병 양카이원이 첫 선을 보인다.
바둑메카 의정부(감독 김영삼)과 울산 고려아연(감독 박승화)의 대진은 양카이원-한상조(0:0)
이원영-신민준(4:3) 박건호-문민종(1:0) 김명훈-이창석(4:4)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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