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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훈, 신진서 13연승 저지...신기록 달성 무산

등록일 2017.09.30

2017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4라운드 2경기
아쉬운 신진서, 신기록 경신 및 '전승'의 꿈 동시에 사라져


높은 곳을 향해 날아가던 연의 끈이 툭 꾾기듯 신진서의 무패 행진이 끊겼다. 14년 바둑리그 역사에 도전했던 새 기록은 쓰여지지 않았다. 29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17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4라운드 2경기에서 신진서는 박영훈에게 덜미가 잡히면서 신기록 경신에 실패했다.

개막전부터 12연승을 달려왔던 신진서에게 단일 시즌 13연승이라는 전인미답의 기록이 걸린 경기였다. 신진서는 지난 시즌 12연승의 최다 연승기록을 세운 바 있고, 이번에 자신의 기록에 도전했었다. 아쉽게 연승 행진이 끊기면서 시즌 시작 때 내세운 '전승'의 목표도 물거품이 됐다.

▲ 다섯 판 모두 승패를 예측하기 어려웠던 대결에서 정관장 황진단이 3-2 신승(辛勝)을 거뒀다.


"끝이 보입니다. 신진서 선수의 연승이 드디어 끝나는 군요."

마침내 신진서의 패배가 가시화되자 중계석 송태곤 해설자의 입에서 진한 아쉬움이 배인 한마디가 흘러나왔다. 마치 끝나지 않길 바랐던 장편 드라마의 결말을 보고 감회에 젖어 내는 듯한 목소리. 그러자 바로 옆의 최유진 캐스터가 투정하듯 한마디를 던졌다.

"그런데 왜 하필 박영훈 선수와 붙였죠(?)"

한국물가정보에서 툭하면 박영훈을 장고대국에 출전시키는 마당에 꼭 신진서를 붙였어야 했냐는 항의조였다. 박영훈은 이 경기 전까지 10경기 중 6번이 장고대국. 더군다나 신진서는 박영훈에게 2전 2패를 당하고 있었던 상황이었으니 볼멘 소리가 나올 법도 했다.

▲ 중반 들어 크게 불리해진 상황에서 신진서가 상변 백 대마를 잡으러 갔으나 박영훈이 패를 통해 살려냈다(빨간 네모 박스). 신진서는 대마를 살려주는 대가로 중앙 흑진을 관통. 하지만 박영훈 역시 죽었던 좌상귀를 살려내면서 단 한 번도 뒤집어 진 적이 없는 90:10의 '사망 선고'가 내려졌다.


"역시 김명훈을 붙였어야"

저격일까, 의도하지 않은 미스매치일까. 사실은 기자도 궁금해서 김영삼 감독에게 똑같은 질문을 했었다. 뜻밖에 "원성진의 출전을 예상했다"는 답변이 나왔다. 이어서 김 감독은 "박영훈의 출전도 예상 안 한 건 아니지만..."하면서 말꼬리를 흐렸다. 후회의 빛도 잠시 얼굴에 나타났다 사라졌다(김 감독은 전반기 장고대국에서 박영훈이 김명훈에게 패했던 만큼 이번엔 피할 걸로 생각했던 게 아닐까. 또 어쩔 수 없이 박영훈과 붙는다 해도 신진서니까, 하는 자신감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김 감독 스스로도 인정했듯이 불찰이었고 잘못된 오더였다. 신진서가 삼성화재배 패배의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란 점을 헤아린다면 더욱 그랬다. 속기 대국에서 쉬운 상대와 싸우게 하는 편이 신진서 본인이나 팀을 위해 백번 나았다. 김 감독 역시 이 점이 크게 후회됐던지 팀 승리 후 가진 인터뷰에서 자책하는 투로 첫마디를 내뱉었다. "역시 김명훈을 붙였어야 했습니다".

▲ 삼성화재배 패배의 후유증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다시 쓰디쓴 패배를 맛본 신진서. 상심이 컸던지 복기 때나 대국장을 나와서나 크게 풀이 죽은 모습을 보였다. 다음 달 커제와의 LG배 8강전을 앞두고 있다. 무엇보다 이제 18살이다.


팀 승부에선 정관장 황진단이 한국물가정보에 신승을 거뒀다. 전반 속기전에서 박진솔과 한승주가 연달아 승리해 쉽게 승리를 가져가는 듯 했으나 신진서가 패하면서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이어 이창호 9단마저 패하면서 스코어는 2-2. 자칫 대역전패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검토실에 팽배해 있을 때 김명훈이 큰 일을 해줬다. 최종국에서 한태희를 물리치고 금싸라기 같은 팀 승리를 가져왔다.

▲ 낮의 바둑TV배 챌린지매치 결승에서 강동윤에게 패한 후 더블헤더를 치른 김명훈(왼쪽). 경기 시작 직후 8월 MVP를 수상했지만 진짜 영웅이 될 기회를 놓친 한태희. 한태희의 패배가 너무 아쉬워 끝나자 마자 스튜디오에 뛰어들어온 원성진.


정관장 황진단은 12승째(1패)를 수확하며 정규시즌 우승을 향한 잰걸음을 이어갔다. 4경기를 남긴 상태에서 2위 SK엔크린(8승3패)과의 격차를 3게임 반차로 벌리며 이변이 없는 한 우승이 유력해졌다.

반면 한국물가정보는 5승7패, 5위에 머무르면서 피말리는 중위권 싸움을 계속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개인 승수가 32승으로 압도적인 것이 위안이지만 나중 문제다. 당장은 부족한 팀 승수 부족부터 해결해야 하는 비상등이 켜졌다.

김영삼 감독 "신진서-박정환 꼭 붙여보고 싶다"...전체 맞대결은 어려워
최유진 캐스터 "이왕이면 천천히 볼 수 있게 해주세요"


한편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화성시코리요와의 '동지명 맞대결'에 대해 김영삼 감독은 "전체 맞대결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는 뜻을 밝혔다. 대신 김 감독은 "신진서 선수, 박정환 선수는 꼭 붙여보고 싶다"며 "그걸 의도적으로 붙일 수는 없고 제가 평소대로 오더를 내면 박지훈 신임 감독이 잘 알아서 붙이리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유진 캐스터가 "그걸 어떻게 붙이죠(?)" 의아해 하자 송태곤 해설자가 보충 답변을 내놓았다.

"김영삼 감독이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둘의 대결은 70% 정도 성사시킬 자신이 있다. 아마도 두 선수,두 감독 모두 생각하는 게 있지 않을까 예상이 됩니다"

*신진서의 정관장 황진단과 박정환의 화성시코리요는 10월 5일에 대결하며 오더는 다가오는 월요일 오후에 발표된다.

▲ 알듯 모를 듯한 답변을 내놓은 김영삼 감독. 마지막에 최 캐스터가 "두 감독님이 수월하게 저희가 팁을 드리자면 바둑팬들이 '천천히' 볼 수 있도록 붙여주셨으면 좋겠어요"라고 장고대국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자 모두에게서 폭소가 터져나왔다.


30일엔 6위(5승7패)의 티브로드와 2위 SK엔크린(8승3패)이 14라운드 3경기를 벌인다. 대진은 김정현-박민규, 신민준-이영구, 강동윤-안성준, 류민형-홍성지, 류수항-이태현(이상 앞이 티브로드). 전반기엔 SK엔크린이 4-1로 이긴 바 있으며, 개인간 리턴매치는 없다.





▲ 3-2의 결과는 박빙을 예상한 예측대로였지만 개별 대국의 승패는 거의 맞추기 힘들었던 경기. 중계석의 송태곤 해설자가 "단 한 판도 맞추지 못했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였으니 짐작이 가시는지.


▲ 시작부터 '사기 5지명' 박진솔(오른쪽)이 한국물가정보 2지명 원성진을 꺾는 바람을 일으켰고,


▲ 삼성화재배 '나홀로 4강'의 주인공 안국현(오른쪽)은 정관장 황진단 4지명 한승주에게 패하면서 체면을 구겼다.


▲ 더불어 이날의 가장 이색 대결이었던 리그 최연장자 이창호 9단과 신진서 다음 가는 막내뻘 설현준(왼쪽)의 첫 대결에서 설현준이 백으로 불계승을 거두는 등 이변 아니 이변이 끝까지 이어졌다.


▲ 어떤 팀도 이길 수 있고 어떤 팀에게도 질 수 있는 '도깨비팀'의 면모를 지닌 한국물가정보. 다음 라운드에선 2위 SK엔크린과 대결한다.


▲ 한국물가정보 4지명 한태희가 박진솔을 한 표 차이로 누르고 첫 월간 MVP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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