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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인 이세돌...이번엔 랭킹 44위 윤찬희에게 불계패

등록일 2017.07.14

2017 KB국민은행 바둑리그 5라운드 1경기
포스코켐텍, 첫 퍼펙트승 거두며 연승 시동


"저번 라운드의 악몽이 되살아나네요"(중계석 문도원 캐스터)

"오늘은 지난번 같은 경우는 아니구요, 이세돌 9단이 적은 나이가 아니잖아요. 낮에 농심배를 두고 체력적으로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송태곤 해설자)

이세돌 9단이 또 패했다. 13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KB국민은행 바둑리그 5라운드 1경기에 신안천일염의 4국 주자로 나서 포스코켐텍의 5지명 윤찬희에게 208수 만에 불계패했다. 지난 경기에 비해 수수도 시간도 길었지만, 내용적으로 일찌감치 기울었고 끝내 만회하지 못했다.

▲이세돌이 유리한 적이 없었던 스코어는 돌을 거두기 직전 80:20까지 기울었다.


출발부터 좋지 않았다. 60수 언저리에서 국가대표 실시간 스코어는 60대 40으로 윤찬희의 우세를 가리켰다. 초반 큰 착각으로 실리와 공세의 주도권 모두를 윤찬희에게 내준 결과였다.

중반 들어선 특유의 흔들기가 빛을 발하는 듯 보였다. 윤찬희의 안전 운행을 틈타 거꾸로 백 대마를 공격하는 흐름이 되어선 "기회가 온 것 같다"는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크게 흔들리는 기미를 보였던 윤찬희가 이내 냉정을 되찾으면서 근접하는 듯 보였던 형세의 바늘은 다시 80대 20까지 멀어졌다.

▲ 지난 경기의 결과를 놓고 "내가 진 다음 우리 팀이 영봉패를 당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는 이세돌. 같은 일이 반복된 데 대한 아쉬움이 컸을까. 경기가 끝나고 이상훈 감독이 스튜디오에 들어선 다음에도 한참 동안 복기가 이어졌다.


지난 시즌 5승7패라는 믿기지 않는 부진을 보였던 이세돌은 올 시즌 들어 신민준.이창호.안국현을 연파하며 좋은 출발을 보이고 있었다. 그것이 지난 경기에서 꺾였다. 이후 농심배에서 힘을 내 낮의 대국까지 3연승을 거뒀지만 저녁의 더블 헤더에 발목이 잡혔다. 자신이나 팀이나 절대 져서는 안 되는 경기였으니 충격이 상당했을 것이다.

▲ 2007년 이후 10년 만에 이세돌에게 승리를 거둔 윤찬희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다. 상대 전적도 2승2패로 균형을 이뤘다.


반면 윤찬희로선 이날이 이세돌을 이길 둘도 없는 기회였다. 작심하고 나온 듯 한 수 한 수 정성을 들이며 초반의 우세를 지켜나갔다. 중반에 셀 수 없이 많은 결정타를 놓쳐 김성룡 감독의 애를 태우기도 했지만 결국 10년 만에 승리하는 기쁨을 맛봤다. 돌을 거둘 때 잠시 머리를 긁적였던 이세돌은 곧장 승부처를 가리키면서 복기 모드에 돌입했다.

▲ 전반 속기전에서 조한승(오른쪽)이 최철한에게 패했을 때(포스코켐텍 2-0 리드) 큰 아쉬움을 드러냈던 이세돌. 자신이 패할 무렵엔 또 한 번의 영봉패를 예감하지 않았을까.


신안천일염, 사상 최초 2연속 영봉패 충격

이세돌의 패배로 시작된 직전 경기와 스토리는 달랐지만 신안천일염은 또 한 번 영봉패를 당하는 충격에 휩싸였다. 김민호-조한승-한상훈-이세돌-목진석 순으로 또 한 번 줄패가 이어졌다. 2연속 영봉패는 확률적으로 극히 나오기 힘든 진기록이자 사건이다. 바둑리그가 팀 당 5명으로 경기를 치르기 시작한 2006년 이후 이런 일은 없었다(반대의 경우인 2연속 연봉승은 지난 시즌 13라운드와 14라운드에서 정관장 황진단이 처음 기록했다).

▲ 제1국(장고). 최근 삼성화재배 통합예선을 통과하는 등 물오른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변상일(오른쪽)이 자신의 3연승을 팀의 3-0 승리로 연결했다. 상대 한상훈은 좀처럼 예전의 감을 회복하지 못하고 5연패.


좋은 일이라면 몰라도 이럴 땐 말을 아끼는 것이 상책이다. 연속해 참사를 당한 신안천일염을 배려한 때문인지 중계석의 문도원 캐스터나 송태곤 해설자는 "안타깝다"는 짤막한 멘트 외엔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상대팀 김성룡 감독도 "이런 분위기에서 승리의 기쁨을 말한다는 게 영 내키지 않는다"며 떨떠름해하는 모습. 거기에 더블 헤더를 치르느라 피곤했던 포스코켐텍 주장 최철한마저 일찍 귀가하면서 으례 있었던 승자 인터뷰도 취소됐다.

▲ 양 팀 4지명의 대결에서 국대 선수 이원영(오른쪽)이 국대 감독 목진석을 꺾고 팀의 퍼펙트승을 완성했다.


직전 4라운드에서 '2패 후 3연승'으로 기사회생했던 포스코켐텍은 시즌 첫 연승을 완봉승으로 장식하며 우승 후보다운 면모를 보였다. 지난 시즌에 1승4패 이후 10연승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한 것을 감안하면 올해는 한결 시작도 빠르고 페이스도 좋은 편. 하지만 김성룡 감독은 이런 시선이 부담스러웠던지 "아이고, 이제 시작입니다"하면서 거듭 손사레를 치는 모습이었다.

14일엔 강동윤의 티브로드(3승1패)와 안성준의 SK엔크린(2승1패)이 5라운드 2경기를 벌인다. 대진은 류수항-박민규, 김정현-이태현, 신민준-홍성지, 류민형-안성준, 강동윤-이영구(이상 앞이 티브로드).





▲ 제2국. 4연패 중인 심재익을 대신해 신안천일염의 퓨처스 선수 김민호(오른쪽)가 나섰지만 나현을 상대하기엔 역부족이었다(177수 백 불계승).


▲ 낮의 농심배에서 모두 패한 두 사람. 허탈함을 뒤로 한 집중력 싸움에서 최철한(오른쪽)이 우위를 보이며 불계승을 거뒀다.


▲ 주장의 잇단 불상사와 주전들의 부진이 겹치며 총체적 난관에 봉착한 신안천일염. 1승4패, 최하위다.


▲ '정관장 황진단의 대항마는 우리뿐'임을 외친 포스코켐텍. 지난해 준우승에 머물렀던 한을 올해는 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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