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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 칠십리, 이길 때는 화끈하게!

등록일 2018.03.11

후보 선수가 있는 팀은 잠시 컨디션이 좋지 않은 선수를 대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부분의 팀은 그 후보 선수를 외국인 선수로 뽑았다. 외국인 선수들은 당연히 그 나라의 내로라하는 강자들. 그런데 외국인 선수들은 한국의 야간 대국에 익숙하지 않고, 또 바쁜 스케줄과 항공 이동 후의 피곤한 몸으로 대국하기 때문에 기대한 만큼 좋은 성적을 거둔 경우가 별로 많지 않다. 반면 한국인 후보 선수는 그런 단점이 없다. 그리고, 서귀포 칠십리는 유일하게 한국인 후보 선수를 두고 있는 팀이다.

1라운드에서 3:0 완봉승을 거뒀던 서귀포 칠십리는 2라운드에 1:2로 주춤했지만, 3라운드에서 선수 한명을 교체한 뒤에 다시 화끈한 3:0 완봉 승리를 거뒀다. 그것도 올해 모두가 최강팀으로 손꼽고 있는 충남 SG골프를 상대로 한 승리이다. 반면 충남 SG골프는 여제(女帝) 최정 9단이 패하면서 다른 선수들도 같이 무너져서 충격의 완봉패를 당했다.

가장 먼저 끝난 속기판 2국에서는 조승아 초단이 김신영 초단에게 완승을 거뒀다. 초반 좌변 접전에서 흑의 작은 실수가 있었고, 이후 불리를 느낀 김신영 초단이 조급한 마음에 하변에 쳐들어왔는데 상대에게 두터움을 허용해서 결과가 좋지 않았다. 이후 우변에서 흑이 넘자고 붙였을 때 백이 비록 2선이지만 실리를 차지해서는 승부가 결정됐다.

▲ 조승아 초단이 김신영 초단에 큰 무리 없이 완승을 거두며 서귀포 칠십리에 선제승을 안겼다. 198수 끝, 백 불계승.



원래 충남 SG골프는 2국을 내주더라도 1국에 믿는 주장 최정 9단이 출전했기에 여유가 있어야 했다. 그 동안 최정 9단은 정규리그에서 34승 8패, 포스트시즌 6전 전승의 압도적인 성적을 내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더를 짤 때 감독은 가급적 최정 9단을 상대팀의 가장 강자와 매치시키도록 노력한다. 이번 경기에서 이용찬 감독은 이 작전에 성공해서 서귀포 칠십리의 주장 오정아 3단과의 대국을 성사시켰다.

그런데 바둑 내용이 만만치가 않았다. 초반부터 오정아 3단이 화려한 고공 포진을 펼치며 새로운 작전을 선보였다. 최정 9단이 곧바로 침투를 단행하여 계속해서 접근전이 벌어지는 양상이다. 하변에서의 1차 전투는 무승부. 그러나 우상귀에서의 2차 전투에서 최정 9단의 실수가 나왔다. 이후 워낙 난해한 전투가 계속 이어졌기 때문에 서로간에 작은 실수가 조금씩 나왔는데 중반 최정 9단의 실수가 워낙 치명적이어서 결국 승리는 오정아 3단에게 돌아갔다.


▲ 충남 SG골프의 작전은 간단하다. 최정이 이기고 다른 둘 중의 한 명만 이기면 된다는 것. 그런데, 이 날은 최정 9단이 무너지자 다른 두 선수도 같이 무너지고 말았다. 213수 끝, 흑 불계승.



2:0으로 서귀포 칠십리의 승리가 확정됐지만, 사실 속기판 3국이 시작될 무렵은 아직 장고판 1국의 형세는 안개 속이었다. 여자바둑리그에 처음 데뷔하는 김수진 5단은 최정 9단의 지명도를 감안했을 때, 자신의 바둑이 승부판이 될 것이라는 부담을 더 안고 싸워야 하는 입장이었다.

▲ 여자바둑리그 데뷔전의 부담을 안고 초반 착수하고 있는 김수진 5단.



그러나 초반 우상귀 접전에서 송헤령 2단의 큰 착각이 일찌감치 나오면서 형세가 일시에 기울었다. 데뷔전의 부담감을 잊을 정도로 큰 우세. 이후 안정감 있는 운영으로 김수진 5단은 데뷔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 우세를 확립한 이후 김수진 5단은 무리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끝까지 우세를 지켜서 승리까지 연결시켰다. 277수 끝, 흑 5집반승.



2번의 승리를 모두 3:0으로 이긴 서귀포 칠십리는 2승 1패이지만, 팀 개인승수가 많기 때문에 향후 팀 승수가 동률일 경우에 순위 경쟁에서 상당히 유리해졌다. 반면 최강의 전력으로 꼽히던 충남 SG골프는 개막전 패배에 이어, 이번에는 0:3으로 무너져서 1승 2패로 하위권에 쳐졌다. 물론 정규리그는 아직 멀었고 초반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앞으로 치고 나올 힘이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다만, 팀 내부에서 ‘우리가 왜 이러지?’라는 의심이 생기면 반전을 모색하기 힘들어질 수도 있다.

계속해서 11일 3라운드 4경기는 아직 패배가 없는 2승의 인제 하늘내린과 1승의 서울 부광약품이 대결한다. 박지은 : 권주리, 김미리 : 김채영, 이유진 : 장혜령의 대진이다. 1,2국이 1주전 : 2주전의 크로스 매치이고 3국이 3주전끼리의 동지명 맞대결이므로 승부는 3국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예상이 일반적이다. 그렇지만 2국 김미리 3단은 현재 용병과 주장 등 강자들을 연속으로 꺾으며 2연승으로 상승세이다. 따라서 4경기의 관전 포인트는 상승세의 김미리 3단과 최근 12일 동안 무려 7연승을 하고 있는 김채영 3단의 2국이다.




2018 엠디엠 여자바둑리그는 9개팀이 정규시즌에서 더블리그로 경기를 치러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5팀을 결정한 후, 스텝래더 방식으로 우승팀을 가린다. 정규시즌 경기는 3판 다승제로 1국은 제한시간 1시간의 장고대국, 2,3국은 제한시간 10분의 속기대국으로, 초읽기는 모두 40초 5회이다. KB바둑리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회기간이 짧기 때문에 총 5회의 통합라운드를 통해 5월 20일까지 정규시즌을 벌인 이후 포스트시즌을 치를 예정이다.

모든 경기는 매주 목,금,토,일 저녁 6시 30분부터 바둑TV를 통해 생중계 된다. 바둑TV는 케이블TV 및 통신사의 IP TV뿐만 아니라 네이버TV를 통해서도 감상할 수 있다.

팀상금은 1위 5,000만원, 2위 3,000만원, 3위 2,000만원, 4위 1,000만원, 5위 500만원이고, 팀상금과 별도로 매판 승자 100만원, 패자 30만원의 대국료가 지급된다.


▲ 김신영 초단은 2라운드에서 동갑내기 박지연 5단에게 이겼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 조승아 초단은 아직 입단한 지 16개월도 채 안됐지만 여자 기사 중 10위에 랭크되어 있는 강자. 2주전이지만 1주전급 선수이다.


▲ 전승을 목표로 한다고 했던 최정 9단은 3라운드에서 오정아 3단에게 덜미가 잡히면서 일찌감치 목표가 무산됐다.


▲ 승리 후의 인터뷰는 항상 즐겁기 마련. N행시 낭독 때 진행자가 살짝 놀려도 해맑게 웃고 있는 오정아 3단.


▲ 송혜령 2단의 바둑은 알기 쉽고 깔끔하게 두는 편인데, 오늘처럼 초반에 한번 실수가 나오면 너무 쉽게 무너져서 끈질김이 부족한 인상을 줄 때가 있다.


▲ 데뷔전인 만큼 초반에는 많이 긴장했었다는 김수진 5단. 데뷔전을 승리로 장식한 후 맑은 웃음을 띠었다.


▲ 김신영 초단의 대국이 끝나고 검토실에 오자 이용찬 감독이 패인을 분석해 주고 있다.


▲ 조승아 초단은 승리하고 검토실에 돌아와서는 친한 동생인 권가양(권주리 초단의 동생) 양의 무릎에 앉아서 검토를 했다. 둘이 너무 닮아서 같이 다니면 쌍동이 소리를 듣는다고 한다.


▲ 배윤진 캐스터는 매번 승자와의 인터뷰에서 N행시 낭독을 시키며, 어떻게 하면 시청자에게 재미를 줄까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


▲ 형세만 묻겠다는 배윤진 캐스터의 말에 인터뷰를 수락했던 충남 SG골프의 송지훈 코치. 막상 N행시 낭독까지 시키자 방송 인터뷰의 어려움에 비지땀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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