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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부광약품, 삼척 해상케이블카 꺾고 하루 만에 단독선두 탈환

등록일 2020.06.06

6월의 6일(현충일) 오후 6시 30분, 서울 홍익동 소재 한국기원 지하1층 바둑TV 스튜디오에서 권효진 감독이 이끄는 서울 부광약품과 이용찬 감독의 삼척 해상케이블카의 3라운드 3경기가 이어졌다.

서울 부광약품은 초반 2연승으로 선두권을 달리며 지난해의 부진을 털고 전통의 명문으로 복귀하는 분위기이고 시니어리그에서 옮겨온 삼척 해상케이블카는 1라운드 여수 거북선에게 참패한 수모를 2라운드 포항 포스코케미칼을 상대로 되갚으며 전열을 가다듬은 상태. 특히 대 포스코케미칼전에서는 1지명 조혜연이 빠져 3지명 이민진과 새내기 둘(2지명 김은지, 4지명 유주현)을 출전시킬 수밖에 없었던 악조건을 극복하고 3-0 대승을 거둬 한껏 기세가 오른 상황이다.

김민희 심판위원의 대국개시 선언과 함께 시작된 이 경기의 오더를 보면, 제1국(장고대국), 제2국은 새내기들의 시험무대. 제1국은 2라운드에서 여수 거북선의 2지명 송혜령을 꺾어 파란을 일으킨 서울 부광약품의 새내기 정유진(4지명)이 삼척 해상케이블카의 맏언니 이민진(3지명)과 맞서고 제2국에선 삼척 해상케이블카의 새내기 김은지(2지명)가 서울 부광약품의 에이스 김채영과 겨룬다. 김은지도 2라운드에서 포항 포스코케미칼의 권주리(3지명)를 꺾어 첫 승을 올렸으나 1라운드에선 여수 거북선의 1지명 김혜민에게 완패해 이번 대국이 제대로 된 시험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각각 첫 대결.

제3국은 삼척 해상케이블카의 1지명 조혜연과 서울 부광약품의 2지명 김미리의 격돌. 두 선수는 각각 올해 소속팀이 바뀌었다. 상대전적에선 조혜연이 5승 3패로 앞서 있으나 김미리가 팀을 옮겨 승승장구하는 데 반해 조혜연은 첫 승에 목이 마를 만큼 안팎의 악재에 시달리고 있어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바둑TV 해설진(진행-김여원, 해설-백홍석)의 선택은 제2국. 제1국은 코로나19로 연기됐다. 출전자가 감염된 상황은 아니고 코로나19 확진자가 들른 왕십리 한 식당에 정유진과 함께 공부하는 바둑도장의 원생이 갔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검진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검진결과가 나와야 연기대국의 일정도 잡힐 것 같다(일요일 경기에 출전하게 될 부안 곰소소금의 김상인도 마찬가지).

‘괴물신인’ 김은지의 시험무대로 관심을 모은 제2국은 서울 부광약품의 에이스 김채영의 완승. 김은지는 공격과잉으로 패했던 1라운드 여수 거북선의 1지명 김혜민과의 대결을 반성이라도 하듯 시종 조심스러운 행마로 일관하다 좌하일대 백 대마를 공략해야 할 기회를 놓치면서 완패했다. 여자바둑리그에서만큼은 원톱 최정에 버금가는 전과를 자랑하는 김채영은 이 대국의 승리로 자신의 통산 300승을 기록해 팀으로부터 꽃다발과 케이크를 받는 기쁨을 만끽했다.

제3국도 서울 부광약품의 김미리가 이겨 연기된 제1국의 결과와 상관없이 서울 부광약품의 승리가 확정됐다. 애초 조금이라도 유리할 것이라 예상됐던 삼척 해상케이블카의 1지명 조혜연은 초반부터 의욕 넘치는 반면운영으로 첫 승리를 향한 투지를 보였으나 오히려 그 간절함이 독이 된 듯 승부를 서두르다 난조에 빠졌다. 우하귀 접전에서 실리의 손해를 자초했고 좌하 쪽 전투에서도 ‘올인’에 가까운 초강수를 터뜨려 일찌감치 승부를 걸어갔으나 김미리의 침착한 방어벽을 뚫지 못했다. 결국, 대마 사활이 걸린 패를 방치한 채 중앙에서 악전고투를 벌이다 무너졌다. 승리한 김미리는 김채영과 함께 나란히 리그 3연승을 기록하며 하루 만에 팀의 단독선두 탈환을 결정했다.

2020 여자바둑리그는 8개 팀이 더블리그(14라운드) 총 56경기, 168국으로 3판 다승제(장고 1국, 속기 2국)로 겨루며 두 차례의 통합라운드를 실시한다. 9월에 열리는 포스트시즌을 통해 정규리그 상위 4개팀이 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챔피언결정전으로 열리는 스텝래더 방식으로 여섯 번째 우승팀을 가려내는데 단판으로 열렸던 준플레이오프는 2경기로 늘렸다. 3위 팀은 1경기 승리 또는 무승부일 때, 4위 팀은 2경기 모두 승리해야만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을 수 있다.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은 전년과 동일한 3경기로 열린다. 바둑TV를 통해 매주 월~목요일 오전 10시에 중계됐던 여자바둑리그는 이번 시즌부터 목~일요일 오후 6시 30분으로 옮겨 더 많은 팬들의 관심을 받게 됐다.

2020 한국여자바둑리그의 상금은 각 순위별 500만원 인상해 우승팀에게는 5500만원이, 준우승 3500만원, 3위 2,500만원, 4위 1,500만원이 주어진다. 우승상금과 별도로 책정되는 대국료는 전년과 동일한 승자 100만원, 패자 30만원이다.

▲ 삼척 해상케이블카 이민진과 서울 부광약품 정유진의 제1국은 연기됐습니다. 김민희 심판위원.


▲ 삼척 해상케이블카의 2지명으로 발탁된 새내기 김은지. 목표는 '에이스의 관문 돌파'. 1라운드 여수 거북선의 김혜민에게는 과도한 공격으로 자멸했다. 서울 부광약품의 김채영을 상대로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까?


▲ 여자바둑리그에서만큼은 '원톱' 최정에 버금가는 위상을 가진 서울 부광약품의 김채영. 리그 3연승을 향한 힘찬 착수!


▲ 서울 부광약품의 팀워크는 자타가 인정한다. 권효진 감독의 연구실에서 가져온 대형 모니터에는 형세를 낱낱이 분석해주는 AI바둑신이 계신다고.


▲ 인제 하늘내린 1지명의 책임감 때문에 부담이 컸던 김미리는 서울 부광약품의 2지명으로 옮긴 뒤 전혀 다른 안정감을 보여주고 있다.


▲ 첫 승의 갈증, 목이 탄다. 책임감이 유독 강한 삼척 해상케이블카의 1지명 조혜연. 승부와 일상의 안팎에서 많은 악재로 시달리고 있다. 심리적 안정이 최우선 과제.


▲ '리그의 여왕'은 강했다. 김은지가 특유의 공격력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주춤거리는 사이에 전국을 장악하고 그대로 밀어붙여 승리했다. 통산 300승.


▲ 역시 완급조절이 문제다. 1라운드에선 지나친 공격으로 화를 부르더니 이번 경기에선 너무 움츠려서 패한 김은지. 좌하 쪽 백 대마를 제대로 공략했다면 만만치 않은 승부였다.


▲ 에이스 김채영과 서울 부광약품의 확실한 '원투펀치'를 구축한 김미리. 3연승으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 조혜연의 문제는 언제나 과잉이다. 1지명으로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책임감과 투지의 과잉은 독이다. 바둑은 균형의 승부이고 먼저 마음의 균형을 잃는 쪽이 진다.


▲ 선수도 몰랐던 300승 대기록을 알아서 챙겨주는 팀이 서울 부광약품이다. 김채영, 감격의 꽃다발과 케이크. 잘나가는 팀은 다 이유가 있다.


▲ 아무리 마스크의 시대라도 대기록 축하케이크의 불꽃은 꺼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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