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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EDGC, 천신만고 끝에 서귀포 칠십리 뿌리치고 5위 유지

등록일 2020.07.19

7월 19일(일요일) 오후 6시 30분, 서울 홍익동 소재 한국기원 지하1층 바둑TV 스튜디오에서 9라운드 4경기가 이어졌다. 지난해 서울의 신생팀으로 출범한 뒤 올해 연고지를 바꾼 인천 EDGC(조연우 감독)는 들쭉날쭉하면서 묘하게 중위권을 유지해온 팀. 2019 시즌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3위까지 진격한 서귀포 칠십리(이지현 감독)는 용병 없이 국내선수들로만 꾸려와 이번 시즌에는 더 좋아질 팀으로 예상됐는데 의외로 최하위까지 추락했다.

공개된 대진오더는 전반기의 속편. 오정아(서귀포 칠십리 1지명, 3승 5패)와 박태희(인천 EDGC 2지명, 3승 4패)가 맞붙은 제1국, 조승아(인천 EDGC 1지명, 5승 3패)와 박지연(서귀포 칠십리 2지명, 5승 3패)가 마주친 제2국 모두 리턴매치다. 전반기엔 1, 2지명의 크로스매치에서 <인천 EDGC>가 2-0으로 이겼다. <서귀포 칠십리>는 4지명 김수진이 <인천 EDGC>의 3지명 강지수를 꺾어 팀의 영패를 막았는데 제3국만 상대가 김은선으로 바뀌었다.

포스트시즌 희망의 불씨를 키우려면 더 이상 패배를 허용해선 곤란한 <서귀포 칠십리>로서는 전반기의 설욕을 겸한 승리가 절실하다. 일단, 제1국(오정아 2-1 박태희), 제2국(박지연 0-2 조승아), 제3국(김수진 6-4 김은선)의 상대전적에서 간발의 차이나마 앞서 있고 직전 경기에서 에이스 오정아가 자기 스타일대로 승리하며 부진을 벗어나는 모습을 보여 희망을 가져볼 만하다. 관계자들은 일찌감치 김수진(서귀포 칠십리)과 김은선(인천 EDGC)의 제3국을 이경기의 ‘승부판’으로 보고 있다. 물론, 제1, 2국에 출전 두 팀의 1지명(상대전적도 앞서 있다)들이 승리한다는 전제다.

6시 30분, 박승현 심판위원의 경기 규정 설명을 거쳐 제1, 2국이 시작되고 바둑TV 해설도 시작됐다. 중계방송 진행은 배윤진 캐스터와 홍성지 해설위원.

제2국이 끝났다. 예상대로 <인천 EDGC>의 1지명 조승아가 상대전적 2-0으로 앞서있던 <서귀포 칠십리>의 2지명 박지연을 물리쳤다. 중반까지는 흑을 쥔 박지연이 기분 좋은 흐름이었는데 중앙접전에서 완착을 범해 상변부터 좌상 쪽까지 길게 이어진 흑 대마가 차단돼 사활을 위협당하면서 순식간에 형세가 뒤집어졌다. 흑 대마 압박으로 승기를 잡은 조승아는 이후 철저한 안전운행으로 국면을 정리하고 중앙 흑 3점을 끊어 삼키면서 우변을 크게 차지해 사실상 승리를 결정했다. 박지연도 괴로운 국면을 견디면서 최선을 다해 추격했으나 조승아가 사소한 변화의 여지라도 있는 곳은 모조리 물러서면서 빗장을 걸어 차이를 좁히는 데 그쳤다. 212수 백 불계승.

장고대국으로 펼쳐진 제1국도 예상대로 <서귀포 칠십리>의 1지명 오정아가 상대전적 2-1로 앞선 <인천 EDGC>의 2지명 박태희를 제압했다. 중반 초입, 흑(박태희)의 세력권이었던 우반부에서, 백이 우상귀를 크게 도려내고 흑의 외벽이 쌓인 우변마저 뛰어들어 활개를 치고 살면서 일찌감치 백 쪽으로 형세가 기울었다. 제2국이 끝날 무렵 다시 살펴본 제1국 종반의 형세는, 오정아가 AI 승률 90%를 넘어서고 있었다. 마지막 끝내기까지 이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원인 모를 부진에 빠져 있던 오정아가 직전 경기부터 두터운 반면운영으로 전국을 장악하는 자신의 스타일로 승리, 자신감을 회복했기 때문에 <서귀포 칠십리>도 전반기와는 다른 후반기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208수 백 불계승.

제3국은 심장싸움이었다. 제1, 2국에서 각각 팀의 1지명들이 승리했고(제2국) 승리가 확실한(제1국) 상황에서 제3국이 시작돼 김은선(인천 EDGC)과 김수진(서귀포 칠십리) 두 선수 모두 자신의 손에 팀의 운명이 걸려있다는 걸 알고 대국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대국은, 상변을 크게 장악하고 우변에 터를 잡으면서 상변부터 중앙으로 흘러나온 흑 대마를 압박했던 김수진(백)이 압도적으로 좋았고 그 상황은 종반까지 지속됐다. 냉철하게 흑 대마를 잡으러갔으면 승부가 일찍 끝날 수도 있는 상황에서 형세를 낙관한 김수진이 타협의 여지를 남기며 조금씩 물러섰고 대마 사활을 방치한 채 큰 곳을 선행하며 버티던 김은선이 기어이 우변에서 승부수를 작렬시켜 일거에 형세를 뒤집었다. 팀의 운명을 안고 격돌한 심장싸움이라 종반에도 두 선수 모두 실수가 많았으나 마지막 실수는 김수진의 손에서 나왔고 그 실수가 하변 반패의 팻감 하나 부족으로 귀결됐다. 처절한 승부의 끝은 반집이었다. 압도적으로 유리했던 김수진은 최악의 코스를 밟아 패배의 늪으로 추락했고 도저히 이길 수 없을 것 같았던 김은선은 단 하나뿐인 승리의 물길을 찾아내 반집의 승리를 길어올렸다. 297수 흑 반집승.

승리한 <인천 EDGC>는 5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1위 <보령 머드>를 제외한 2~5위 팀(모두 5승 4패)의 치열한 중위권싸움에 합류했고 승리를 눈앞에 두고 아쉽게 패한 <서귀포 칠십리>는 2승 7패,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의 벼랑 끝으로 몰렸다.

2020 여자바둑리그는 8개 팀이 더블리그(14라운드) 총 56경기, 168국으로 3판 다승제(장고 1국, 속기 2국)로 겨루며 두 차례의 통합라운드를 실시한다. 9월에 열리는 포스트시즌을 통해 정규리그 상위 4개팀이 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챔피언결정전으로 열리는 스텝래더 방식으로 여섯 번째 우승팀을 가려내는데 단판으로 열렸던 준플레이오프는 2경기로 늘렸다. 3위 팀은 1경기 승리 또는 무승부일 때, 4위 팀은 2경기 모두 승리해야만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을 수 있다.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은 전년과 동일한 3경기로 열린다. 바둑TV를 통해 매주 월~목요일 오전 10시에 중계됐던 여자바둑리그는 이번 시즌부터 목~일요일 오후 6시 30분으로 옮겨 더 많은 팬들의 관심을 받게 됐다.

2020 한국여자바둑리그의 상금은 각 순위별 500만원 인상해 우승팀에게는 5500만원이, 준우승 3500만원, 3위 2,500만원, 4위 1,500만원이 주어진다. 우승상금과 별도로 책정되는 대국료는 전년과 동일한 승자 100만원, 패자 30만원이다.

▲ 박승현 심판위원의 대국개시 선언.


▲ 대국장 전경. 제1,2국이 6시 30분에 시작되고 제3국은 8시 30분에 이어진다.


▲ 제1국에 출전한 <인천 EDGC>의 '돌주먹' 박태희. 전반기에는 <서귀포 칠십리> 1지명 오정아를 이겼다. 리턴매치.


▲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는 법이지. 각오는 돼있겠지? 리터매치는 절대 양보할 수 없어. 직전 경기부터 두터운 반면운영으로 전국을 장악하는 자기 스타일을 되찾은 것으로 보이는 오정아(서귀포 칠십리 1지명).


▲ 두 번이나 이겨갔으면 됐지, 한 번쯤은 양보해야지? 제2국에 출전한 <서귀포 칠십리> 2지명 박지연도 <인천 EDGC> 1지명 조승아를 향한 리벤지매치다.


▲ 아유, 두 번갖고 뭘..우리 팀 아직 배고파요. 제한시간을 효율적으로 나눠 쓰는 능력이 발군인 <인천 EDGC> 1지명 조승아. 초읽기에 쫓겨 실수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 4지명들의 대결이라고 우습게 보지 마라. 관계자들은 일찌감치 김은선(인천 EDGC)과 김수진(<서귀포 칠십리)의 제3국이 9라운드 4경기의 운명을 가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 심심찮게 상위랭커를 잡는 <서귀포 칠십리>의 슈퍼4지명 김수진. 대 김은선전 6승 4패로 한발 앞서 있는데..


▲ 제2국은 조승아의 승리로 끝났다. 중반 중앙접전에 이르기까지는 박지연의 페이스였는데 중앙에서 형세가 뒤집혔다. 조승아는 한번 우위를 점하면 좀처럼 역전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만큼 우세한 대국을 정리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중앙전 이후 가장 간명한 마무리 절차를 밟아 깔끔하게 끝냈다.


▲ 두텁고 유연한 기풍의 오정아가 돌아왔다. 직전 경기도, 이번 제1국도 자기 스타일로 전국을 주도하고 끝냈다.


▲ 제3국은 심장싸움이었고 좀 더 강한 심장을 가진 <인천 EDGC> 김은선이 최후에 웃었다. 관전석에서 볼 때 도저히 이길 수 없는 바둑을 뒤집고 또 뒤집어 반집의 승리를 끌어냈다. 단연, 오늘의 주인공이다.


▲ 9라운드 4경기가 끝난 현재 각 팀 순위. 5승 4패를 기록한 2~5위 중위권의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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