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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준, "최정 누나만 피해달라고 했는데..."

등록일 2020.11.30

2020-2021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라운드 4경기
한국물가정보, 컴투스타이젬에 3-2 신승


"신민준 선수가 최정 누나만은 피해달라고 했는데...어린 감독답지 않게 상대의 허를 찌르는 면이 있는 것 같다."(한국물가정보 한종진 감독)

"사실은 박하민 선수를 겨냥했는데 신민준 선수가 덜컥 걸려들었다."(컴투스타이젬 안형준 감독)

은근히 뼈가 실린 두 감독의 말 펀치로 시작된 디펜딩 챔피언과 신생팀 간의 대결에서 디펜딩 챔피언이 관록을 보였다. 29일 저녁 바둑TV에서 열린 2020-2021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라운드 4경기에서 한국물가정보가 컴투스타이젬을 3-2로 꺾고 2연패를 향한 시동을 걸었다.

▲ 지난 시즌 통합 우승을 이룬 한국물가정보와 새 팀으로 들어온 컴투스타이젬이 1라운드 4경기에서 맞섰다.


신승(辛勝)이었다. 한국물가정보가 먼저 2승을 가져갔으나 컴투스 타이젬이 두 판을 따라 붙으면서 2-2. 마지막 5국에서 강동윤이 2시간 30분의 숨막히는 접전 끝에 나현을 물리치면서 한국물가정보가 가까스로 승리를 안았다. 전기 챔프의 관록을 보여준 결과랄 수 있지만 신생팀 컴투스타이젬의 저력도 예상을 뛰어넘었다.

속기 3국으로 펼쳐진 신민준-최정 전에 모든 관심이 집중됐다. 홍일점리거로 늘 화제를 몰고 다니는 최정이고 상대가 랭킹 3위의 1지명 신민준이었으니 그럴 만했다. 여기에 이변을 기대하는 구경꾼들의 구미를 자극하듯 최정이 일찌감치 신민준을 압도해가자 관전의 열기 또한 급속도로 올라갔다.

▲ 궁지에 몰린 신민준은 대국 도중 '마지막 아홉'에 집게 집듯 황급히 돌을 갖다 놓는 모습까지 보였다.


하변에서 성급히 수를 내고자 한 것이 역전의 빌미를 줬다. 이를 계기로 신민준이 복잡한 퍼즐을 풀어가듯 전판을 엮어가기 시작했고 1시간 반이 지나자 이번에는 최정이 거꾸로 손을 쓸 수 없는 형세가 됐다. 뭔가에 홀린 듯한 패배. 스스로도 피식 웃음이 나오는 결과였다.

"초반 상변에서 맘에 들지 않는 진행이 펼쳐져서 이 바둑은 이기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후반 들어 조금씩 따라가다 보니 기회가 생기기 시작했다"는 신민준 9단의 국후 감상이 있었다.

▲ 검토실로 돌아온 최정 9단의 일성은 "유리한 바둑 이기기가 쉬운 줄 알어!"였다.


'불리해졌을 때가 강동윤은 시작'...일요일 밤을 달군 역전 드라마

한국물가정보는 신민준의 선제점에 이어 장고B(1시간)에서 안정기가 한승주를 물리치면서 2:0으로 앞서갔으나 이후는 타이젬컴투스의 추격이 거셌다. 장고A(2시간)에서 주장 이영구가 박하민을, 이어 심재익이 허영호를 꺾으면서 2:2, 금새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사전에 승부판으로 지목된 4국의 양팀 2지명 대결이 진짜 승부판이 됐다. 중반까지는 유연한 대세관을 선보인 나현의 우세. 하지만 이후 돌이 얽히면서 복잡해지자 찹쌀풀보다 끈덕진 강동윤의 장기가 발휘되기 시작했다. 종당에는 숨막히는 반집 승부의 양상. 밤 11시 갑작스레 나현이 돌을 거둔 것이 오히려 모두를 놀라게 했다.

▲ 끝내기 들어 체념의 표정을 짓고 있던 나현(왼쪽)은 어찌해도 반집을 진다고 보고 항서를 쓴 것. 하지만 양팀 검토실에선 여전히 계가에 여념이 없는 상황이었고, 중계석에선 "아니 이렇게 둘 데가 많은데 벌써!"하며 나현의 계산력을 칭찬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로써 뜨거운 관심 속에 열렸던 1라운드 네 경기가 끝났다. 모두 3-2 스코어다. 참가 8개팀의 전력이 두꺼운 백지 한 장 차이도 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면서 올 시즌이 다수의 예상대로 흘러가지만은 않을 것임을 암시하는 대목. 바둑리그는 내주 목요일(12월 3일) 한국물가정보-킥스의 대결을 시작으로 2라운드의 포문을 열어젖힌다.

2020~2021 KB리그의 팀상금은 우승 2억원, 준우승 1억원, 3위 6000만원, 4위 3000만원. 상금과는 별도로 정규시즌 매판 승패에 따라 장고판은 360만원과 70만원, 속기판은 320만원과 60만원의 대국료를 지급한다.

▲ 장고 A: 각 2시간, 장고B: 각 1시간, 속기: 10분, 40초 초읽기 5회


▲ 바둑리그 역대 최연소 안형준 감독(31세.왼쪽)과 2012년 감독 데뷔 당시 33세로 최연소 기록을 세웠던 한종진 감독이 나란히 카메라 앞에 섰다.


▲ 대표적인 '속기 전문' 이영구 9단(오른쪽)이 2시간 장고대국에 출전해 박하민 7단을 꺾었다. 상대전적 2패 후의 1승.


▲ 양팀의 '키맨'이 맞닥뜨린 첫 대결에서 안정기(오른쪽)가 한승주에게 승리.


▲ 최근 상승세의 심재익(오른쪽)이 허영호에게 물샐틈없는 승리를 거두며 존재감을 보였다.


▲ "정아, 보고 있지(?)" 이번 시즌 부인 오정아 4단과 한 팀이 되어 뛰는 이영구 9단의 기도하는 듯한 자세


▲ 컴투스타이젬은 선발식에서 4지명으로 최정을, 퓨처스 선수로 오유진.오정아를 지명하면서 여자리그의 스타기사를 쓸어담다시피했다. 자연 이날 검토실에도 많은 여자기사들이 방문하면서 경기 내내 웃음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 지난 시즌의 주전 5명을 모두 보유하고 2연패에 나선 한국물가정보.


▲ "후반기에도 최정 9단과의 만남은 피하고 싶다"는 신민준 9단과 팀의 4지명 안정기 6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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