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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 신민준 九단 

등록일 2023.04.211,162

▲크라운해태배 챔피언 신민준 九단이 기종표 크라운해태홀딩스 상무(왼쪽)에게 우승 트로피와 상금보드를 받았다
▲크라운해태배 챔피언 신민준 九단이 기종표 크라운해태홀딩스 상무(왼쪽)에게 우승 트로피와 상금보드를 받았다

신민준 九단을 보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리버풀의 ‘의적 본능’이 생각난다.

그간 신민준의 이미지는 강팀에 강하고 약팀에 약한 면모를 보인 리버풀의 ‘의적풀’ 행보를 보일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사실 제대로 발동이 걸린 신민준 九단을 만나면 ‘넘사벽’ 그 자체다. 

2021년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결승에서 중국랭킹 1위 커제(柯潔) 九단이, 지난해 SG배 한국일보 명인전 결승에서 국내랭킹 1위 신진서 九단이 신민준의 벽에 무너졌다.

그런데 의외의 상대에게 종종 발목이 잡히는 일은 줄곧 신민준 九단의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돼왔다.

지난 2월에도 YK건기배 2차 예선 1회전에서 중도 탈락하며 이변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프로들은 모두 한칼씩을 갖고 있기에 언제든 지는건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문제는 이런 일이 너무 자주 일어난다는 것이고, 신민준 九단의 고질병 중 하나로 꼽혀왔다.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의적 본능’을 버리고 ‘킬러 본능’이 필요한 시점에서 신민준 九단이 크게 포효했다.

2월 5일 한국기원 바둑TV스튜디오에서 열린 2022 크라운해배태 결승3번기 2국에서 신민준九단이 박건호 六단에게 146수 만에 백 불계승하며 종합전적 2-0으로 대회 첫 우승에 성공했다. 신민준 九단은 하루 전 열린 1국에서도 235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뒀다.

그동안 신민준 九단은 크라운해태배 8강 진출이 최고 성적일 정도로 별 인연이 없었다. 후원사시드를 받고 여섯 번째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문민종 六단, 박지현 三단, 최원진 初단, 금지우 四단을 연파하고 결승에 올랐고, 결승3번기에서 박건호 六단에 승리하며 어렵게 찾아온 행운을 우승으로 연결지었다. (관련 상보 44쪽)

‘발동 걸리면 막을 사람이 없다’
크라운해태배 첫 우승컵을 손에 쥐면서 국내기전 2관왕에 오른 신민준 九단은 2012년 입단 이래 7번째 우승 기록을 찍었다. 그러나 아직 전성기는 오지 않았다는 본인의 말처럼, 신민준 九단은 아직 많이 배가 고프다. 또 다른 우승 트로피를 정조준하고 있는 신민준 九단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 3년 연속 타이틀을 획득했다. 올해도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는데…
“사실 요 몇 년 사이 타이틀을 따고는 있지만 전체적인 성적은 조금 아쉽게 느껴진다. 올해는 세계대회에서 더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고 특히 아시안게임에서 잘 하고 싶다.”

- 주변에서 신민준 九단을 ‘발동 걸리면 막을 사람이 없다’고들 평한다. 신진서ㆍ커제 九단도 이기지만 가끔은 생각지도 못한 상대에게 덜미를 잡히는 등 기복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저도 한동안 그렇지 않나 생각했는데, 조금씩 보완이 되고 있어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 LG배와 명인전에서 커제와 신진서 九단을 이길 당시 제가 느끼기에도 컨디션이 정말 좋다는 느낌을 받았다. 종종 그런 느낌이 올 때가 있는데 컨디션이 올라가면 더 날카로워지면서 마음도 편안해지고 잘 흔들리지 않았던 것 같다. 제가 좋았을 때의 느낌을 잊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 크라운해태배 우승 후 인터뷰에서 아직 전성기가 아니라고 했다. 그럼 전성기는 언제쯤으로 생각하고 있고, 전성기라면 타이틀 몇 관왕, 랭킹 몇 위까지를 예상하는지?
“올해부터 앞으로 3년을 전성기로 만들어 보겠다. 원래 랭킹 1위가 목표였지만 지금은 조금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고, 랭킹점수보다는 세계대회에서 적어도 3번 정도 더 우승하고 싶다.”

- 올해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있다. 국가대표 활동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아울러 각오를 듣고 싶다.
“매일은 아니지만 대국이 없는 날은 최대한 국가대표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아시안게임이 갑자기 연기돼 당시에는 조금 김이 빠지기도 했지만 올해 다시 열리는 만큼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더 많이 늘었으니 오히려 더 좋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목표는 무조건 금메달을 따는 것이다. 단체전과 함께 열리는 개인전에도 출전하고 싶다. 개인전은 4월쯤 열리는 선발전에서 단체전 선수 6명 가운데 2명을 뽑는다고 알고 있다.”

- 가장 애착이 가는 기전이 궁금하다. 꼭 우승하고 싶은 대회가 있을 것 같은데….
“입단할 때도 말했던 것 같은데 항상 응씨배 우승이 목표다. 우승자 면면을 보면 정말 대단한 분들이 우승하기도 했고, 예전부터 바둑 올림픽 같은 느낌을 많이 받아 꼭 한 번 우승해 보고 싶다.”

- 메이저 세계대회 챔피언에도 올랐고 바둑리그MVP도 수상했지만 한해를 결산하는 바둑대상 MVP와는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언제쯤 신민준 九단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
“그러고 보니 바둑대상 시상식에는 2017년 기량발전상 수상 말고는 참석 기회가 없었다. 그래도 앞으로 한번은 볼 수 있지 않을까(웃음). 저도 임팩트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앞으로 더 노력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기회는 올 것이라 생각한다.

- 동료들 중 누구와 가장 친한가. 만나면 주로 뭘하는지?
“두루두루 다 친하게 지내고 있다. 아무래도 많이 어울리는 또래들, 그리고 자주 훈련하며 부대끼는 상위권 기사들과 더 친한 것 같다. 여유로울 때는 가끔 술도 마시기는 하지만 그리 즐기는 편은 아니다. 만나면 바둑 이야기 보다는 살아가는이야기, 주변 이야기를 주로 한다.”

- 바둑 말고 관심사가 있다면. 대국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는지.
“바둑 외에 딱히 관심 있는 분야는 없는 것 같다. 스트레스는 집에서 릴렉스하게 지내면서 푹 쉬는 것으로 푼다. 올해도 초반부터 그다지 잘 풀린 느낌은 아닌데, 그럴수록 시간이 더 필요한 것같다.”

- 우승 후 부모님이 특별한 말씀을 해주셨나? 어떤 아들이 되고 싶은가?
“바둑 결과에 대해서는 가타부타 별 말씀을 하시지 않는 편이다. 저를 위해서 그렇게 해주신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지금까지 신경을 많이 써주셔서 제가 바둑 하는데 부모님께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던 것 같다. 저한테 기대가 굉장히 크신데 큰 기대가 살짝 부담도 되지만 기대에 보답할 수있도록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글/차영구 편집장·사진/이주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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