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원

바둑뉴스

보도자료

중구난방 중국 인명 표기, 국립국어원 표기법으로 통일

등록일 2012.10.081,961

▲'콩지에'는 '쿵제'로 바꿔 표기한다.
▲'콩지에'는 '쿵제'로 바꿔 표기한다.

재단법인 한국기원은 566돌을 맞는 한글날에 맞춰 보도자료와 각종 자료 등 공식배포문서의 중국어 표기법을 국립국어원의 견해와 한글맞춤법상의 외래어 준칙원칙에 맞춰 표기합니다.


그동안 바둑계는 중국과 대만의 인명을 언론에 따라 제각각으로 표기해왔습니다.


한국기원은 앞으로 중국(대만)인 인명을 국립국어원의 권유와 본원의 판단을 합한 아래의 원칙에 따라 표기합니다.

 


■중국 및 대만인 인명 표기원칙

 

1.최대한 현지음에 가깝게 표기한다.

2.가급적 단순화한다.

3.한자(漢字)하나에 하나의 표기를 원칙으로 한다.

4.성조(聲調)는 인정하지 않는다.

5.국적에 따른다

 


몇가지 실례를 들어 앞으로의 표기원칙을 밝힙니다.


2.의 원칙에 따라 ‘孔杰’은 ‘콩지에’에서 ‘쿵제’로, ‘謝赫’은 ‘씨에허’에서 ‘셰허’로 바꿉니다. ‘니우위티엔’이었던 ‘牛雨田’도 ‘뉴위톈’으로 적겠습니다.


‘杰’은 ‘제’로 표기됨에 따라 ‘장웨이지에’로 적던 ‘江維杰’은 ‘장웨이제’로 표기합니다. 3의 원칙에 따른 것입니다.


5.의 원칙에 의거, 조선족이라는 이유로 ‘박문요’, ‘송용혜’로 표기하던 ‘朴文垚’와 ‘宋容慧'는 각각 ‘퍄오원야오’, ‘쑹룽후이’로 적습니다. 한국국적이면서 대만에서 입단한 이정빈과 이진웅은 한국식으로 적습니다. 일본기원에서 활약하는 대만국적의 ‘張栩’와 ‘謝依旻’은 ‘장쉬’와 ‘셰이민’으로 읽습니다. ‘셰이민’은 2의 원칙이 중복적용됩니다.


1과 4원칙은 이미 적용하고 있으므로 별도로 설명하지 않습니다.


같은 한자권인 일본국적 기사의 경우는 음독(音讀)이 아닌 훈독(訓讀)이므로 일본식발음 그대로 표기합니다. 그러나 일본기원에서 활약하는 한국인은 한국발음으로 적습니다. 조치훈(趙治勳)은 ‘쵸치쿤’이 아닌 ‘조치훈’, 조선진(趙善津)은 ‘쵸센진’이 아닌 ‘조선진’입니다.


600여명이 넘는 중국과 대만의 프로기사 명단은 전원 한국기원 홈페이지(www.baduk.or.kr)의 공지사항에 올립니다.


나름대로의 원칙은 정했지만 원칙이 상충하는 경우도 있고 원칙이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언어는 수학이 아닌지라 정해진 틀에 가두어 놓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넓은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한편 중국이 주최하는 대회명의 표기에 대해서는 아직 원칙을 수립하지 못해 추후 국립국어원에 자문을 구한 이후 발표할 예정입니다.


(재)한국기원은 2009년도에도 한글날을 맞이하여 한자로 표기하던 프로기사 명패와 각종 현수막을 전면 한글로 교체한 바 있습니다. 한국기원은 앞으로도 우리말과 우리글을 사랑하는데 앞장 서겠습니다.


참고로 한국기원에서 발행하는 월간『바둑』10월호에 바둑기자단 간사인 경향신문 엄민용 기자가 쓴 <중국 인명․지명은 현지 발음으로 적는 게 원칙이다>라는 기고문을 아래에 소개합니다.


※상기의 원칙은 (재)한국기원만의 원칙입니다. 또한 국립국어원이 표기법원칙을 변경하는 경우, 바뀔 수있습니다.


<중국 인명․지명은 현지 발음으로 적는 게 원칙이다> 


글/엄민용(경향신문 기자)


남의 나라 말을 자국의 언어로 완벽하게 표기할 수는 없다. 언어에 담긴 사상이나 언어가 생긴 배경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흔히 쓰는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한곳에 안주하지 말고 자신을 계속 연마하며, 뭔가 새로운 변화를 꾸준히 추구해야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와 같은 말로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는 표현도 쓰인다. 그러나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는 말의 본래 뜻은 그런 게 아니다. 이 말은 우리 속담이 아니다. 영국의 것이다. 그 나라에서는 좁게는 “여기저기 전전하는 사람은 저축을 하거나 책임질 일을 할 수 없다”는 뜻으로 쓰인다. 한 우물을 파지 못하는, 그래서 사람들과의 사이에 깊이가 없고, 하는 일에 전문성이 없다는 의미로도 사용된다.


우리가 쓰는 것과는 확연히 다른 뜻이다. 이러한 의미 차이는, 영어권의 나라에서는 이끼가 전통이나 세월의 비유적 언어로 쓰이는 반면 우리 언어에서는 낡거나 썩어가는 상징으로 쓰이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영국 대저택의 담장 곳곳에 낀 이끼는 세월의 그윽함을 보여주지만 우리 한옥 담벼락의 이끼는 사람의 손길이 떠났음을 뜻한다고나 할까


단어의 뜻이나 상징성이 이렇게 다르고, 표현에 담긴 의미가 나라마다 다른 것이 언어다. 외국어를 배우는 것도 그런 차이를 알기 위함이고, 외국어 공부가 어려운 것은 그런 차이를 온전히 다 배워 자유자재로 사용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의 말을 귀와 입으로 익히기도 힘든데, 그것을 자국의 언어로 그대로 옮기기는 더욱 힘들다. 아니, 아예 불가능하다.


한 예로 리을(ㄹ)과 히읗(ㅎ)의 중간 발음이라는 프랑스·포르투갈의 ‘R’은 우리 언어체계에서는 쓸 수가 없다.


‘불독(bulldog)’과 ‘핫도그(Hotdog)에서 같은 말 ‘dog’를 우리가 ‘독’과 ‘도그’로 구분해 쓸 필요가 있고, 실제로 그네들도 달리 발음하느냐는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이 때문에 현행 외래어표기에서는 ‘dog’의 바른 표기를 ‘도그’로만 삼고 있다. 즉 영국이 원산지인, 사나운 개는 ‘불독’이 아니라 ‘불도그’다.


결론적으로 외래어는 현지 발음대로 정확히 적을 수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저마다 자기들의 기준에 맞춰 남의 나라 말을 적지, 발음 그대로 적지는 않는다.


우리나라의 국호는 대한민국이다. 하지만 한자권에서는 그냥 ‘한국’으로만 부른다. 서양에서는 Coree, Core, Coray, Corea, Cauly, Carli, Corey, Cory, Corai, Coria 등으로 불리거나 불렸다. 그런 것이 외래어 표기다.


우리가 중국어를 적는 방법도 이와 다르지 않다. 중국 사람들이 어떻게 소리를 내든 그것을 그대로 적지는 않는다. 그들의 소리에 가깝게 적되 우리의 표기법대로 적는다. 중국에서도 베이징과 상하이의 말은 서울과 제주의 말처럼 괴리가 심하다. 대만과 중국의 말도 그렇다. 그것을 모두 만족시킬 표기법은 있을 수 없다.


그래서 국립국어원은 중국어 표기를 단순화하고 있다. 중국어의 특징 중 하나인 성조 등은 인정하지 않는다. 한자 하나에 하나의 표기만을 인정한다. ‘古(고)’는 ‘구’이고 ‘力(력)’은 ‘리’다. 예외가 없다. 어느 지역에서 ‘북(北)’을 ‘뻬이’로 소리 내더라도 ‘北’은 ‘베이’로만 적는다. 그래서 ‘대북(臺北)’은 ‘타이뻬이’가 아니라 무조건 ‘타이베이’다.


이러한 표기 원칙을 기준으로, 현재 우리나라 언론에서 혼동해 쓰는 중국 기사들의 이름을 통일하면, ‘쿵지에’와 ‘콩제’는 ‘쿵제’가 맞는다. 또 렌샤오는 롄샤오, 리쉬엔하오는 리쉬안하오, 씨에허는 셰허가 바른 표기다.


조선족(재중 중국동포)인 송용혜와 박문요 역시 쑹룽후이와 파오원야오가 올바른 외래어 적기다. 두 사람에게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은 분명 중국 사람이므로 중국식으로 적어야 한다는 게 국립국어원의 공식 견해다.


이 같은 국립국어원의 견해와 한글맞춤법상의 외래어표기 준칙 자료를 바탕으로 600여명의 중국·대만 프로기사 전원(8월 말 현재)의 바른 표기를 정리했다. 내용이 방대해 이 지면에 모두 실을 수 없어 한국기원 누리집에 올렸다.


한편 대회명과 관련해서는 약간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현재 대부분의 언론이 쓰는 ‘초상부동산배’ ‘궁륭산병성배’ ‘황룡사가원배’ ‘백령배’에 대해 국립국어원은 원칙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중국어 표기법의 기본 원칙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한자음대로 적지 않으며, 현지음에 가깝게 적는 것’이라며, 한쪽에서는 분명 ‘백령배’를 ‘바이링배’로도 쓰면서 ‘궁륭산병성배’와 ‘황룡사가원배’만은 한자말로 고집하는 건 앞뒤가 안 맞는 표기 원칙이라고 전했다.


더욱이 ‘초상부동산배’의 경우 한국 바둑팬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지산(地産)’을 ‘부동산’으로 바꾼 것인데, 이는 상식에 어긋난 표기법이라고 지적했다. 그 기업이 바둑이 아닌 다른 쪽에서 소개될 때는 ‘초상지산’으로 알려질 것이기 때문이다.


국립국어원의 공공언어지원단 업무를 총괄하는 김세중 공공언어지원단장은 “인민일보나 자금성처럼 한자음이 워낙 익숙한 경우 신문과 방송에서 한자음을 쓰곤 하는데, 이는 독자의 편의를 좇을 것일 뿐 바른 표기 원칙이 아니다”라며 “초상지산배든 궁륭산병성배든 현지음에 가깝게 적도록 한 국립국어원의 원칙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 단장은 “바둑계가 표기 통일을 원할 경우 정부·언론 외래어심의 공동위원회에 문제가 되는 용어들을 상정해 검토케 해 통일안을 만들 수 있도록 돕겠다”고 덧붙였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