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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 물꼬 바꾼 '단수 착각'...정관장, 챔피언결정전 진출

등록일 2023.06.09

2022~2023 KB국민은행 바둑리그 플레이오프 3차전(수담)
정관장천녹, 수려한합천 꺾고 챔피언결정전 진출
새신랑 김정현, 두 차례 결승점 활약


"사실 어제 역전패를 당했을 때는 절망적이었거든요. 잠도 잘 안 오고. 아, 내일 승부가 쉽지 않겠구나 생각했는데 오늘 이겨서 정말 기쁩니다." (정관장천녹 홍성지 9단)

디펜딩 챔피언과 정규리그 1위팀 간의 자존심 싸움이 더해진 접전의 승자는 정관장천녹이었다. 정관장천녹은 8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22-2023 KB국민은행 바둑리그(수담)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수려힌힙천을 3-1로 꺾고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 1~3차전 모두를 허영락 4단-변상일 9단-홍성지 9단 순으로 오더를 낸 정관장천녹. 그 결과 3차전에서 주장 맞대결이 성사됐다.


1차전을 3-1로 승리했던 정관장천녹은 2차전을 2-3으로 내줬다. 최종 5국서 당한 대역전 반집패. 그 충격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맞이한 3차전의 출발 또한 순탄치 않았다.

관심이 집중된 주장 맞대결에서 변상일 9단이 박정환 9단에게 개전 1시간 19분, 129수 만에 불계패했다. 무력한 내용으로 선제점을 내준 가운데 남은 두 판의 흐름도 불리해 자칫하면 0-3으로 패할지도 모르는 위기감에 휩싸였다.

▲ 정규시즌 때의 전적은 정규대국은 박정환 9단이 2승, 에이스결정전은 변상일 9단이 2승. 다섯 번째 대결은 박정환 9단(오른쪽)이 대마를 잡는 단명국으로 끝내며 15승7패로 상대전적의 격차를 벌렸다.


이런 흐름을 홍성지 9단이 박종훈 6단에게 역전승하며 한시름 돌려 놨다. 하지만 허영락 4단이 출전한 1국은 패배가 확실해 보이는 상황. 1-2로 생각하고 4국을 준비하는 와중에 뜻밖의 행운이 찾아왔다.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던 박영훈 9단이 단수를 착각하는 믿기지 않는 사태가 벌어진 것. 모니터로 지켜보고 있는 양 팀 검토진에서 '억'소리 조차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충격을 던졌다.

▲ (171~173) 흑▲는 비세의 허영락 4단이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 것. 여기서 백가는 흑나 패가 되어 쉽지가 않게 된다. 한데 이 장면에서의 백1이 장고 끝에 나온 대착각으로 흑2 양단수를 치는 순간 바둑이 끝나버렸다.


▲ 박영훈 9단은 여기서 곧바로 돌을 거뒀지만, 계속 둔다면 흑10까지 백이 거꾸로 잡히는 그림. 원래로 돌아가 백은 위의 흑이 단수친 곳으로 두었다면 넉넉하게 덤으로 이기는 형세였다.


이어진 4국은 돌연 정관장찬녹쪽으로 물꼬가 돌아간 흐름의 연장이었다. 컨디션 절정의 새신랑 김정현 8단이 김진휘 6단을 5집반의 큰 차이로 꺾으며 팀의 3-1 승리를 결정했다. 종료 시각은 밤 11시 21분.

1차전에 이어 3차전에서도 결승점을 책임 진 김정현 8단은 "포스트시즌을 둔 지가 오래 돼서 찾아 봤더니 9년 만이더라. 실제로 떨림 보다는 설렘이 더 컸다"면서 "허영락 선수가 패한다고 봤는데 이겨서 편하게 둘 수 있었던 것 같다"는 소감을 전했다.

▲ 크게 웃은 승리 주역들. "어제 마지막엔 초상집 분위기였고 실제로도 싸한 느낌이었는데 오늘 선수들이 잘해줘서 기분이 좋다"는 홍성지 9단이고 "딱히 컨디션이 좋아진 건 없는데 운동을 많이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김정현 8단이다.


챔피언결정전에 선착한 정관장천녹은 9일부터 열리는 한국물가정보-킥스의 난가리그 플레이오프전 승자와 대망의 챔피언 자리를 놓고 겨룬다. 정규시즌의 인터리그 경기에선 한국물가정보에게는 1-3패, 킥스에게는 3-1 승리를 거둔 바 있다.

사상 최대 12개팀이 양대리그로 경쟁한 2022-2023 KB국민은행 바둑리그의 팀 상금은 우승 2억5천만원, 준우승 1억원, 플레이오프 탈락팀 4000만원, 준플레이오프 탈락팀 2000만원. 매 경기 5판3선승제로 치르는 포스트시즌은 저녁 7시에 1~3국을 동시에 시작한 다음 그 결과에 따라 4국과 5국을 순차적으로 진행한다.

▲ 양 팀 3지명이 마주한 최종국은 차마 던지지 못하고 계가까지 마친 김진휘 6단(오른쪽)의 멋쩍은 웃음으로 끝났다. 2011년과 2014년, 두 차례 MVP를 수상한 바 있는 김정현 8단은 포스트시즌 3전 3승, 김진휘 6단은 첫 포스트시즌에서 3전 3패.


▲ 1국(장고: 40분+매수 20초), 2~4국(속기: 20분+매수 20초), 5국(초속기: 1분+매수 20초).


▲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5전 5승을 거둔 박정환 9단은 통산 22승2패의 압도적인 성적을 남기며 시즌을 마감했다.


▲ 이틀 연속 박종훈 6단과 마주한 홍성지 9단(오른쪽)이 중반 이후 역전승으로 전날의 패배를 설욕했다. 5승1패가 된 상대전적.


▲ 주장이 패하고도 승리하면서 더욱 자신감을 갖게 된 정관장천녹. 2017시즌 이후 다섯 시즌 만의 우승 도전이다.


▲ 2지명 박영훈 9단과 3지명 김진휘 6단의 3전 3패가 발목을 잡은 수려한합천. 전기 우승 멤버 그대로 2연패에 나섰었다.


▲ 정관장천녹의 상대는 한국물가정보일까, 킥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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