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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고려아연의 극적인 역전드라마

등록일 2023.12.31

12월 30일 한국기원 스튜디오에서 펼쳐진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라운드 3경기에서 울산 고려아연이 바둑메카 의정부를 상대로 극적인 역전승을 해냈다.
2국에서 믿었던 신민준이 무너지면서 먼저 2승을 빼앗겼지만 문민종과 이창석이 의정부의 1,2지명을 잡아내며 동점을 만들었고 에이스 결정전에는 신민준이 등판해 본인의 패점을 씻는 승리를 거두었다.

▲ 신민준의 에이스 결정전 대국모습



에이스 결정전 바둑메카 의정부 양카이원 : 울산 고려아연 신민준(승)

한국 선수와 중국 선수가 펼친 첫 에이스 결정전의 주인공은 신민준이 되었다.
첫판에 이원영에게 지긴 했지만 고려아연의 박승화 감독은 신민준을 투입하는데 단 하나의 망설임도 없었다.
의정부 역시도 1,2 지명이 모두 패한 시점에서 꺼낼 카드는 용병 양카이원이었고, 두 강자는 높은 수준의 대국 내용으로 보는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초반부터 여러 차례 창칼을 마주했지만, 두 사람은 극단적인 상황으로 가지는 않았다.
그 이유는 신민준과 양카이원 모두 후반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신민준이 미세하게 앞서나가다가도 어느 순간 양카이원이 앞질러가는 형세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다가 결판이 난 부분은 후반전이었다.

후반에 돌입한 시점에서 형세는 반집 승부였다. 인공지능도 한 수마다 흔들릴 정도로 아주 팽팽한 승부에서, 신민준은 요소요소를 정확하게 짚어갔다.
집으로도 중요하면서 상대가 받기 어려운 수를 정확히 두는 신민준의 힘에 시간에 쫓긴 양카이원은 조금씩 손해를 보기 시작했다.

가랑비에 옷이 젖듯 서서히 격차가 벌어진 대국은 반면 10집 차이로 신민준의 3집 반 승리가 되었고, 신민준은 2국에서의 패배를 만회하면서 팀 승리를 만들었다.

▲ 양카이원의 KB국민은행 바둑리그데뷔전 종국 후의 모습



1국 바둑메카 의정부 양카이원(승) : 울산 고려아연 한상조

바둑리그 역사상 최초로 용병으로 출전한 선수는 바둑메카 의정부의 양카이원이 됐다.
올 시즌 KB국민은행 바둑리그에 용병으로 계약한 선수는 현재까지 총 5명이다.
그중 양카이원을 제외한 중국 선수는 원익의 구쯔하오 한국물가정보의 당이페이, 그리고 고려아연의 랴오위안허인데 모두 몽백합배 8강 일정으로 1라운드에 참가가 불가능했다.

최근 중국 국내기전인 대기사전에서 딩하오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양카이원은 익숙하지 않을 피셔 방식 대국임에도 자신의 실력을 펼쳐 보였다.
먼저 실리를 단단하게 차지하고 적극적인 침투로 판을 이끄는 양카이원에 대항해 한상조는 강하게 칼을 뽑았지만, 정확한 공격으로 이어지지 못했고 그 사이 양카이원은 깔끔하게 타개를 완성하면서 승기를 잡았다.

양카이원은 부담스러울 수 있었던 KB국민은행 바둑리그 데뷔 전을 완승국으로 장식했고, 이 대국을 지켜보던 바둑메카 의정부의 김영삼 감독은 흐믓한 미소를 지었다.

▲이원영은 의정부 출생이며, 창단 이후 4년간 김영삼 감독과 함께하고 있다



2국 바둑메카 의정부 이원영(승) : 울산 고려아연 신민준

입단 16년 차 이원영은 ‘패원영’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난전에 능하고 끈기가 좋은 선수라는 평을 받는다. 상대가 누구든 어려운 상황으로 몰고 가서 힘든 선택을 강요하는 이원영에게 고려아연의 에이스 신민준이 말려들고 말았다.

초중반까지는 서로가 요충지를 차지하면서 팽팽한 흐름이 펼쳐졌다. 상대의 모양을 적당히 견제하는 신민준과 침투를 시도해서 적당한 실리를 취해오는 이원영의 행마는 실수가 거의 없었고 당연하게도 형세의 저울추는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았다.

승부가 결정된 지점은 이원영이 돌격을 감행한 좌변이었다. 신민준이 자신의 돌을 안정적으로 만들려고 했음에도 전혀 개의치 않으며 급소 자리를 찌르고 들어갔다. 이원영의 거침없는 수법에 신민준은 크게 흔들렸다. 더 버티고 더 싸워야 하는 장면에서 퇴로를 만들기 바빴고, 그 사이에 이원영은 요석을 잡으며 집으로 우세를 구축했다.

서로가 단단하게 판을 정리해둔 터였기에 한 번의 실패는 결정적이었고 그대로 이원영의 승리로 판은 마무리됐다.

▲ 문민종은 첫 대국 상대팀이 공교롭게도 친정팀이었다



3국 바둑메카 의정부 박건호 : 울산 고려아연 문민종(승)

2020년 글로비스배 우승을 차지하며 라이징 스타로 떠오른 문민종은 그 해 바둑메카 의정부의 부름을 받게 된다. 당시 글로비스배 우승 외에 뚜렷한 성과가 없던 문민종의 3지명 발탁은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다.

큰 기대가 부담스러웠을까. 문민종이 의정부에 있던 3년간 바둑리그에서도 타 시합에서도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다만 지난 시즌 7승 6패를 거두면서 속기에는 강점을 보였기에 이번 시즌에는 고려아연의 3지명으로 합류했다.
공교롭게도 문민종의 고려아연 첫 대국은 친정팀인 바둑메카 의정부가 되었고 그는 친정팀에 비수를 꽂았다.

바둑 내용으로 본다면 박건호와 문민종은 시종일관 치열하게 전투를 펼쳤다. 전체적으로 주도권을 잡은 시간은 박건호가 많았지만 결정타를 날리지 못했다.
박건호가 끝내지 못하자 문민종의 기세가 오르기 시작했다. 문민종의 장점은 맥(脈)을 짚을 수 있다는 점이다. 본인의 장점을 이용해서 박건호의 급소에 승부수를 날리자 시간이 없던 박건호는 크게 당황하며 큰 실수를 연속해서 범하고 만다.

단 10수만에 모든 것이 변했고, 상대의 실수를 정확히 응징한 문민종은 친정팀을 상대로 본인의 시즌 첫 승이자 고려아연의 첫 승을 만들었다.

▲이창석의 탁월한 초반 능력은 정평이 나있다



4국 바둑메카 의정부 김명훈 : 울산 고려아연 이창석(승)

1지명과 2지명, 랭킹도 5위와 15위로 김명훈이 이창석에 비해 높지만 상대 전적이 4 대 4로 동등하고, 이창석의 속기 실력이 정평이 나있기에 어려운 승부가 되리라 예상됐다.
그러나 예측은 예측에 불과했다.
이 두 강자의 대국은 출발 신호음이 들리자마자 승패가 결정되고 말았다.

초반부터 김명훈의 판단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안에 갇혀 사는 게 답답하다고 느낀 김명훈이 바꿔치기를 선택을 했는데, 그 선택이 사실상 패착이 되어버렸다.
같이 두 점을 잡았지만, 김명훈이 잡은 돌은 폐석 이창석이 잡은 돌은 요석이었다.

우위를 장악한 이창석은 그 이후로 계속해서 판을 지워나가는데 집중했다. 집으로 앞선 입장에서는 변수를 만들 이유가 전혀 없었고, 안정적인 반면 운영을 끝까지 이어나가며 완승국으로 팀을 구해낸 이창석이었다.

▲ 김영삼 감독(오른쪽)과 박승화 감독


▲ 고려아연의 검토실은 밝고 활기차다. 팀에 대한 지원이 풍족하다고 박승화 감독이 귀띔을 해주었다


▲ 의정부팀의 단합도 좋다 에이스 결정전이 미세해지자 일어나서 검토 중인 선수들이다


▲말이 통하지 않으면 핸드폰으로(?) 에이스 결정전이 끝난 직후 이창석과 양카이원이 복기중이다



지난 시즌 양대 리그에서 단일리그 8개 팀 출전으로 변화한 KB국민은행 바둑리그는 더블리그 총 14라운드로 진행되며, 상위 네 팀이 스탭래더 방식으로 포스트시즌을 통해 최종 순위를 결정한다.
2023-2024 KB국민은행 바둑리그 정규리그는 매주 목 금 토 일 진행되며, 대국 시간은 저녁 7시에 1국과 2국이 시작하고 8시 반에 3국과 4국이 열린다.

승점제로 순위를 가리며, 4대0 3대1 승리 시에는 승점 3점, 3대2 결과가 나올 때는 승리 팀이 2점 패배 팀이 1점을 획득한다. 무승부가 날 경우에는 양 팀에 모두 1.5점이 주어지며 1대3 0대4 패배의 경우 승점을 얻지 못한다.

제한 시간은 피셔 방식을 사용한다. 장고전은 40분에 매 수 20초 추가, 2~4국은 10분에 매 수 20초가 추가된다. 2 대 2 동점 시에 펼쳐지는 에이스 결정전의 경우 1분에 매 수 20초가 더해지는 초속기로 진행되며 개인의 에이스 결정전 최대 출전 수는 6판이다.
*피셔 방식은 기본 제한 시간이 주어진 후 착점 할 때마다 제한 시간이 늘어나는 방식이다.

상금은 우승 2억 5000만 원, 준우승 1억 원, 3위 6000만 원, 4위 3000만 원. 상금과는 별도로 정규 시즌 매 경기 승패에 따라 승리팀에 1400만 원, 패배팀에 700만 원을 지급한다.

2023년의 마지막 날에 진행되는 1라운드 4경기는 KIXX와 원익의 대결로 펼쳐진다.
KIXX(감독 김영환)와 원익(감독 이희성)의 대진은 신진서-이지현(10:2) 김창훈-박정환(0:1) 박진솔-박영훈(5:7) 백현우-김진휘(0:0)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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