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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보 터진 김성룡 감독 "이보다 좋을 순 없다"

등록일 2017.07.09

2017 KB국민은행 바둑리그 4라운드 3경기
포스코켐텍, 화성시코리요에 2패 후 3연승


1.2지명의 크로스 맞대결과 세 판의 동급 대결. 특이한 대진으로 화제를 뿌린 승부는 또 한 차례의 2패 후 3연승이라는 대역전극을 연출하며 끝까지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8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17 KB국민은행 바둑리그 4라운드 3경기에서 포스코켐텍이 화성시코리요에 3-2 승리를 거뒀다. 전반 속기전에서 화성시코리요의 강유택, 박정환 원투펀치에게 최철한, 나현의 투톱이 모두 패하는 참사를 겪었으나 그 후 이원영과 변상일,윤찬희의 승전보가 잇달아 터지면서 역전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 이 경기를 지는 팀은 최하위로 밀려나는 외나무다리 선상에서 두 팀이 만났다.


'2패 후 3연승'은 지난 시즌 72경기에서 단 두 차례만 나왔던 흔치 않은 사건이다. 이번 시즌은 1라운드 2경기에서 정관장 황진단이 BGF리테일CU를 상대로 일찌감치 작성하더니 채 4라운드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포스코켐텍이 두 번째 주인공이 됐다.

올 시즌 화성시코리요의 2지명으로 전격 발탁된 강유택이 시작부터 이변을 연출했다. 포스코켐텍 주장 최철한을 상대로 초반 횡재를 거두더니 그대로 골인했다. 시작한 지 1시간 20분, 저녁 8시도 안 돼 최철한은 돌을 거뒀다.

▲ 객관적 랭킹과 상관 없이 최철한에게 강한 면모를 보이는 강유택(왼쪽). 상대 전적에서도 5승5패로 균형을 맞췄다.


화성시코리요의 주장이면서 부동의 랭킹 1위인 박정환은 확실한 1승 카드 답게 포스코켐텍의 2지명 나현을 완벽하게 제압했다. 특별한 실수 없이 균형을 맞추려 애쓴 나현의 모습이 무기력해 보일 정도로 입이 쩍벌어지는 반면 운영이었다.

강력한 우승 후보를 상대로 한 선제 2승. 그것도 머리 싸움에서 완승을 거둔 만큼 화성시코리요의 승리는 기정 사실처럼 보였다. 진행 중인 장고 대국을 포함한 남은 세 판은 모두 동 지명 대결이었으니 '한 판이야 못 가지고 올라고'라는 낙관이 자연스럽게 검토실을 지배했다.

▲ 2008년 첫 출전해 올해로 리그 10년차를 맞은 박정환. 통산 94승 39패(승률 70.6%)의 빼어난 성적을 거두며 100승 달성을 눈 앞에 두고 있다. 프로 입문 후 통산 승률 또한 73%를 기록하며 이창호 9단의 '전설의 승률' 72%를 넘어섰다고.


이런 형국에서 저녁 8시 반, 후반전을 위해 스튜디오에 들어간 포스코켐텍의 선수들이 힘을 냈다. 누구든 지는 순간 팀 배배로 연결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필사적이었다. 장고 대국에서 이원영이 역전의 발판을 마련한 다음 변상일이 최재영을 상대로 극적인 승부를 연출하며 동점을 만들었다.

대역전의 피날레는 5지명 윤찬희가 작성했다. 급은 같지만 연륜과 경험에서 차이가 나는 송지훈을 상대로 과감히 승부패를 걸어간 다음 그 대가로 우변 백 대마를 잡으며 승리를 굳혔다.

▲ 승부는 일찌감치 기울었으나 송지훈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패로 변화를 구하는 통에 한 시간 가까이 결말이 늦춰진 최종국. 오른쪽 이원영과 변상일이 스튜디오에 들어가 윤찬희의 승리를 축하해주고 있다.


한편 변상일-최재영 전에선 마지막 초읽기 상태에서의 화장실 이용 문제로 대국이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이미 화장실을 한 번 다녀온 변상일이 너무 급한 나머지 SOS를 친 것(프로대국 규정상 마지막 초읽기 상태에서 화장실은 한 번만 이용할 수 있게 돼 있고, 변상일은 또 다녀오면 실격패가 될까 봐 사색이 돼 있었다).

다행히 윤현석 심판위원이 나서 '경고 1회를 받고 화장실을 한 번 더 이용할 수 있다(이후엔 실격패)'는 이면 규정을 설명해주었고, 변상일은 급히 화장실을 다녀온 다음 무사히 대국을 마칠 수 있었다.

▲ 최근 살을 급격히 뺀 탓인지 화장실 문제로 혼줄이 난 변상일(왼쪽). 중앙 백 다섯 점이 잡혔나 싶은 순간에 좌하귀를 움직이며 기막힌 반전을 이뤄냈다(210수 백 불계승).


2연패 후에 꿀맛 같은 승리를 기대했던 화성시코리요 검토실엔 커다란 아쉬움이 흘렀다. 반면 포스코켐텍 진영에선 김성룡 감독의 너털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중계석의 이희성 해설자는 "포스코켐텍 선수들의 승부 호흡이 대단하다. 허리 힘의 승리다"라고 말하면서 "화성시코리요는 무엇보다 최재영과 송지훈, 두 어린 선수의 페이스 회복이 시급하다. 그것으로 위냐, 아래냐가 결정될 것"이라는 멘트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 이긴 팀의 표정은 이랬다.


▲ 진 팀의 표정에선 '우린 죽지 않았다. 다만 사라질 뿐'이라는 구호가 떠올랐다.


9일엔 이세돌의 신안천일염(1승2패)과 안성준의 SK엔크린이 4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벌인다. 대진은 한상훈-박민규, 이세돌-홍성지, 목진석-안성준, 조한승-이영구,심재익-이태현(이상 앞이 신안천일염).

▲ 올 시즌 첫 마이크를 잡은 포스코켐텍 김성룡 감독과 3지명 이원영.

(김성룡 감독)"원래는 2국에 윤찬희를 내보낼 생각이었는데 다른 전화가 걸려와 받던 중 마음이 바뀌었다. 결과적으론 잘 됐다" "우리 팀은 을조리그 출전 선수들이 있어 스타트가 늦는 경향이 있다. 5라운드까지 2승3패가 목표였는데 무난하다고 본다"
"올 시즌은 '정관장 1강'에 다른 팀들이 따라가는 흐름 같다. 화성시코리요도 박정환이 있는 만큼 여전히 강팀이라고 생각한다"

(이원영)"지난해 성적이 좋지 않았는데 올해는 팀도 센 팀으로 잘 만난 것 같고 팀 성적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 기풍이 상극인 탓일까. 92년생 동갑 이원영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김승재(왼쪽). 4전 4패다.


▲ 후반전이 진행되는 동안 마주보며 검토에 임했던 최철한과 나현은 팀 승리로 면죄부(?)를 받았다.


▲ 강유택의 승리로 위안을 삼은 화성시코리요. 올해 첫 지휘봉을 잡은 박지훈 감독은 "박정환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의 컨디션이 좋지 않은 편"이라며 걱정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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