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환, 형제대결에서 승리하며 춘란배 첫 우승
6월 27일 중국 저장(浙江)성 타이저우(泰州)시 춘란국빈관에서 벌어진 춘란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결승3번기 제2국에서 박정환 9단이 박영훈 9단에게 210수만에 백 불계승을 거두고 2:0으로 우승했다. 이에 앞서 25일의 제1국에서 박정환 9단은 승리를 거둔 바 있다.
이번 춘란배는 작년 12월에 벌어진 준결승전에서 박정환 9단이 중국의 1인자 커제 9단을, 박영훈 9단이 중국의 신예 강자 당이페이 9단을 물리쳐서 우리나라 기사끼리의 결승전을 만들고 한국의 우승을 확정시켜 놓은 상태였다.
이처럼 한국 선수끼리의 결승전이어서 우리나라 바둑팬 입장에서는 누가 이겨도 상관없이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었지만, 대국을 하는 두 선수의 입장은 전혀 그렇지 않다.
박정환 9단은 국내 랭킹 1위의 자리를 신진서 9단에게 내줬고, 세계대회 우승 다툼에서는 4살 아래인 중국의 커제 9단에게 밀리고 있다. 박정환 9단은 1993년생으로 아직 젊지만 이창호 9단, 이세돌 9단 등 바둑계를 풍미했던 역대 1인자들도 30대가 되면서 우승 횟수 추가에 어려움을 겪었던 전례를 보면 앞으로 3~4년 정도가 한계일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 1인자라는 명성을 얻으려면 기회가 왔을 때 놓치면 안된다.
그런 면에서 1985년생인 박영훈 9단은 더욱 절박하다. 2004, 2007년 후지쓰배 우승과 2005년의 중환배 우승이 세계대회 우승의 전부인 박영훈 9단은 30대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2016년부터 매년 세계대회 결승에 진출했지만 모두 준우승에 그쳤기 때문이다. (2016년 LG배, 2017년 춘란배, 2018년 몽백합배 준우승)
▲ "죽을 힘을 다해 두어 보겠다"는 임전 소감으로 화제를 모았던 박영훈 9단은 결승 2국에서 승리를 눈 앞에 두고 실족하고 말았다. 과거 송아지 3총사의 일원으로 같이 활약했던 최철한 9단, 원성진 9단에 비해 최근 세계 무대에서 더 좋은 활약을 하고 있지만 모두 준우승에 그쳤다.
두 기사 모두 절박한 상황이지만 이런 경우 바둑계에서는 젊은 쪽이 이기는 경우가 더 많았고,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결승 1국은 두 기사 모두 신중하게 두며 명국을 만들어나갔는데 결정적인 순간 박정환 9단의 멋진 묘수가 등장하면서 승리를 가져갔다. 반면 결승 2국은 엎치락뒤치락 하는 순간이 많았다. 한때 박영훈 9단의 승리가 99% 확실하다는 순간이 있었는데, 거기에서 박영훈 9단의 실수가 나왔고 바로 그 순간 박정환 9단이 기가 막힌 맥점을 연거푸 터뜨리면서 대역전승을 일궈냈다.
▲ 한국기사끼리의 형제대결은 과거에는 많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작년 몽백합배에 이어 1년만이다. 그때도 두 기사가 만났었는데 당시에도 박정환 9단이 3:0 승리, 이번에도 박정환 9단이 2:0으로 승리를 거두고 우승을 차지했다.
박정환 9단은 이번 우승으로 몽백합배, 월드바둑챔피언십까지 세계대회 3개 타이틀 보유자가 되면서 커제 9단(삼성화재배, 백령배, 신아오배)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그 동안 중국의 커제 9단을 필두로 많은 젊은 기사들의 인해전술에 밀려 세계 대회 우승 지분에서 중국에 크게 밀려 있던 우리나라는 박정환 9단의 고군분투로 겨우 버티고 있는 상황. 다만 최근 신진서 9단의 기세가 굉장히 좋기 때문에 박정환 9단에 신진서 9단이 세계대회 우승 경쟁에 합류만 한다면 중국과 최소한 대등한 위치에 올라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춘란배는 중국 가전업체인 춘란그룹이 후원하는 대회로 그 동안 한국과 중국이 각 5회, 일본이 1회 우승을 했었는데, 이번 박정환 9단의 우승으로 한국이 누적 6회 우승이 되어 다시 중국을 앞서게 됐다. 우승상금은 15만 달러(약 1억 7,700만원), 준우승상금은 5만 달러(약 5,90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