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의 사나이, 탕웨이싱 두 번째 우승
2019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의 우승컵은 탕웨이싱 9단에게 돌아갔다.
9월 4~6일 벌어진 삼성화재배 결승 3번기에서 탕웨이싱 9단은 같은 중국의 양딩신 9단에게 1국을 이기고 2국을 졌지만, 다시 3국에서 이겨 종합 전적 2승 1패로 우승했다.
8강전에서 한국선수들이 모두 탈락했기 때문에 이번 삼성화재배는 4강을 중국기사들이 독점한 바 있다. 9월 2일의 준결승에서는 양딩신 9단이 구쯔하오 9단을, 탕웨이싱 9단이 랴오위안허 8단을 이기고 결승에 오른 바 있다.
▲ 2013년 상성화재배, 2016년 응씨배에 이어 세번째로 세계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탕웨이싱 9단.
탕웨이싱 9단은 1993년생으로 중국 랭킹 33위이지만 그 동안 삼성화재배에서 유독 강한 면모를 보여 왔다. 2013년 18회 때 이세돌 9단을 이기고 우승한 것을 깜짝 우승한 것을 비롯해서, 2014년, 2017년에도 결승에 올라 준우승을 했었고, 그 외에도 2015년에는 4강, 2016년, 2018년에는 8강에 오른 바 있다.
특히 유성에 있는 삼성화재 연수원에서 특히 강해서 ‘유성 불패’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이다. 탕웨이싱 9단은 이전부터 “유성에 오면 경치도 좋고 음식도 입에 맞아서 더욱 성적이 좋은 것 같다”라고 얘기해 왔다. 그런 면에서 이번 2019 삼성화재배는 개막전부터 결승전까지 모두 유성에서 대회를 치른 만큼 탕웨이싱 9단에게 더욱 유리한 환경이라고 할 수 있었을 것이다.
▲ 올해 2월 LG배에서 우승한 바 있는 양딩신 9단.
양딩신 9단은 1998년생으로 현재 중국 랭킹 4위이다. 한중 부부기사인 위에량 6단, 권효진 6단이 운영하는 도장에서 바둑 공부를 한 적이 있는 양딩신 9단은 2008년 만 9세 9개월에 입단해서 역대 중국 최연소 입단 기록을 갖고 있다. 만 13세 6개월에 이광배에서 우승하여 역대 최연소 우승 기록을 갖고 있는 등 어렸을 때부터 천재기사로 이름을 떨쳐 왔다.
올해 2월에는 LG배에서 우승해서 9단으로 특별 승단하는 등 현재 중국에서 커제 9단의 다음 주자로 각광받고 있는 기사이다.
두 기사의 역대 전적은 탕웨이싱 9단 기준으로 10승 9패, 그러나 탕웨이싱 9단의 얘기로는 양딩신 9단이 어렸을 때 많이 이겼을 뿐 최근에는 자신이 더 많이 졌다고 얘기했다.
중국기사들끼리의 결승전이었기 때문에 국가 대결의 의미가 없어서 대국장 분위기는 화기애애했지만, 바둑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크게 보면 바둑 내용은 1~3국 모두 같았다. 양딩신 9단이 초반부터 중반까지 앞서 나가면 탕웨이싱 9단이 추격하는 내용이었다. 1국은 탕웨이싱 9단이 추격에 성공해서 승리, 2국은 99%의 승률에서 잠시 역전을 허용했던 양딩신 9단이 재역전에 성공해서 승리. 결국 최종3국까지 왔다. 이 바둑도 양딩신 9단이 필승의 형세를 구축했는데, 탕웨이싱이 끈질기게 패싸움을 버티는 와중에 양딩신 9단이 헛팻감을 쓰는 실수로 대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 9월 4일의 결승 1국. 탕웨이싱 9단(오른쪽)이 185수만에 흑 불계승을 거뒀다.
▲ 9월 5일의 결승 2국. 양딩신 9단(오른쪽)이 253수만에 흑 불계승을 거뒀다.
▲ 9월 6일의 결승 3국. 탕웨이싱 9단(왼쪽)이 232수만에 백 불계승을 거뒀다.
이로써 탕웨이싱 9단은 세계대회에서 3번 이상한 중국의 여섯 번째 기사가 됐다.
(구리 9단 8회, 커제 9단 7회, 창하오 9단, 쿵제 9단, 천야오예 9단 3회)
반면 양딩신 9단은 이창호 9단과 이세돌 9단에 이어 한해에 LG배와 삼성화재배에서 모두 우승한 세 번째 기사가 되는 기록을 노렸으나 실패했다.
탕웨이싱 9단은 우리나라에서 대국 매너가 별로 좋지 않은 기사로도 알려져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창호 9단을 만났을 때 사인을 받고 너무 좋아하는 모습도 보여주는 등 한국 바둑팬들에게는 친숙한 기사이다.
▲ 왼쪽부터 김영삼 한국기원 사무총장, 양딩신 9단, 탕웨이싱 9단, 김대진 삼성화재 상무.
탕웨이싱 9단은 우승 후의 인터뷰에서 “삼성화재배는 개인적으로 매우 소중한 대회이고 앞으로도 항상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우승 소감을 남겼다. 덧붙여서 “바둑을 패하면 기분이 안 좋겠지만, 기도정신을 발휘해서 복기는 하는 것이 좋다”는 뼈 있는 얘기도 했다.
이번 탕웨이싱 9단의 우승으로 그 동안 삼성화재배에서의 역대 우승은 한국 12회, 중국 10회, 일본 2회가 됐다. 삼성화재와 KBS가 공동 후원하고 중앙일보가 주최한 2019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의 우승상금은 3억원, 준우승상금은 1억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