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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 곰소소금, 여수 거북선 밀어내고 챔피언결정전 진출!

등록일 2020.09.06

9월 6일(일요일) 오후 4시, 홍익동 한국기원 지하1층 바둑TV 스튜디오에서 플레이오프 1차전의 승자 부안 곰소소금(김효정 감독)과 2차전에서 반격에 성공한 여수 거북선(이현욱 감독)의 플레이오프 3차전이 속개됐다.

이제는 피차 동등한 조건, 벼랑 끝이다. <보령 머드>가 기다리는 천상의 무대, 챔피언결정전을 향한 비행선을 탈 수 있는 팀은 하나뿐이다. 한 팀은 여기서 멈추고 한 팀은 날아오를 것이다. 끝판 경기에 오더를 낸 두 팀 감독의 심리를 엿보는 재미가 있다.

<여수 거북선>은 2지명 송혜령을 다시 장고대국(제1국)에 배치했다. 승부처에서 충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의 여유를 갖게 해주겠다는 섬세한 배려다. <부안 곰소소금>은 플레이오프2차전에서 제1국에 출전시켰던 1지명 오유진을 제2국으로 바꾸고 3지명 이유진을 제1국에 내세웠다. 정규리그에선 부진했으나 포스트시즌에 제몫을 해준 이유진에게 최선으로 싸울 수 있는 시간의 환경을 제공해준 셈이다. 상대전적은 송혜령이 3승 1패로 우위.

제2국에서 맞선 오유진(부안 곰소소금 1지명)과 이영주(여수 거북선 3지명)의 대결도 흥미롭다. 플레이오프 2차전 승리로 에이스의 자신감을 회복한 오유진이야 새삼 설명할 필요가 없는 필승카드이고 신중하고 끈기 있는 이영주 역시 리듬을 타면 상대가 누구든 밀어붙일 수 있는 힘을 가진 선수다. 1지명과 3지명의 싸움이지만 상대전적은 랭킹과 달리 이영주가 3승 1패로 앞서 있다. 방심하면 위험하다는 얘기.

랭킹과 리그 성적 등 총체적 전력평가로 예상한다면 1승 1패, 승부는 제3국으로 넘겨질 것 같으나 이런 큰 승부는 통계보다 누가 마지막까지 냉철하게 집중하느냐 하는 ‘심장싸움’이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제1, 2국 출전 선수들의 상대전적이 불리한데도 ‘2-0 승리도 기대하고 있다’는 <부안 곰소소금> 김효정 감독의 말은 그런 의미다. 전기 챔피언다운 배짱이랄까. 물론, ‘2-0도 생각하지만 제3국까지 가도 자신 있다’는 <여수 거북선> 이현욱 감독의 생각도 비슷하다.

제3국에 대기 중인 김혜민(여수 거북선 1지명)과 허서현(부안 곰소소금 2지명)을 보면 하루 전 맞붙었던 두 선수가 재대결을 희망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계속 이겼지만 내용이 개운치 않았던 김혜민, 좋은 내용을 보여주고도 연패한 허서현이라면 다시 싸우고 싶다는 투지가 생기지 않을까.

오후 4시, 김민희 심판위원의 대국 개시 선언에 맞춰 바둑TV 생방송(진행-류승희 캐스터, 해설-최명훈 해설위원)과 동시에 제1, 2국이 시작됐다.

오후 6시 직전 속기로 진행된 제2국이 끝났다. 역시 큰 승부는 상대전적보다 ‘심장싸움’이었다. 타이틀전, 세계대회 경험이 많은 오유진(백)이 여유 있게 플레이오프 3차전의 첫 승리를 신고했다. <부안 곰소소금>은 제1, 3국 중 한 판만 잡으면 챔피언결정전 진출 확정이다. 초반 진행은 흑(이영주)의 세력과 백의 실리로 갈리는 구도. 우중앙 흑 세력에 백이 뛰어들면서 험악한 공격과 타개의 승부가 됐는데 어지러운 싸움이 펼쳐질 것 같았던 장면에서 공격을 서두른 이영주의 ‘의욕과잉’이 싱거운 결말을 만들었다. 침투한 백 일단의 형태를 노골적으로 가른 공격이 문제였다. 백은 흑의 무리를 찔러 여유 있게 사는 형태를 갖췄고 장대했던 흑 세력은 도처에 단점만 노출시킨 상태에서 껍데기만 남겨졌다. 상변 패로 백 석 점을 잡을 기회가 있었으나 흑이 좌변의 작은 곳을 팻감으로 사용하는 바람에 그마저도 백으로 넘겨줬다. 상변 패를 해소하면서 사실상 백의 승리 확정. 이후는 ‘종반의 여왕’이 보여주는 안전운행의 ‘엔딩 쇼’였다. 274수 끝 백 6.5집 승.

장고대국으로 펼쳐진 제1국은 오후 7시 20분 넘기면서 종료됐다. 이 대국 역시 숨 막히는 ‘심장싸움’이었다. 쌍방 초반부터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는 세력대결을 펼쳐 흑(이유진)이 하변과 우변, 상변을 크게 장악하고 백(송혜령)은 좌변과 중앙을 통째로 삼키는 구도가 됐다. 중앙경계를 가르는 첨예한 접전에서 우상 쪽 흑의 경계가 터진 뒤 좌변으로 침투한 흑의 사활이 ‘승부’가 됐다. 잡히면 백의 승리, 살면 흑의 승리. 두 선수 마지막 초읽기에 쫓기면서 창칼을 휘두른 사활전쟁은 결국, 초읽기에 쫓겨 제대로 수를 읽지 못한 백의 실수로 패가 발생했고 자체 팻감이 많은 흑이 패를 해소하면서 승리를 굳혔다. 마지막을 의식한 송혜령도 그대로 포기하지 못하고 사력을 다해 추격전을 펼쳤다. 우상귀에서 패를 결행, 우상귀를 살려내고 우변을 최대한 잠식하면서 따라붙었으나 좌변을 쑥밭으로 만들며 살아버린 흑의 전과가 너무 컸다. 격차를 좁혔으나 흑의 승리부동, 차이를 확인한 송혜령이 돌을 거두었다. 253수 끝 흑 불계승.

제1, 2국에서 모두 승리한 <부안 곰소소금>은 제3국 없이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확정했다. 정규리그 1위로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한 <보령 머드>와 맞서는 챔피언결정전은 9월 10, 12, 13일의 3차전으로 속개된다.

2020 여자바둑리그는 8개 팀이 더블리그(14라운드) 총 56경기, 168국으로 3판 다승제(장고 1국, 속기 2국)로 겨루며 두 차례의 통합라운드를 실시한다. 9월에 열리는 포스트시즌을 통해 정규리그 상위 4개팀이 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챔피언결정전으로 열리는 스텝래더 방식으로 여섯 번째 우승팀을 가려내는데 단판으로 열렸던 준플레이오프는 2경기로 늘렸다. 3위 팀은 1경기 승리 또는 무승부일 때, 4위 팀은 2경기 모두 승리해야만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을 수 있다.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은 전년과 동일한 3경기로 열린다. 바둑TV를 통해 매주 월~목요일 오전 10시에 중계됐던 여자바둑리그는 이번 시즌부터 목~일요일 오후 6시 30분으로 옮겨 더 많은 팬들의 관심을 받게 됐다.

2020 한국여자바둑리그의 상금은 각 순위별 500만원 인상해 우승팀에게는 5500만원이, 준우승 3500만원, 3위 2,500만원, 4위 1,500만원이 주어진다. 우승상금과 별도로 책정되는 대국료는 전년과 동일한 승자 100만원, 패자 30만원이다.

▲ 플레이오프 3차전 시작을 알리는 김민희 심판위원.


▲ 제1국(제한시간 1시간 장고대국)에 출전한 <부안 곰소소금> 이유진. 리그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포스트시즌에서 제 몫을 다하고 있다. 팀이 꼭 필요할 때 승리를 안겨주는 선수다.


▲ 충격의 역전패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여수 거북선> 송혜령. 에이스는 김혜민이지만 승부의 열쇠는 송혜령이 쥐고 있다. 대 이유진전 3승 1패의 전적대로만 가면 되는데..


▲ 에이스의 자신감을 회복하고 속기전(제2국)에 출전한 <부안 곰소소금> 오유진. 약관의 나이지만 타이틀전, 세계대회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이다.


▲ 하루 전 완승으로 기세가 충천한 <여수 거북선> 이영주. 대 오유진전 3승 1패의 전적도 무시할 수 없겠다.


▲ 뒤가 없는 '심장싸움'에서 상대전적은 별 의미가 없다. 큰 승부 경험이 많은 쪽이 유리하다는 걸 <부안 곰소소금> 오유진이 입증했다.


▲ 하루 전 완승이 독이 됐나. 기세가 오른 것까진 좋은데 의욕과잉은 문제다. 공격을 너무 서두른 게 패인이 된 <여수 거북선> 이영주.


▲ 정규리그 부진은 이 한판의 승리로 날려버렸다. <부안 곰소소금>의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자신의 손으로 결정한 이유진.


▲ 인터뷰하라고요?(에잇, 복기 좀 더 해야 되는데..).


▲ (보령 머드의)최정 선수에게 기다리라고 했는데 (챔피언결정전에 올라가게 돼서)다행입니다.


▲ 플레이오프 3차전. 이렇게 진행됐다.


▲ 챔피언결정전만 남았다. 9월 10, 12, 13일. 개봉박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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