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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태어난 서귀포 칠십리, 디펜딩 챔피언 꺾고 개막 축포

등록일 2021.05.21

5월 20일 오후 6시 30분, 한국기원 내 바둑TV 스튜디오에서 2021 NH농협은행 한국여자바둑리그 개막전이 펼쳐졌다. 개막전의 주인공은 서귀포 칠십리와 보령 머드.

서귀포 칠십리는 이번 시즌 감독부터 선수까지 모두 바뀌며 새롭게 태어났다. 2015~2017 여자바둑리그에서 3년간 선수로 활약했던 김혜림이 4년 만에 서귀포 칠십리의 감독이 되어 돌아왔다. 처음으로 감독직을 맡은 김혜림은 여자 랭킹 4위 조승아를 1지명으로 선발한 후 관록의 승부사 이민진과 포스트시즌에 강한 면모를 보이는 이유진을 차례로 뽑았고 신예 정연우를 후보 선수로 채워 신선한 팀워크를 완성했다. 첫 선수 선발을 마친 김혜림 감독은 팀 구성에 상당히 만족하는 눈치였다. 전문가와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무난하게 잘 뽑았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

보령 머드를 이끄는 문도원 감독은 전기 우승팀답게 모든 선수를 보호하여 선수들에 대한 자부심을 강하게 드러냈다. 독보적인 성적을 보여주는 국내 여자 랭킹 1위 최정을 필두로 중요한 승부에 강한 강다정과 호조의 성적으로 실력을 입증한 김경은, 빠르게 성장하는 신예 박소율까지 그야말로 물샐틈없는 탄탄한 전력을 구성하고 있다. 전문가와 관계자들 사이에서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되는 팀을 꼽는다면 단연코 보령 머드다.

개막전 대진이 나왔을 때 대다수가 장고대국인 1국 이민진(서귀포 칠십리 2지명)-김경은(보령 머드 3지명)의 대결을 승부판으로 꼽았다. 2국 이유진(서귀포 칠십리 3지명)-최정(보령 머드 1지명)의 대결과 3국 조승아(서귀포 칠십리 1지명)-강다정(보령 머드 2지명)의 대결은 아무래도 각 팀 1지명에게 무게 추가 기울기 때문. 다수의 예상대로 승부는 1국에서 결정이 났다.

가장 먼저 끝난 2국에서는 최정이 이유진을 꺾고 리그 첫 승을 신고했다. 객관적인 전력상 최정의 무난한 승리가 예상됐지만, 초반 50수까지는 이유진의 무대였다. 인공지능이 제시하는 수를 척척 두어가며 여자랭킹 1위 최정을 상대로 앞서나가자 이변을 기대하는 목소리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정은 최정. 돌이 부딪히자 최정의 진가가 나타났다. 74수 만에 마지막 초읽기에 몰리며 신중하게 두어가던 최정은 좌변 이유진의 무리수가 나오자 기회를 놓치지 않고 강하게 끊어가며 중앙 흑을 압박했다. 수세에 몰린 이유진이 내친걸음으로 강하게 두어봤지만 최정의 정확한 대응에 결국 항서를 썼다.

장고대국으로 펼쳐진 1국에서는 흑을 쥔 김경은이 초반부터 우변 백을 강하게 몰아붙여 우세를 확립한 후 중반까지 잘 두어나가며 인공지능 그래프를 90퍼센트 이상 끌어올렸다. 모두가 김경은의 승리를 확신하고 있을 때도 집념의 승부사 이민진은 포기하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끈질기게 따라붙다가 중앙에서 흑의 실수가 나오자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300수가 넘어가는 혈투 끝에 이민진의 대역전승.

3국 조승아-강다정의 대결은 팽팽하게 진행된 초반 분위기와는 달리 다소 싱겁게 끝이 났다. 초반 우상귀에서 시작한 복잡한 싸움이 일단락되고 장기전으로 가는듯했으나 그때 강다정의 무리수가 등장했다. 평범하게 두었으면 긴 승부였는데 과감하게 좌상귀에 붙이고 끊어간 수(83·85수)가 화근이 됐다. 조승아가 정확한 응수로 포인트를 따내 앞서나간 후 깔끔한 마무리로 승리를 확정 지었다.

서귀포 칠십리가 디펜딩 챔피언 보령 머드를 꺾고 리그 첫 승리를 기록하면서 신임감독 김혜림은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2021 NH농협은행 한국여자바둑리그의 정규리그는 8개 팀 더블리그로 진행되며 총 14라운드, 56경기, 168국이 치러진다. 정규리그 상위 4개 팀이 9월에 시작되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한다. 제한 시간은 장고바둑의 경우 각자 1시간에 40초 5회의 초읽기, 속기바둑은 각자 10분에 40초 5회의 초읽기가 주어진다. 정규리그의 모든 대국은 매주 목~일요일 6시 30분 바둑TV 채널을 통해 생중계된다.

한국기원이 주최·주관하고 NH농협은행이 후원하는 2021 NH농협은행 한국여자바둑리그의 팀 상금은 우승 5500만 원, 준우승 3500만 원, 3위 2500만 원, 4위 1500만 원으로 지난 시즌과 동일하다. 팀 상금과 별도로 정규리그에 지급하는 대국료는 매판 승자 130만 원, 패자 40만 원으로 지난 시즌보다 각각 30만 원, 10만 원이 인상됐다. 이번 시즌부터는 경기에 출전하지 않는 후보 선수에게 10만 원의 미출전 수당이 지급된다.

21일엔 순천만국가정원(양건 감독)과 삼척 해상케이블카(이다혜 감독)의 1라운드 2경기가 펼쳐진다. 대진은 오유진-김채영(5:8), 박태희-조혜연(3:7), 장혜령-김은선(0:1, 괄호 안은 상대 전적).

▲ 1라운드 1경기 결과.


▲ 최정-이유진. 대국이 끝나고 긴 시간 복기를 이어나갔다.


▲ ‘출전하는 경기를 모두 이겨서 팀원들을 편하게 해주겠다’는 출사표를 던진 최정. 일단 굿스타트.


▲ 완벽한 초반을 보여주어 바둑TV 해설진(최명훈·류승희)에게 공부를 많이 하고 나온 것 같다는 평을 들은 이유진. 공부량이 승리라는 결실로 맺어져야 할 텐데...


▲ 이민진-김경은. 인공지능 승률 그래프 90퍼센트가 뒤집히는 대역전극이 펼쳐졌다.


▲ ‘선수의 자신감은 공부량에서 나온다’ 결혼과 출산 이후에도 꾸준한 노력으로 좋은 성적을 보여주는 이민진. 많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 결과는 아쉽지만 좋은 내용을 선보인 김경은. 이 정도의 내용이라면 이번 시즌 기대해볼 만하다!


▲ 조승아-강다정. 팽팽한 접전이 한순간에 무너져내렸다. 강다정의 아쉬운 일국.


▲ 하루에 두 판의 대국을 치른 조승아. 갑조리그 승리 기운이 여자바둑리그에도 이어졌다.


▲ 보령 머드의 맏언니 강다정. 편안한 매력으로 팀의 분위기 메이커이자 기둥 역할을 한다.


▲ 사이좋게 나란히 앉아 검토 중인 두 감독. 보령 머드 문도원 감독과 서귀포 칠십리 김혜림 감독은 어린 시절 동문수학하여 절친한 관계인데 공교롭게도 개막전에서 맞붙게 되었다.


▲ 인터뷰 도중 빵 터진 두 감독.


▲ 화기애애한 보령 머드 검토실. 개막전답게 여러 기사들이 응원을 왔다.


▲ 서귀포 칠십리의 원년멤버 오정아가 응원차 방문하여 '서귀포 승리 요정'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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