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원

바둑뉴스

월간바둑

핫피플 / 한국여성바둑연맹 이광순 회장 

등록일 2021.04.09256


여전히 바쁘다. 아니 올해 벽두부터 인생 최고로 바빠지기로 작정했다.
한국여성바둑연맹 48년의 역사에 48대 회장으로 취임한 이광순 회장.
조직 정비도 빠듯할 참에 여기저기 인사에 인터뷰, 지자체 방문 등으로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눈발마저 허겁지겁 내리는 날, 왕십리 한국기원 인근에서 볼일을 마친 이광순 회장이 부랴부랴 약속 장소인 한 카페로 눈을 털고 들어온다.

- 오늘은 어디를 또 이렇게 급히 다녀오시나요?
 그러니까요. 요즘은 하루 두세 개 스케줄입니다. 아침에 여성연맹 사무실에 들렀다가 외부 인사와 점심만 먹고 곧바로 왔습니다. 인터뷰 마치면 다시 연맹 사무실로 올라가 봐야 해요.

- 늦었지만 다시 한번 축하합니다. 여성바둑연맹 48년 역사에 48대 회장으로 취임하셨습니다. 운명인가요? 취임 소감부터 짤막하게 부탁합니다.
 일단 기쁘기도 하지만 책임감도 막중하게 느낍니다. 사실은 주위 권고도 있어서 지난 2019년 말부터 회장 출마 결심을 했었고, 작년 한 해 조심스럽게 준비를 하기는 했습니다. 사명감으로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시작부터 옹골차게 나온다. 아니나다를까, 숨은 이력이 굉장하다. 20년 전인 2002년부터 한국여성바둑연맹 총무로 일을 시작했고, 2010년부터는 사무국장으로 재임하며 약 3년 동안 연맹 살림을 맡아왔다. 그 뒤로도 한국초등바둑연맹 부회장으로 3년을 일했고 최근까지 한국대학바둑연맹 부회장직을 수행하기도 했다. 아마바둑계 요직을 두루 섭렵하다 올 신축년 벽두에 한국여성바둑연맹 회장으로 취임한 것. 말하자면 준비된 회장이자 한국여성바둑 제2의 중흥기를 이끌 적임자다.

- 여기저기 인사에 인터뷰 등으로 정신없을 것 같은데 초기 행보 어떻습니까?
우선은 조직을 재정비했고 지금은 구체적인 연맹 활동 계획을 수립하고 있어요. 바둑계는 물론 외부 인사들에게도 이런저런 자문을 구하고 있고, 신규 이사 영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자치단체도 방문하며 여자바둑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는데 반응들이 좋습니다. 감사할 따름입니다.

- 신임 회장으로서 할 일은 물론 하고 싶은 일도 많으실 줄 압니다. 최우선 과제, 즉 취임 1호 공약은 무엇입니까?
“여자바둑의 가치와 위상을 높이고 더불어 한국바둑의 동반 부흥을 이끌어내는 일, 그 중심에 한국여성바둑연맹이 있다”라고 외치고 싶네요. 연맹 회원들의 복지와 신규 여성회원 확보를 최우선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각 회원은 물론 지부 간 소통과 공감, 연대의 노력이 필수겠죠. 허물없이 소통하고 투명하게 반영하겠습니다.

- 워낙 현장에서 오래 활동해 그 방법들까지 알고 계실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먼저 사무실 환경부터 바꾸겠습니다. 연맹 사무실은 조직의 본부로서 임직원들의 업무 공간이자 회원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휴게실이기도 합니다. 쾌적한 공간을 위해 집기나 바둑용품도 교체하고, 주기적으로 회원 리그전과 함께 바둑강좌도 개설해 사무실의 문턱을 낮추겠습니다.

- 신규 여성회원 확보에 대한 복안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지금 여성연맹에 등록된 회원수가 700명 조금 안 되는데 1000명으로 늘리는 것이 1차 목표입니다. 우선 여성 대학생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생각입니다. 전국 20개 대학 100명의 신규 회원을 목표로 바둑을 보급하고, 6~7개월 후엔 여대생 바둑대회도 열어 장학금을 지급할 생각입니다. 각 대학 별로(출신) 후원자를 물색하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둘째는 여성연맹 신규 지부를 최대한 개설해서 회원을 모집할 계획입니다. 자세히는 말씀드릴 수 없지만, 현재 지부 개설을 고려하고 있는 지역만 해도 서너 곳에 달합니다.

- 구체적인 계획에다 숫자까지 다 입력해놓고 계셨네요. 또 있나요?
세 번째는 여자 프로기사를 회원이나 이사로 영입해 연맹 행사나 대회 등에 초청할 계획입니다. 또한, 해외에서 활동 중인 여자 아마추어 기사들을 초대해 글로벌 여성연맹으로서의 입지도 넓혀 나갈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전국 신도시들을 대상으로 여성 바둑 인구를 늘여 나가겠습니다. 각 지역 문화센터 등을 중심으로 10명 이상의 수강생이 모이면 바둑 강사를 무료 파견할 계획입니다. 이밖에도 여러 복안이 있지만,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방법들로 몇 개 모아 봤습니다.

- 한국여성바둑연맹은 짧지 않은 역사에다 전국 각 시도에 28개 지부를 두고 있는 전국구 단체입니다. 가장 큰 자부심을 느낄 때가 언제인가요?
크고 작은 바둑대회에 전국 28개 지부 청년과 장년, 노년부 회원들이 자발적이고 주체적으로 참가한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2017년이었나요? 화성에서 열린 ‘대한민국 바둑대축제’에 우리 연맹 회원들이 한복을 입고 바둑을 두는 모습이 화제가 됐고, 바둑인들로부터 많은 칭찬을 들었습니다. 여성연맹이 아니면 절대 할 수 없는 이벤트였다고 생각합니다.
제 임기 동안에는 이러한 바둑계 행사 이외에도 여성의 섬세한 손길이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 도움을 줄 생각입니다. 여성 바둑인의 선한 영향력이 소외된 지역과 계층에 골고루 퍼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코로나 19로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불확실성이 아직 남았는데 헤쳐나갈 방안은 있나요?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점차 누그러질 걸로 기대합니다만, 일상을 되찾기에는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할 듯합니다. 이에 연맹의 모든 행사나 사업 추진 계획을 코로나 시국에 맞춰 유동적으로 추진하겠습니다. 코로나 위험을 최대한 피해갈 수 있는 바둑대회를 많이 개최할 계획입니다. 기우회 초청 바둑대회나 지부 간의 교류전, 연맹 이사회 바둑대회 등을 열고, 국회의원이나 연예인 교류전 등 다양하고 특색 있는 이벤트성 대회를 많이 추진하겠습니다.

- 신상 질문입니다. 어떤 계기로 바둑계에 들어오게 됐으며 풍덩 빠지게 된 이유가 뭘까요?
26년 전, 그러니까 아들이 7살 때였을 거예요. 당시 바둑을 배우던 아들이 갑자기 엄마한테 와서 바둑을 두자기에 할 수 없이 바둑을 배웠죠. 우연히 월간바둑지에 실린 성균관대학교 사회교육원 바둑 수강생 모집 공고를 보고 본격적으로 바둑공부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양상국 교수(당시 八단)의 바둑 실기와 수양 편을 듣고 점차 바둑의 매력에 푹 빠져들게 됐고, 욕심이 생겨 세한대 바둑학과와 명지대 바둑 최고위 과정까지 마쳤습니다. 바둑계 많은 분과 교류했으며 요즘도 바둑 동호인 모임에 꾸준히 참석하고 있습니다.

- 끝으로 연맹 회원들과 여성 바둑 팬들에게 한 말씀 해주시죠.
우선 올 한 해도 코로나 19로 어려운 시기가 될 것 같은데 여성 바둑인과 가족 모두 힘내시란 말씀 먼저 드립니다. 매사 회원들의 의견을 경청해 연맹 일에 적극 반영하도록 힘쓰겠습니다. 각종 바둑 행사와 교류전, 이벤트 행사 등에 능동적으로 참여해 주시기 바라며 아울러 바둑을 더 가까이해서 평생의 친구로 삼아주실 것을 당부합니다. 감사합니다.
 
 “바둑은 조화다”라고 말한 우칭위안 선생을 존경한다는 한국여성바둑연맹 이광순 회장. 바둑을 통해 25년 넘게 즐겁고 지혜로운 삶을 살게 됐으니 회장 임기 4년 동안 진심으로 나누고 베푸는 봉사의 시간을 갖겠다고 밝혔다. 부족한 시간을 벌기 위해 네다섯 군데 강의를 하나로 줄이고 다른 취미 활동도 대폭 줄였다고도 했다. 인터뷰 내내 자신감과 실천을 강조한 것으로 보건대 올해 한국여성바둑연맹의 변화가 심상찮아 보인다.

<인터뷰/조남철 편집위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