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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 YK건기배 초대 챔피언 강동윤 

등록일 2022.08.08958

국내랭킹 4위 강동윤 九단이 2위 박정환 九단에게 승리하며 YK건기배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가운데는 바둑TV 해설위원인 백홍석 九단.
국내랭킹 4위 강동윤 九단이 2위 박정환 九단에게 승리하며 YK건기배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가운데는 바둑TV 해설위원인 백홍석 九단.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낸다(長江後浪推前浪)’는 말이 있다. 세대교체를 이를 때 흔히 비유하는 글귀다.

그런데 최근 강동윤(33) 九단의 행보를 보면 이 말이 무색하게 들릴 정도로 상승일로다. 1989년생이니 벌써 서른셋. 승부를 겨루는 기사로서는 절정기를 지났다고 평가받았던 강동윤의 상승세가 예사롭지 않다.

무려 6년 1개월 만에 4위로 랭킹(7월)을 끌어올린 강동윤은 5기 용성전과 2022 YK건기배에서 잇달아 결승에 진출했다. 27회 LG배에서는 박정환을 물리치고 8강에 안착했다. 24회 농심신라면배 최종예선에서도 신민준에 승리하며 2년 만에 통산 일곱 번째 본선 무대 진입을 확정지었다.

6년 1개월 만에 상위랭킹 5걸 재진입 
강동윤의 올해 전적(7월 20일 현재)은 48승 16패, 승률 75%. 다승과 승률 부문 2위며 1월 25일부터 3월 2일까지 16연승 행진을 펼쳐 연승 부문에서도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연승 기간 중 용성전과 YK건기배 예선 통과를 확정했던 강동윤은, 당시 올린 승리를 발판삼아 결승 티켓을 거머쥐기까지 했다.

YK건기배에서는 신진서를 탈락시키며 결승에 합류한 박정환을 2-0으로 꺾고 초대 우승컵을 거머쥐는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본선에서 박정환을 물리친 게 일회성 성과가 아님을 입증하기도 했다. 

YK건기배 정상에 오르며 통산 9회 우승컵 획득에 성공한 강동윤은 2016년 20회 LG배 우승 이후 6년 5개월 만에 타이틀 보유자 반열에 복귀했다. 국내대회 우승은 2013년 8기 원익배 십단전 이후 9년 3개월 만이다.

월간지 8월호가 나올 무렵이면 용성전 결과가 나오겠지만, 8강에서 초대 챔피언 자리를 다퉜던 김지석에 시원스레 설욕전을 펼치는 등 1기 용성전 준우승 이후 4년 만에 결승까지 진출해 자신의 오름세 훈풍에 불을 지폈다. 

와일드카드로 본선에 합류한 27회 LG배에서도 승승장구하며 7년 만에 두 번째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농심신라면배 본선 활약도 기대되고 있다. 2008년 10회 대회 당시 5연승을 거두며 한국의 여덟 번째 대회 우승에 톡톡히 일조한 바 있는 당시 강동윤의 활약상이 아직도 선명하다.

중국에서도 강동윤 활약 주목
중국 언론에서도 환골탈태(換骨奪胎)한 강동윤에 주목하며, 자국의 1989년생 동갑내기 천야오예(陳耀燁)와 리저(李喆)를 소환하기까지 했다. 한 중국 언론은‘강동윤 의기양양, 천야오예는코치 전향..., 한·중 어디에서 차이가 벌어질까’라는 제목으로 한국과 중국 바둑시장 차이를 분석하기도 했다.

강동윤 상승세의 원동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국가대표 상비군 목진석 감독은 “30대 중반의나이에 이런 성적을 보여준다는 것은 철저한 자기관리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면서 “예전보다 한판 한판 더 절실한 마음으로 임하는 것이 결과로나오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국가대표 박정상 코치도 “대국 2∼3일 전에는 약속도 잡지 않을 정도로 철저히 준비한다고 들었다”고 거들었다. 주변의 말을 종합하면 철저한 자기관리와 절실한 마음가짐이 상승세의 원동력임을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런데 정작 강동윤은 본인의 활약을 대수롭지않게 말하고 있다. YK건기배 결승 진출을 확정지은 후 상대로 누가 올라오기를 바라느냐는 질문에 “저는 먹잇감인 것 같고, 사자와 호랑이가 싸워서 이기는 사람이 저를 차지하는 걸로 생각하고 있다”는 촌철살인(寸鐵殺人)의 한마디로 결승에 임하는 심정을 에둘러 전하기도 했다.

화려한 부활로 역주행하고 있는 랭킹 상승의 원동력을 묻는 질문에는“특별한 요인은 없는 것 같고 좋지 않았던 바둑을 운 좋게 이기면서 기세를탄 것 같다”고 겸손해 했다. 

농심신라면배 본선 진출을 확정 지은 후에는 지난 대회 패배부터 반성했다. “재작년 와일드카드를 받고 첫 판부터 져서 죄송한 마음이 컸다. 요 근래 농심배에서 이기지 못하고 있는데 이번에 기회가 온 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전성기 이창호 ‘천적’으로 명성 자자 
2002년 13세의 어린 나이로 입단한 강동윤은 그동안 여덟 차례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특히 2009년 후지쓰(富士通)배와 2016년 LG배 우승으로 세계 챔피언에 오르며 46명 밖에 안 되는 메이저 세계대회 우승 클럽 회원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2회 이상 우승자로 후보를 좁히면 20명 안에 들 정도로 강동윤은 기본적으로 세계 정상급 실력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바둑의 에이스 중 한명이었다.

특히 돌부처 이창호를 상대로 두 번이나 타이틀을 따내는 등 20승 12패로 상대전적에서 앞서며 천적의 면모를 보여 바둑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바 있다. 그런 그가 다시 전성기 때 모습으로 돌아와 신진서·박정환과 타이틀을 다투는 모습은 시계를 몇 년 전으로 돌려놓은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절정기를 넘어섰지만 성실한 자기관리와 꾸준함으로 동료와 후배들의 사표(師表)가 되고 있는강동윤의 상승세가 어디까지 계속 이어질 것인지. 그의 오뚝이 같은 저력에 바둑팬 모두가 박수를 보내고 있다.

요사이 근황과 올해 포부를 묻는 질문에 강동윤은 “최근 내용적으로 기복이 심해 컨디션 관리에 신경쓰고 있다”면서 “체력도 조금 떨어지는 것 같아 유산소 운동에 집중하고 있다. 남은 기간 동안 컨디션 관리에 집중해 계속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는 소박한 다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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