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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 오유진, 오청원배 우승하며 ‘반상 퀸’ 귀환 

등록일 2022.10.312,004

오유진(24) 九단이 세계무대 정상의 자리로 화려하게 컴백했다.
오유진(24) 九단이 세계무대 정상의 자리로 화려하게 컴백했다.

오유진(24) 九단이 세계무대 정상의 자리로 화려하게 컴백했다. 

9월 28일 서울과 중국 푸저우(福州)에서 온라인으로 열린 제5회 오청원배 세계여자바둑대회 결승3번기 2국에서 오유진 九단이 중국의 왕천싱(王晨星·31) 五단에게 154수 만에 백 불계승(관련상보 38쪽)하며 종합전적 2-0으로 승리했다.

오유진 九단은 27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결승1국에서도 125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뒀다.

오청원배 4전 5기 오유진
오유진의 우승컵 획득은 오청원배 다섯 번째 출전 만에 일군 첫 우승이었다. 게다가 결승 상대인 왕천싱의 출산으로 인한 주최 측의 일방적인 두차례 일정 변경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거둔 승리여서 더욱 값진 우승이기도 했다.

이번 대회에 국내 여자랭킹 2위 자격으로 국가시드를 받은 오유진은 원년 대회부터 5회 연속 출전권을 얻었다. 그동안 오유진은 이 대회 최고 성적이 8강 2회에 그칠 만큼 이상하리만치 오청원배에서 부진을 거듭했다.

특히 결승에서 맞붙은 왕천싱에게는 돌려줘야할 빚이 있었다. 결승 대국 전까지 상대전적은 8승 6패로 오유진이 앞섰지만, 결승 직전까지 3연패를 당하고 있었던 데다, 오청원배에서는 2·4회 대회 8강에서 두 번 맞붙어 모두 패한 상흔이남았던 것.

그러나 막상 결승3번기 뚜껑이 열리자마자 오유진은 언제 그랬냐는 듯, 두 번 내리 승리하며 결국 이번 대회 5연승으로 퍼펙트 우승을 결정지었다.

오유진은 본선16강에서 북미 대표로 출전한 미국의 펑윈(豊雲) 九단을, 8강에서 중국의 루민취안(陸敏全) 六단을 꺾은데 이어 4강에서 디펜딩챔피언이자 국내랭킹 1위 최정 九단을 넘어서며 결승에 올랐다.

반면 11월 출산을 앞두고 만삭의 몸으로 대국에 임한 왕천싱은 4강에서 김채영 七단을 꺾고 결승까지 오르는 투혼을 발휘했지만 오유진에게 패하며 2회 오청원배에 이어 두 번째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왕천싱은 2회 대회 결승에서 최정에게 0-2로 패했다.

오유진과는 2016년 7회 궁륭산병성배 결승 격돌 이후 두 번째 결승 맞대결이었는데, 6년 만에 다시 성사된 매치업에서 또다시 패하며 설욕에 실패했다. 

그동안 세계여자바둑대회 결승에 다섯번 진출한 왕천싱은 2013년 4회 궁륭산병성배에서 자국의 위즈잉(於之瑩)에게만 한번 승리해 우승했을 뿐, 나머지 네 번은 최정, 오유진에게 나란히 두 차례씩 패하며 준우승에 그치고 말았다. 왕천싱의 부군은 중국위기협회 소속 프로기사 류싱(劉星)이다. 

올해 다섯 번째 대회를 마친 오청원배는 한국이 네 차례[김채영(1회), 최정(2·4회), 오유진 (5회)], 중국이 한차례[저우홍위(周泓余·3회)] 우승을 차지했다.

제5회 오청원배 세계여자바둑대회의 우승상금은 50만 위안(약 1억 원), 준우승상금은 20만 위안(약 4000만 원)이다. 제한시간은 각자 2시간에1분 초읽기 5회씩이 주어졌다.

다음은 오유진 九단과의 일문일답.

- 오청원배 우승으로 오래간만에 세계대회 패권을차지했습니다.
세계대회 우승이라 더 기쁜 것 같아요. 세계대회 결승에서 두 번 모두 왕천싱과 만나 신기하기도 하고 인연이 있는 것도 같습니다. 제가 5∼6월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았고, 이후에도 자꾸 떨어지는 느낌이라 걱정을 많이 했어요. 대회 일정이 당겨지기도 하고 해서요. 다행히 여자바둑리그 포스트시즌 대국을 통해 감각을 찾는데 도움을 받은 것 같습니다. 특히 내용은 좋지 않았지만 조승아 선수에게 역전승 한 것이 기세를 타는 데 일조한 것 같아요.

- 왕천싱 선수와는 세계대회에서 첫 우승했던 궁륭산병성배 이후 두 번째 결승 만남이었습니다. 왕천싱이 상승세의 김채영 선수를 꺾고 올라왔는데, 이길자신이 있었나요?
누가 올라왔어도 자신 있게 두긴 했을 것 같습니다. 스타일로는 왕천싱 선수가 조금 더 낫지 않나 생각했어요. 비록 왕천싱 선수에게 연패 중이긴 했지만, 중앙전을 즐기고, 본인의 스타일이 확고한 왕천싱 선수가 다른 선수들보단 작전을 세우긴 편한 면이 있었던 것 같아요.

- 오청원배 4강에서 최정 사범을 만났을 때 기분이 어땠나요?
크게 상대를 신경 쓴다든가 하지는 않았습니다.오청원배는 8강이 끝나고 대진표가 바로 나오잖아요. 최정 선수가 가장 까다롭다고 생각했기에일단 기분이 좋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달리 생각해 보니 최정 선수와는 단판 승부가 더 낫다는생각도 들었어요. 어차피 우승까지 하기 위해선 결승3번기까지 가야 하는데 (3번기보단) 단판승부가 낫겠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했습니다.

- 최정 선수를 이기고 결승에 진출하며 우승을 예감했나요?
아니요(웃음). 대국 당시는 제 바둑에 집중하다보니 의식하지 못했는데, 나중에 결승이 한·중전이 된 걸 알고 나선 반드시 이겨야겠다는 생각은 했습니다. 사실 김채영 선수가 올라오면 조금 더 까다롭다고 생각했어요. 한국 선수끼리 붙으면 같은 대국장에서 둬야 하니까 좀 더 신경 써야하는 면이 있거든요.

오유진 九단은 최정 九단과 상당 기간 여자바둑랭킹 1, 2위를 다퉜지만 유독 약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결승에서 2연속 승리하며 ‘최정 포비아’를 극복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는데, 당시 상황이 궁금해 몇 마디 물었다.

- 최정 사범과는 정말 많이 만났습니다. 상대전적을 보니 38전 8승 30패(10월 20일 현재), 승률21.05%. 다섯 번 만나면 한 번 이기는 확률 정도인데만나면 뭔가 상성이 잘 안 맞는 게 있었던 건가요?
잘 맞는다고 보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물론 최정 선수가 너무 강했던 것도 있지만, 그래도 너무심하게 밀렸다고 생각해요. 사실 최근에 조금 이긴 것이기도 하고, 예전엔 계속 지면서 심리적으로 많이 흔들렸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최정 선수뿐 아니라 어떤 선수에게 연패를 당하거나 계속잘 안 풀릴 경우에는, 반전무인(盤前無人)의 자세로 대국에 임하려고 해도 상대를 의식하게 되는것 같아요.

- 그동안 결승에서 다섯 차례 우승, 여섯 차례 준우승 기록을 남겼는데, 6번의 준우승 중 5번이 최정사범에게 패한 기록입니다. 지난해 극적으로 최정 선수에게 2회 연속 승리(11월 26기 여자국수전, 12월 5기 여자기성전)하며 국내기전 2관왕에 올랐는데, 당시 솔직한 심정이 궁금합니다.
일단 여자국수전 결승1국 승리가 기억에 남는것 같아요. 워낙 오랫동안 연패하기도 했고. (패배를 인정할 때) 상대가 초시계를 멈추잖아요. 그때 제가 이긴 게 맞나 했던, 그 기억이 많이 떠오릅니다. 내용적으로도 괜찮게 이겼던 게, 자신감이 많이 올라오게 해 준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 상대 전적 2승 25패, 게다가 15연패 중이었고, 결승 맞대결에서도 4연속 패배 중이었단 말이죠. 그런데 2연속 타이틀전에서 승리했어요. 그 비결이 무엇이었을까요.
거의 모두 패한 바둑이었지만, 그 바둑을 다시찾아서 봤어요. 제가 이겼던 바둑, 그래봤자 2승에 불과한데, 기보가 남겨진 것은 한판밖에 없더라고요. 그 바둑을 유심히 보면서 당시 심리적으로 어땠는지 회상하기도 했어요. 우세했던 바둑을 역전패 당한 게 많않는데, 그런 바둑을 찾아보면서 그때 심리를 많이 생각해 본 게 도움이 됐던것 같습니다.

- 그동안 최정 九단의 독주가 이어졌잖아요. 그래서인지, 오유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만년 2인자’라는 달갑잖은 꼬리표였던 것 같아요. 마음고생이심했을 것 같습니다.
그런 말을 들으면 기분이 별로 좋지는 않았어요. 워낙 실력이 뛰어난 선수이기에 대등하게라도 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아직까지도 잘 안되는 것 같아요. 지금도 최정 선수가 훨씬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작년에 결승에서 두 번이겼던 게 컸던 것 같아요. 언제쯤 최정 선수한테결승에서 이길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기도 했으니까요.

- 오유진 선수는 종반이 강한 걸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이미지를 잘 쌓아온 것 같아 그런 이미지가 굳혀진 것 같습니다(웃음). 약한 편은 아닌 것 같은데 그렇다고 종반이 엄청 센 건 아닌 것같기도 하고, 그래도 자신이 없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다른 선수들보다 계가를 많이 하는 편인데, 그래서 제가 후반에 들어서면 힘을 내는 편인 것같아요. 국면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됐을 때 더 잘둘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 입단 후 가장 기뻤을 때와 가장 좌절했을 때를꼽는다면?
가장 힘들었을 때는 바로 생각이 나요. 2018년 4회 궁륭산병성배 결승에서 최정 선수에게 졌을때 오랫동안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바둑이 계속어려웠는데 좋았던 순간이 많았거든요. 결승 직전까지 최정 선수에게 많이 밀렸는데, 당시 결승에서 이길 수 있지 않나 하는 내용이었기 때문에더 아쉬움이 남았던 것 같습니다. 아픔이 한 달넘게 간 걸 보면요. 가장 생각나는 바둑은 첫 세계대회 우승이 기억에 남습니다. 저한테 첫 타이틀이기도 했고요. 당시 목진석 사범님과 초반 포석을 연구했는데, 두 번째 수부터 다르게 뒀었나봐요. 목 사범님이 나중에 ‘음음...’했던 게 기억이 나네요(웃음).

- 바둑 공부는 어떻게 하시나요?
계획적으로 하는 스타일은 아닌데, 일단 에이아이(AI)를 좀 하고,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은)골락시를 사용합니다. 인터넷으로 기보도 보고, 사활 공부도 매일 하고요. 대국이 없어도 일주일에 세 번 정도는 한국기원에 나와 국가대표 자체리그전 등을 소화합니다. 쉴 때는 유튜브 중계도 가끔 보고요.

- 프로기사 오유진 말고 인간 오유진이 궁금합니다. 취미, 좋아하는 음식, 가장 하고 싶은 것 등 바둑팬들이 자연인 오유진에 대해 알고 싶은 게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지금은 좀 덜한데, 10대 초반엔 바둑 말고 다른 것을 많이 하고 싶었어요. 바둑을 하지 않는 친구들이 평상시 하는 것들이 다 부럽기도 했고 해보고 싶기도했어요. 바둑과 병행이 어려워 해보진 못했지만요. 지금 가장 해보고 싶은 건 피아노를 배우는거예요. 코로나 전에 학원 등록하고 바로 피아노도 샀는데 결국 장식용이 되고 말았어요. 다시 학원에 가서 배우고 싶어요. 잘 치진 않아도 몇 곡이라도 치면 좋을 것 같아요. 음식은 고기를 좋아하는 편이고 초밥과 국수 같은 것도 좋아해요. 바둑 말고 가장 하고 싶은 건 세계 여행이에요. 유럽을 한 번도 못 가봐서 유럽 쪽에 꼭 가보고 싶습니다.

- 앞으로 포부를, 바둑과 바둑 외적인 걸로 나눠서말씀해주시겠어요.
바둑적으로는 계획을 세우고 있지 않아요. 계획을 세우면 틀에 박힌 것 같아서요. 이번에 마음이 많이 흔들렸을때 엄마한테 그랬거든요.“ 하루살이처럼 살고 싶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다음날 어떻게 돼도 잊을래”라고요. 나중에 엄마가 그 말이 좋았다고 했어요. 대회 끝나고 힘들어도 네가 한 말 있으니까 즐겁게 하라고요. 그때 짧은시간이긴 했지만 심리적으로 많이 안정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좋은 성적으로 이어진 것 같기도 하고요. 아무튼 계속 발전하고 성장하는 선수가 됐으면 합니다. 바둑 외적인 목표는 내년 아시안게임도 있고 하니 중국어를 꾸준히 배울 수 있으면 좋겠고, 집에 있는 피아노도 활용하고 싶습니다. 중국어와 피아노 이 두 가지는 꼭 하고 싶어요.

<글/차영구 편집장·사진/이주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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