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원

바둑뉴스

월간바둑

표지이야기 | ‘열돌’맞은 대주배, 유창혁 ‘4전5기’ 첫 우승 

등록일 2023.08.02697

▲시상식 후 나란히 선 유창혁 九단(왼쪽)과 권효진 七단.
▲시상식 후 나란히 선 유창혁 九단(왼쪽)과 권효진 七단.

‘열돌’을 맞은 대주(大舟)배가 새로운 챔피언 탄생을 알렸다.

주인공은 ‘4전5기’ 끝에 우승에 성공한 유창혁(57) 九단이다. 메이저 세계대회 6회 우승에 빛나는 ‘레전드’ 유창혁 九단이 대주배 다섯 번째 출전 만에 정상 고지를 밟았다.

유창혁 九단은 4월 28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소재 K바둑스튜디오에서 열린 제10기 대주배 남녀 프로시니어 최강자전 결승에서 권효진 七단(41)에게 162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두며 대주배 첫 우승에 성공했다. (관련상보 54쪽)

단판 승부로 펼쳐진 결승은 다소 싱겁게 막을 내렸다. 초중반까지 잘 어울린 바둑이었지만 유창혁 九단의 공격에 권효진 七단이 너무 버티다 우변 흑 대마가 속절없이 떨어지면서 때 이르게 승패가 결정되고 말았다. 이번 우승으로 유창혁 九단은 통산 29번째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예선부터 출전한 유창혁 九단은 3연승으로 본선 16강 토너먼트에 합류했다. 본선에서는 박지은 九단, 이기섭 八단을 물리친 데 이어 4강에서 디펜딩 챔피언 김혜민 九단마저 완파하고 결승 진출을 확정짓는 등 파죽의 7연승으로 가장 높은 자리에 올라섰다. 

7연승 유창혁, 시니어 최강 입증 
‘대기만성’ 권효진, 입단 28년 만에 준우승
그동안 대주배에서는 조훈현·서능욱 九단이각각 두 차례, 서봉수·조치훈·최규병·조혜연·김혜민 九단이 각각 한 차례씩 우승했다. 우승자 명단에 유창혁 九단의 이름이 보이지 않는게 의아할 정도였다. 

2019년 6기 대회부터 출전한 유창혁 九단은 이번 대회 전까지 8기 대회 준우승이 최고 성적이었다. 그 외 4강(7기), 8강(6기), 16강(9기) 한 차례씩에 그쳐 이상하리만치 대주배와 인연이 닿지 않았고, 본인도 우승 인터뷰에서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토로하기까지 했다.

반면 1995년부터 프로 생활을 시작한 권효진七단은 입단 27년 5개월 만에 첫 결승에 진출해 화제를 불러모았다. 본선 첫판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 이창호 九단을꺾는 파란을 일으키며 돌풍을 예고한 권효진 七단은 8강에서 이성재 九단, 4강에서 전기 준우승자 이민진 八단을 내리 제압하며 이번 대회 최대 이변의 주역으로 주목받았다.

놀라운 상승세는 마지막 고비에서 유창혁 九단의 강력한 공격력에 무너져 아쉬움을 남겼다. 첫 결승 진출에 대한 부담감 때문인지 권효진 七단은 이전 경기에서 보여준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한 채 허망하게 꺾이고 말았다.

국후 인터뷰에서 권효진 七단은 “마지막에 많이 긴장하고 어깨에 힘이 들어간 것 같다”면서 “힘 한 번 못 써보고 완패했는데 내년에 다시 우승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각오를 전했다.

한편 대회 10주년을 맞은 대주배 결승 현장을 신진서 九단이 깜짝 방문해 눈길을 끌었다. 신진서 九단은 대회장을 찾은 팬들과 지도다면기를 가졌는데, 대주배를 후원하는 김대욱 TM마린 대표는 ‘신진서 사랑회’ 회장이기도 하다.

시상식에서 김대욱 TM마린 대표는 “대주배가 벌써 10년을 맞이했다. 말이 10년이지 중간에 조금 쉰 걸 생각하면 연령으론 십이삼 년이 된 셈인데 이렇게 많은 분들이 아껴주시고 사랑해주셔서 더욱 어깨가 무거워진다. 시작할 땐 50대 중반 조금 안 됐을 땐데, 오늘 와서 보니 그동안 같이 봐왔던 사범님들의 얼굴에서 지난 생활의 풍상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언제까지나 꽃미남인 줄 알았던 유창혁 사범이 흰머리 난 걸 보니 마음이 아프다(웃음). 대주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장담할 순 없지만 많은 분들의 염원이 큰 만큼 대회가 가능한한 오래 지속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2010년 시니어 최강자전으로 출범한 대주배는 2013년 4기 대회부터 30세 이상 여자기사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해 남녀 성(性) 대결로 외연을 확장했다. 올해 10기째를 맞이하면서 남자 시니어의 나이 제한도 50세에서 45세로 낮췄다. 출전 연령대가 내려가면서 이창호 九단을 비롯해 최명훈·이상훈(大)·김영삼·이성재 九단 등 새로운 인물들이 대거 본선에 합류,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다음은 우승직후 열린 유창혁九단과의 일문일답.

- 대주배 첫 우승에 성공했다. 소감은?
우선 이 대회를 10년간이나 후원해주신 김대욱사장님께 감사드린다. 시니어 대회는 시니어리그가 있지만 개인전이 없는 상황에서, 대회가 있다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여자기사들도 참여하지만 그동안 우승을 못해 아쉬움이 있었고 질 때마다 조금 충격도 받았다(웃음). 우승하게 돼서 기쁘고 감사드린다. 이 대회에 나올 때마다 우승 후보로 평가받아 부담이 컸던 게 사실인데, 다섯 번째 출전 만에 우승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 특히 큰 승부에 강한 바둑이신데, 경기를 앞두고 어떻게 마음을 가라앉히는지 소개해달라.
중요한 경기에서는 특히 심리적인 부분이 승패를 좌우한다고 생각한다. 큰 승부를 앞두고는 대국 전 명상을 많이 한다. 공부보다는 가급적 정신적 안정을 취하는 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

- 전성기와 지금의 바둑을 비교한다면?
수읽기와 형세판단이 확연히 달라졌다. 전성기때는 수읽기에 누구보다 자신 있었고, 형세판단도 비교적 정확했다. 지금은 형세판단도 잘 안 되고, 시간에 몰리게 되면 수읽기에서도 자주 실수가 나오는 게 문제인 것 같다.

- 결승에서는 대마를 잡고 때이르게 바둑을 끝낸것 같다. 
잡힐 대마가 아닌데. 권효진 선수가 손해를 안보려고 너무 버티다 잡힌 것이다. 운이 좋았다. 

- 유창혁 九단에게 바둑은 인생에서 어떤 의미인지?
제 인생에서 바둑은 인생 그 자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 응원하는 팬들께 한말씀 하신다면?
결승 현장에도 많은 분들이 찾아주셨는데, 꾸준히 노력해 팬 여러분께 계속해서 즐거움을 드릴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글/차영구 편집장, 사진/이주배 기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