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현장1 l GS칼텍스배 프로기전, 30기 본선 막 올라

1995년 창설돼 올해 30기를 맞은 GS칼텍스배가 조 추첨식을 통해 서른 해 본선 시즌 개봉 박두를 알렸다.
2월 11일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 호텔에서 열린 제30기 GS칼텍스배 프로기전 본선 대진 추첨식에는 역대 우승자와 본선진출자를 비롯해 주최사인 매일경제신문 손현덕 대표이사, 후원사 GS칼텍스의 황성연 홍보부문장, 한국기원 양재호 사무총장과 한종진 프로기사협회장, 대회 해설위원인 김영환 · 송태곤 九단과 취재진 등이 참석해 30기를 맞는 GS칼텍스배 개막을 축하했다.
최유진 · 김여원 캐스터의 공동 사회로 열린 본선 대진 추첨식은 인사말과 역대 우승자 휘호 바둑판 전달, 케이크 커팅, 대진 추첨, 인터뷰, 기념촬영, 오찬 순으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손현덕 매일경제신문 대표이사는 “GS칼텍스배를 1기부터 봐왔는데 30주년이라고 하니 가슴이먹먹해진다”면서 “30년이라는 시간은 바둑의 역사와 함께한 소중한 시간이었으며 오늘은 바둑인들이 쌓아온 열정과 도전의 역사를 축하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대회를 후원하는 GS칼텍스의 황성연 홍보부문장은 “오랫동안 바둑계의 모든 분들이 함께 이뤄낸 덕분에 30년이라는 역사적인 순간을 맞았다”며 “GS칼텍스는 계속해서 한국 바둑을 응원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은 “예전 (GS칼텍스)허동수 명예회장님과 (매일경제신문)장대환 회장님께서 대회를 만들고 항상 시상식에 자리하면서 한국 바둑을 위해 애쓰시고 조언도 많이 해주신 장면들이 기억에 남는다”면서 “그동안 수많은 명승부들로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던 GS칼텍스배가 앞으로 한층 더 성장해 나갔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밝혔다.
명품 국내기전 대명사 GS칼텍스배
1995년 9월 14일 조인식을 통해 테크론★배로 출범한 GS칼텍스배는 그간 숱한 명승부와 스타탄생의 요람으로 한국 바둑의 황금기를 열게 한 디딤돌 역할을 수행해 왔다.(★‘테크론’은 당시 세계 최고급 휘발유 브랜드로 우리나라에 휘발유 브랜드 시대를 연 제품명이다.)
현대바둑 50주년을 맞아 국내 17번째 프로기전으로 출발한 테크론배는 95년 막내로 태동했지만 30년 동안 한해도 쉬지 않고 달려와 어느덧 한국기전 중 큰형님의 위치에 자리매김했다.
출범 당시부터 GS칼텍스배는 여러 화젯거리를 몰고 다닌 한국기원의 복덩이 기전이었다.
조인식 후 열린 개막 축하연에는 당시 후원사였던 호남정유 허동수 사장과 주최사인 매일경제 장대환 사장을 비롯해 조남철 한국기원 명예 이사장, 조훈현 · 유창혁 · 이창호 九단 외 한국기원 소속기사 80여명 등 각계각층 주요 인사 200여명이 참석해 롯데호텔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세계대회 개막 전야제에 버금가는 성대한 개막 축하연은 당시 국내대회로는 이례적이었다. GS칼텍스배는 당시 신문사 주최 중심 기전에서 탈피해, 대기업이 참여하며 고액의 상금시대를 연 기념비적인 대회의 출발점이기도 했다.
당시 조남철 한국기원 명예 이사장은 테크론배 개막 축하연에서 “1천만 명의 바둑팬을 보유한 우리 바둑계가, 대기업인 호남정유의 테크론배 창설로 더욱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했는데, 이듬해인 1996년 LG배와 삼성화재배 창설로 한국 바둑의 황금기를 열어젖히는 계기로 이어지기도 했다.
결국 GS칼텍스배의 전신인 테크론배 창설은 우리 바둑계 성장의 발판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한국 바둑 발전의 한 축을 담당했다.
첫해 테크론배의 기전규모는 2억 원, 우승상금은 3000만 원이었다. 당시 국내 최대기전이었던 왕위전 우승상금이 3000만 원이었으니, 테크론배는 창설과 함께 단숨에 국내 최대규모 기전으로 왕위전과 함께 양대산맥을 이뤘다.
큰 큐모의 기전 창설이 프로기사들에게 동기부여를 제공한 것은 불문가지. 축하연 다음날부터 시작한 1, 2차 예선에는 당시 한국기원 소속 프로기사 132명 중 127명이 출전해 사상 최고 참가율을 기록했다.
1~3기 테크론배라는 명칭으로 열렸던 이 대회는, 4기부터 9기까지는 LG정유배, 10기부터 현재까지는 GS칼텍스배 프로기전으로, 비록 기전명은 변경됐지만 한결같은 행보로 한국 바둑 발전을 이끌어왔다.
테크론배를 창설한 주인공이었던 허동수 당시호남정유 대표는 이후 한국기원 이사를 거쳐 2001년 2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한국기원 이사장을 역임하며 한국 바둑계를 이끌었다. 현재 한국기원 명예총재이기도 한 허동수 GS칼텍스 명예회장은 30기를 맞은 GS칼텍스배를 비롯해 2006년 시즌부터 참가한 바둑리그 팀 후원 등 한국 바둑 발전을 위해 여러모로 이바지하고 있는 바둑계 최고의 후원자다.
최정상급 기사 거쳐간 GS칼텍스배
GS칼텍스배 프로기전 우승자 면모도 화려하다. 29기까지 총 17명의 우승자를 배출한 GS칼텍스의 최다 우승자는 한국 바둑의 전설 이창호 九단(2~3 · 6 · 8~9기)과 현 세계랭킹 1위 신진서九단(23~27기)의 5회 우승이다. 특히 신진서 九단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다섯 번 연속 우승하며 선수권전 사상 첫 5연패 달성이라는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지금은 현역에서 은퇴한 이세돌 九단이 세 차례우승(7 · 11 · 17기)했고, 박영훈(12~13기) · 김지석 九단(18~19기)이 각각 두 차례씩 우승해 뒤를 이었다. 초대 챔피언인 유창혁 九단을 비롯해 서봉수(4기) · 최명훈(5기) · 최철한(10기) · 조한승(14기) · 원성진(15기) · 박정환(16기) · 목진석(20기) · 이동훈(21기) · 안국현(22기) · 변상일(28기) · 신민준(29기) 九단이 각각 한 차례씩 정상에 올랐다.
우승자 중 최명훈 九단과 안국현 九단은 이 대회를 통해 입단 후 첫 우승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국내 최정상급 기사들이 우승컵을 거머쥔 GS칼텍스배 우승자 명단에 ‘바둑황제’ 조훈현 九단의 이름이 없는 것이 이채를 띤다. 조훈현 九단은 1기 대회 결승에 올랐지만 유창혁 九단에게 2-3으로 패하며 준우승 한 이후 결승 무대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여자기사로는 루이나이웨이 九단(5기)과 최정 九단(28기)이 결승에 진출했지만 준우승에 그치고 말았다.
패자부활 토너먼트 도입
30기를 맞아 GS칼텍스배는 본선 대회 방식을 개편했다.
2009년 15기 대회부터 이어져 온 24강 단판 토너먼트로 열렸던 본선 대회 방식을 16강 패자부활 토너먼트 방식으로 변경했다.
패자부활 토너먼트의 도입으로 조기 탈락한 상위 랭커들도 패자조에서 다시 한번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어 우승까지 더욱 치열한 경쟁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전기 대회부터 도입했던 시간누적방식은 이번대회에도 그대로 유지해, 제한시간 각자 30분에 추가시간 30초의 피셔방식으로 진행된다. 승자조 결승 진출자와 패자조 결승 승자는 5번기로 우승컵을 다툰다.
1월 5일 예선을 시작으로 서른 번째 막이 오른 GS칼텍스배 프로기전의 본선 첫 경기는 3월 5일 디펜딩 챔피언 신민준 九단과 김상천 七단의 대결로 막이 오른다.
매일경제신문과 MBN · 한국기원이 공동주최하고 GS칼텍스가 후원하는 제30기 GS칼텍스배 프로기전은 총규모 4억 8000만 원으로 국내기전 개인전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GS칼텍스배의 우승상금은 7000만 원, 준우승 상금은 3000만 원이다.
<글/차영구 편집장·사진/이주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