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바둑 최초, 장생 무승부 발생

한국프로바둑 60년 역사 최초로 장생(長生) 무승부가 발생했다.
화제의 대국은 29일(토) 성동구 홍익동 바둑TV스튜디오에서 열린 ‘2013KB국민은행바둑리그’ 전반기 5라운드 최철한 9단(SK에너지)-안성준 4단(정관장)간의 대국에서 발생했다.
백(최철한)이 공배가 모두 채워져 뒷맛이 몹시 나쁜 좌상귀에 수를 내러갔다. 오궁도화(五宮桃花-눈 모양이 5개이지만 치중당하면 죽는모양)를 피해야하는 흑(안성준)이 흑85로 자살테러를 감행했고 백이 따내고(86), 흑이 되딴 후(87), 백이 먹여치자(88), 안성준의 두 번째 자살수(89)가 나왔다.
무한 동형반복의 형태를 확인한 강훈 심판은 즉시 무승부를 선언해 89수만에 장생무승부가 연출됐다.
바둑에서 무승부는 두가지 형태가 있다.
2003년에 개정되기전까지의 승단대회에서는 수많은 무승부가 발생했다. 덤이 현대식의 반집이 아닌 6집-4집-2집-0집의 형태였기 때문이다.
종국후 집수를 세고 덤을 계산하여 동점이면 무승부이다.
우승자를 가리는 토너먼트방식의 대회와는 달리 단의 상승만을 목표로 하는 승단대회에서는 무승부가 나오면 일정점수(승과 패의 중간점수)만을 줄 뿐 재대국을 하지 않는다.
또 다른 형태의 무승부가 같은 모양이 무한반복되는 3패(4패)나 장생과 같은 형태이다.
일본에서는 이 두 가지 무승부를 ‘지고(ジゴ-집수가 같은 경우)’와 무승부(판빅)로 세분한다.
2000년 들어 한국바둑계에서 무승부(지고제외)는 총8차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모두 3패빅(4패빅) 무승부였다. 3패(4패)빅도 장생과 마찬가지로 무한반복의 형태다. 장소를 바꿔가며 발생하는 3패와는 달리 한 곳에서 만들어지는 장생은 몹시 희귀한 형태다.
지금까지 확인된 바로는 프로 공식대국에서 단 두 번의 장생이 출현했다.
첫 번째는 1993년 9월 2일 제49기 본인방전 본선리그 린하이펑(林海峰)9단 대 고마쓰(小松英樹)8단의 대국이었고, 2009년 9월 14일 후지쓰배 예선에서 왕밍완(王銘琬) 9단과 우치다 슈헤이(內田修平)2단의 대결이 두 번째였다. 기록에 소홀한 중국에서는 아직 장생에 대한 공식기록이 없어 확인가능한 기록으로는 이번이 세 번째다.
바둑TV로 이 대국을 해설하던 조훈현 9단은 '프로생활 50년 동안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오다 노부나가의 암살과 관련되었다는 ‘삼패빅’ 과는 달리 장생은 길조로 여겨진다.
‘살아있는 기성’ 우칭위안(吳淸源) 9단은 자신의 회고록에서 “장생는 백만판을 둔다고 해도 나타나기 어렵다. 만약 생긴다면 경사스러운 일로 팥밥을 지어 축하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대국이 무승부로 처리된 후 조훈현 9단 유창혁 9단 등 해설진과 양 팀 감독, 선수들은 장생 출현이 ‘한국 바둑이 앞으로 잘 될 징조‘이라고 입을 모았다. 중국바둑에 밀리고 있는 최근에 ’설날의 까치울음‘같은 소식이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그렇다면 희귀한 무승부는 어떻게 처리될까.
단체전인 KB리그에서 팀의 승률로 최종순위를 가린다. 무승부는 0.5승으로 처리된다. 승률향상에 도움이 된다.
대국료도 반으로 나눈다. 승리하면 125만원, 패하면 50만원을 지급하는데 최철한과 안성준은 그 합의 절반인 87만5천원씩 나눠어 가진다.
■2000년대 이후 무승부 기록
대국일자 |
대국명 |
대국자 |
비고 |
대국장소 | |
2006-08-09 |
제11회 삼성화재배 예선 |
강동윤 9단 |
장주주 9단 |
3패빅 |
한국기원 |
2009-11-23 |
제15회 GS칼텍스배 예선 |
허영호 9단 |
김형우 4단 |
3패빅 |
한국기원 |
2010-08-05 |
제15회 삼성화재배 예선 3 |
이원도 3단 |
린수양 5단 |
3패빅 |
한국기원 |
2010-11-23 |
2010 광저우 아시아 경기대회 |
김윤영 2단 |
요시다 |
3패빅 |
광저우 기원 |
2011-04-01 |
제30회 바둑왕전 예선 |
김영환 9단 |
온소진 6단 |
3패빅 |
한국기원 |
2012-09-02 |
2012 락스타리그 본선 |
이재웅 7단 |
김현찬 2단 |
3패빅 |
한국기원 |
2012-09-05 |
2012 삼성화재배 본선32강 |
이세돌 9단 |
구리 9단 |
4패빅 |
중국 캠핀스키호텔 |
2013-06-17 |
제4회 olleh배 예선 |
박민규 2단 |
강태훈 초단 |
3패빅 |
한국기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