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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만장했던 승부, 음성 인삼이 플레이오프 진출

등록일 2016.07.08

상대전적은 숫자에 불과했다. 음성 인삼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8일 한국기원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16 한국기원총재배 시니어바둑리그 준플레이오프에서 정규시즌 4위팀 음성 인삼이 3위팀 영암 월출산을 2-1로 꺾었다.

3판다승제인 정규리그와 달리 포스트시즌은 매 경기 3판2선승제. 파란만장했던 세 판 모두 상대전적 열세에 있던 쪽이 승리했다. 먼저 10시 정각에 동시대국으로 시작한 1ㆍ2장전에선 한 판씩을 나눠 가졌다.

음성 인삼의 김동엽이 선제점을 따냈다. 김종수와의 2장전에서 기세 실린 공격적인 한 수 한 수가 날카로웠다. 하지만 기분에 취한 나머지 중반 이후엔 어려움을 자초했다. 안경을 두어 번 고쳐쓰는 모습이 화면에 잡혔다. 한철균 해설위원은 '침묵의 승부사' 김동엽에게 있어 최고의 표정 변화라고 했다.

재깍재깍 나가던 손길이 뚝 멎었다. 좋은 시절에 남겨 두었던 시간을 다 쓰고 초읽기 소리를 듣고서야 결단을 내렸다. 미세하고 어지러운 종반. 맹추격해 온 김종수를 가까스로 뿌리쳤다. 용궁을 갔다온 반집승이었다.


▲ <2장전> 김동엽 9단(오른쪽)이 가슴을 쓸어내린 반집승으로 음성 인삼에 선제점을 안겼다.

영암 월출산에선 황원준이 반격했다. 의정 활동으로 기사직을 휴직한 조훈현을 대신해 정규시즌 10라운드부터 붙박이 1장으로 출전하고 있는 황원준은 5차례 등판했으나 무승에 그쳤었다.

그토록 맛보지 못했던 첫승이 준플레이오프에서 터졌다. '황소'의 뚝심이 빚어낸 5전6기였다. 견실하고 두터운 운영이 실리로는 뒤졌으나 엷은 상대가 싸움을 걸어온 틈을 찔러 반전 실마리를 찾았다. 김수장에겐 정규시즌 2패를 비롯해 2001년 이후 4연패 중이었다.


▲ <1장전> 조훈현 9단의 대체선수로 뛴 황원준 9단(오른쪽)은 중요한 때에 첫승을 신고했으나 팀 승리로 이어지지 못했다.

2장전까지 1-1을 맞추면 승산이 충분하다는 게 영암 월출산의 생각. 강한 3장 오규철이 최종 주자로 대기하고 있기 때문에서다. 오규철은 정규시즌 8승4패로 활약했고, 3장전 상대 박영찬을 9승1패로 압도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음성 인삼의 박종렬 감독은 "2장전까지 1-1이면 만족한다"고 인터뷰했다. 그러한 믿음에 박영찬이 보답했다. '저승사자' 같은 오규철을 가장 중요한 때에 극복했다.


▲ 먼저 1ㆍ2장전의 스코어가 1-1로 나온 것에 불만없다고 인터뷰한 영암 월출산 한상열 감독(왼쪽)과 음성 인삼 박종렬 감독.

1장전 종료 10분 후에 시작한 3장전에서 오규철은 이른 시기에 스텝이 꼬였다. 우하에서 범한 착각으로 치명상을 입었다. 난국을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몰라 반상에 놓여 있는 이쪽 저쪽의 돌들에 '마사지'를 거듭하는 오규철에 비해 박영찬은 세상을 다 가진 듯이 의자에 몸을 파묻다시피 하며 여유로운 모습.

끝난 것 같았던 승부는 오규철의 흔들기와 맹추격으로 혼전 양상을 띠기도 했으나 역시 초반 실점이 너무 컸다. 막바지 좌하에서 돌이킬 수 없는 실수가 나오면서 종국을 알렸다. 큰 승부에 대한 중압감 탓인지 평소의 오규철답지 않았다.


▲ 영암 월출산은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전지훈련을 다녀왔다. 당초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혔으나 조훈현이 빠지면서 팀 성적이 급전직하했다.

신승을 거둔 승장 박종렬 감독은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라며 "선수들에겐 결과에 크게 연연해하지 말고 매판 최선을 다해줄 것을 주문한다"고 말했다. 7월 13일 단번기로 벌이는 플레이오프 상대는 정규시즌 2위팀 인천 예림도어. 두 차례 격돌했던 정규리그에선 예림도어가 전ㆍ후반기를 모두 2-1로 승리한 바 있다.

중앙미디어네트워크가 타이틀 스폰서를 맡고 한국기원이 주최ㆍ주관하는 2016 시니어바둑리그의 총규모는 4억1000만원. 팀 상금은 우승 3000만원, 준우승 1500만원, 3위 1000만원, 4위 500만원이다.






▲ 팀이 포스트시즌에 오르는 데 최고 수훈을 세웠던 음성 인삼의 주장 김수장 9단.


▲ 황원준 9단은 시즌 첫승을 준플레이오프에서 거뒀으나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 용궁 갔다온 김동엽 9단. 짜릿한 반집승으로 웃었다.


▲ 눈부신 추격전이 무위로 돌아간 김종수 8단.


▲ 상대전적은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준 박영찬 4단.


▲ 꼬인 스텝이 파국으로 치닫고 만 오규철 9단.


▲ 양팀 감독은 물론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한 상주 곶감의 천풍조 감독, 시니어리그를 만든 한국기원의 박치문 부총재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 팀당 12경기씩, 총 42경기의 결과로 포스트시즌 진출팀을 가려낸 것에 비하면 한 경기로 준플레이오프 승자를 결정짓는 것은 어찌 보면 가혹하다. 대신 매판 긴박감은 최고조에 다다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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