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2022 KB국민은행 바둑리그 요모조모 살펴보기!
2006년 이래로 KB국민은행과 함께했던 바둑리그가 2021-2022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번 2021-2022 KB국민은행 바둑리그는 또 다른 볼거리가 생기고 새로운 얼굴들이 나와 시청자들을 즐겁게 했다. 기사들에게도 장고 대국을 연습할 기회를 주어서 기량을 올리는 데 가장 큰 도움을 주고 있는 대회이기도 하다. 모든 팀이 우승을 위해 서로 경쟁하는 자리지만, 많은 기사들이 함께 참여하는 바둑계의 축제라고도 부를 수 있다. 선수와 팬들이 모두 즐거운 KB바둑리그, 이번 시즌엔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함께 살펴보자.
◆ ‘지는 방법을 까먹었어요’ 27승 0패를 기록한 신진서
전반기 1라운드 김지석 9단부터 챔피언결정전 4차전 박영훈 9단까지, 한 시즌 동안 27명의 기사를 만나 27번 이기고 패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2021-2022시즌 최고의 활약을 보여준 신진서 9단의 이야기이다. ‘신진서라면 이겨주겠지’라는 사람들의 기대마저 뛰어넘는 퍼포먼스였다.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 모두 다승, 승률 1위를 휩쓸었다. 팀도 함께 웃었다. KB바둑리그의 ‘디펜딩 챔피언’ 셀트리온은 통합순위 6위로 플레이인 토너먼트에 진출해 포스트시즌 막차를 탔는데, 이후 강자들을 꺾으며 챔피언결정전에 당당히 진출하게 된다.
셀트리온이 포스트시즌에서 저력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은 단기전에서 든든한 신진서 9단의 공이 컸다. 과정을 살펴보면 순탄치만은 않았다. 플레이오프를 진행하던 중 신진서 9단에게 허리 통증이 발생해, 허리를 부여잡으며 대국을 하는 ‘부상 투혼’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는 늘 같았다. 상대팀에게는 도저히 이길 수 없는 까다로운 선수이고, 아군에게는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는 믿음직한 선수였던 신진서 9단. 돌아오는 시즌에도 기세가 이어질 수 있을지 기대가 주목된다.
◆ ‘다섯이 한 몸처럼’ 팀 케미가 빛났던 수려한합천팀
신진서 9단이 개인으로서 빛났다면, 팀으로는 수려한합천이 가장 빛났다. 수려한합천은 정규시즌 1위와 챔피언결정전 승리를 모두 거머쥐면서 통합우승 달성에 성공했다. 팀 선수들 모두가 본인의 몫을 다한 결과였다. 1지명, 2지명인 박정환 9단과 박영훈 9단이 나란히 12승을 거뒀고, 나현ㆍ김진휘ㆍ박종훈 선수도 5할이 넘는 승률을 기록하여 팀 성적에 일조했다. 이들은 큰 경기에서도 주눅 들지 않았다. 특히 박종훈 선수는 챔피언결정전에서 3승을 거두었는데, 3승 중 1승 상대가 바로 원성진 선수였다. 어려운 상대를 만난 상황, 박종훈 선수가 이 대국을 승리하면서 수려한합천이 챔피언결정전 2차전을 3대 1 승리로 가져가게 되었다. 만약 원성진 선수가 승리하고 2대 2 승부가 되었다면 승자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1차전과 2차전 승리로 분위기를 가져온 수려한합천은 4차전에서 역전승을 거두며 시리즈 전적 3대 1으로 최정상에 올랐다.
이렇듯 수려한합천은 뛰어난 팀워크를 보이며 2021-2022 KB국민은행 바둑리그 우승컵을 획득하였다. 쟁쟁한 경쟁자들을 이기고 우승을 차지한 비결은 개인 기량보다 팀워크였다. 일명 ‘오더’라고 불리는 출전 순서도 선수 개개인의 당일 컨디션과 상대 선수와의 상성을 고려하여 유기적으로 조정되었다. 대국장에서는 ‘우리 팀 선수들이 잘 해주겠지’라는 믿음을 가지고 본인의 바둑에만 집중하였다. 모든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100%의 기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기에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다음 시즌 왕좌에 도전할 팀들이 2021-2022시즌 수려한합천팀을 보면서 배울 점이 많을 것이다.
◆ 바둑리그 올해의 인물들
2021-2022시즌 KB국민은행 바둑리그는 새로운 얼굴들의 활약으로 더욱 다채로운 시즌이었다. 앞서 언급한 신진서, 박종훈 선수 외에 설현준 선수가 빛났다. 바둑메카 의정부의 2지명 설현준 선수는 개막 7연승이라는 무서운 기세를 보여줬는데, 연승 상대도 강동윤ㆍ박정환ㆍ변상일ㆍ이동훈 등 강자들이었다. 설현준 선수가 강자에게 더 강한 ‘진짜 승부사’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전반기를 7승 1패로 마무리한 설현준 선수. 작년에 창단한 신생팀 의정부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다. 설현준 선수는 후반기 마지막 3경기와 플레이인 토너먼트까지 승리하며 4연승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다음 시즌에도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예상해 본다.
이번 시즌 신생팀 YOUWHO도 바둑리그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전력을 갖추는데 시간이 들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비록 포스트시즌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YOUWHO팀 선수들은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팀의 맏형 이창호 9단이 정신적 지주로서 선수들을 독려하고 응원했다. 이창호 선수는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던 최정 선수와의 빅매치에서 역전승을 거두며 팀에게 승리를 안겨다 줬다. 1지명 안성준 선수도 분전했다. 안성준 선수는 설현준 선수의 전반기 7연승을 끊기도 했다. 중요한 순간에 모든 선수들이 합심해 활약하는 눈부신 팀워크를 보여주었다.
2021년 11월 18일부터 쉴 틈 없이 달려온 2021-2022 KB국민은행 바둑리그는 2022년 5월 12일 챔피언결정전 4차전을 마지막으로 종료되었다. 올해도 새로운 이야기, 새로운 선수들이 리그를 빛나게 했다. KB바둑리그는 대회 자체의 즐거움에서 그치지 않고 바둑계의 발전을 위해 막대한 공헌을 했다. 2021년 개최된 세계대회에서 한국 선수들만이 우승을 차지했으며, ‘바둑 삼국지’ 농심배에서도 한국이 2년 연속(2021, 2022) 우승한 것이 발전의 증거라 할 수 있다. 다양한 선수들의 활약을 지켜보는 재미와 기사들의 실력 향상이라는 유익함을 함께 잡은 2021-2022 KB국민은행 바둑리그! 다음 시즌에 펼쳐질 또 다른 이야기를 기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