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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장천녹 반격의 신호탄을 쏘아올리다

등록일 2024.01.26

1월 26일 한국기원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KB 바둑리그 5라운드 2경기의 승리팀은 정관장천녹이었다. 박상진이 선승을 거두면서 기세를 올린 후 김정현과 변상일이 차례로 승리하며 수려한 합천을 3대1로 제압했다.

▲ 김정현은 오늘 승리로 이번 시즌 2승 2패를 기록했다


1국 정관장천녹 김정현(승) : 수려한 합천 한태희

이번 시즌 수려한 합천의 4지명으로 4년 만에 바둑리그에 복귀한 한태희는 4연승을 노리며 대국에 임했고. 김정현은 지난 라운드에서 원익의 4지명 김진휘를 상대로 시즌 첫 승을 거두었기에 흐름을 이어가자는 마음으로 바둑판 앞에 앉았다.

초반의 탐색전에서 서로가 잽을 주고받았다. 먼저 앞서 나갈 기회를 얻은 쪽은 김정현이었지만 주저함이 있었고 그 틈에 한태희가 잽을 명중시키는데 성공하면서 좋은 초반을 만들었다. 바둑을 복싱 경기에 비유해서 표현하자면 1라운드에서 종료한다면 판정승을 거둔 사람은 한태희였다. 그러나 2라운드가 끝나기 전에 링에 누워있는 사람도 한태희였다.

초반에 좋은 흐름을 만들었다고 느낀 한태희는 더욱 적극적으로 상대를 압박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본인의 약점을 경시한 부분이 있었고 그 틈새로 김정현의 어퍼컷이 작렬했다. 제대로 한방 맞은 한태희는 휘청거리며 가드를 내리는 실수를 범했고 김정현은 연속해서 날카로운 펀치를 날리며 순식간에 승세를 구축했다.

단 한 번의 공세로 끝나버린 대국이었고 이 승리로 정관장은 전반전을 완벽하게 장식했다.

▲ 박상진(오른쪽)은 친한 사이인 한우진을 상대로 승리하면서 시즌 2승(3패)


2국 정관장천녹 박상진(승) : 수려한 합천 한우진

2지명과 후보 선수의 대결이지만 랭킹으로 본다면 19위와 28위로 큰 차이가 나지 않으며 상대 전적은 반대로 박상진이 앞서고 있었기에 2지명 한우진이 크게 우세하다고 보기 어려운 매치업이었다.

초중반의 흐름을 가져간 쪽은 한우진이었다. 박상진의 느슨한 운영을 적절하게 응징해 나가면서 판을 이끌었고, 두터움과 실리의 밸런스가 딱 맞으면서 상당히 편한 국면을 만들었다.
집으로도 충분하고 돌들도 단단해서 쉽게 후반을 둘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한우진의 행마는 어려운 곳으로 향했다.

박상진은 불가피하게 상대 진영을 깨면서 서서히 추격을 하려고 하던 시점에 상대가 잘못된 행마를 두어오자 그 리듬을 이용하는 전략을 사용했다. 이미 잘못된 길로 접어든 한우진은 박상진의 전략에 말려들어서 판을 크게 그르치고 만다.

순식간에 우세를 장악한 박상진의 후반 정리는 훌륭했다. 상대가 달려들면 살짝 흘려서 받고 버티면 힘을 살짝 풀어서 제풀에 넘어지게 하면서 승리로 가는 길을 정확하게 밟았다.
1승 3패로 좋지 않은 출발이었던 박상진이 난적 한우진에게 이기면서 정관장천녹은 선승을 가져갔다.

▲ 변상일(왼쪽)은 LG배 결승전 전에 마지막 대국이었던 오늘 승리했다.


3국 정관장천녹 변상일(승) : 수려한 합천 원성진

양 팀의 주장 간의 대결로 진행된 3국은 강자들의 대국답게 좋은 내용으로 진행됐다.
빠르게 진행된 초반도 팽팽했으며, 바꿔치기를 비롯한 다양한 변화가 발생한 중반전도 어느 쪽으로 기울지 않았다.

판이 요동치기 시작한 지점은 하중앙 전투였다. 시간을 아껴두던 변상일이 장고 끝에 칼을 뽑으며 발생한 힘겨루기는 너무나도 어려운 싸움이었다. 한 발만 잘못 내디디면 그대로 끝나는 아슬아슬한 외줄 타기에서 그래프는 평온했다. 어느 쪽으로 진행되든 타협이 발생할 것이라고 바라보는 인공지능과 달리 두 사람은 불안불안한 걸음을 이어나갔다.

서로가 서로의 돌을 에워싸면서 진행되는 전투의 끝은 패가 기다리고 있었다. 패에서 타협이 이뤄지려면 정확한 팻감을 써야 한다. 시간에 쫓기던 원성진이 선택한 팻감은 확실한 자리이나 작은 곳이었고 승부는 이곳에서 결판이 나고 말았다.

고수들의 대국에서는 사소한 것도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특히 승부처에서 제한 시간의 격차는 더없이 중요한 조건이 된다. 초중반 빠르게 두면서 판단을 내렸던 변상일이 원성진을 제압하며 시즌 개인 승수 5승째와 함께 팀 승리를 확정 지었다.

▲ 김승진(왼쪽)이 홍성지를 상대로 데뷔전 승리를 기록했다. 홍성지는 시즌 1승 4패로 부진한 시즌 출발이다.


4국 정관장천녹 홍성지 : 수려한 합천 김승진(승)

2006년생 18살 소년의 바둑리그 데뷔 전 상대는 입단 24년 차 베테랑 홍성지였다. 1승 3패로 좋지 못한 출발을 한 홍성지는 부담을 가진 채로 대국장에 들어섰고, 생전 처음으로 바둑리그를 두는 김승진은 긴장한 모습으로 바둑판 앞에 앉았다.

초반부터 김승진은 의욕적으로 두어갔지만 아직 어린 그의 수법은 허점이 많이 보였고 홍성지는 상대의 약점을 공략하면서 득점을 올렸다. 하지만 결정타를 날릴 기회들을 놓치며 김승진에게 추격의 여지를 남겨줬고 이는 후반부의 변화에 결정적인 원인이 된다.

우변에서도 이득을 보고, 좌하에서 넉 점을 잡는 성과를 거두며 홍성지의 마음속에서는 낙관이라는 씨앗이 싹을 틔우고 있었다. 흐름으로 보아 여러 차례 득을 보았기에 당연하기도 했지만 실제로 격차는 크지 않았고 김승진의 추격전은 본인도 모르게 완성되어 있었다.

골인점을 눈앞에 두고 역전이 발생했지만 격차가 워낙 적었던 탓에 두 사람이 정확히 인지하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어린 소년이 자기가 이미 이겼다는 사실을 알았던 시점은 형세가 뒤바뀐지 한참 지나서였다.

랭킹 48위 김승진이 랭킹 7위의 강자 홍성지를 상대로 바둑리그 데뷔 전을 화려하게 장식하며 앞으로 그의 행보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 김승진은 정관장천녹의 김승구와 함께 막내 바둑리거다.


▲ 5라운드 2경기


▲ 정관장천녹은 5위로 올라갔다.



2023-2024KB국민은행 바둑리그는 더블리그 총 14라운드로 진행되며, 상위 네 팀이 스탭래더 방식으로 포스트시즌을 통해 최종 순위를 결정한다.
정규리그는 매주 목 금 토 일 진행되며, 대국 시간은 저녁 7시에 1국과 2국이 시작하고 8시 반에 3국과 4국이 열린다.

승점제로 순위를 가리며, 4대0 3대1 승리 시에는 승점 3점, 3대2 결과가 나올 때는 승리 팀이 2점 패배 팀이 1점을 획득한다. 무승부가 날 경우에는 양 팀에 모두 1.5점이 주어지며 1대3 0대4 패배의 경우 승점을 얻지 못한다.

제한 시간은 피셔 방식을 사용한다. 장고전은 40분에 매 수 20초 추가, 2~4국은 10분에 매 수 20초가 추가된다. 2 대 2 동점 시에 펼쳐지는 에이스 결정전의 경우 1분에 매 수 20초가 더해지는 초속기로 진행되며 개인의 에이스 결정전 최대 출전 수는 6판이다.
*피셔 방식은 기본 제한 시간이 주어진 후 착점 할 때마다 제한 시간이 늘어나는 방식이다.

상금은 우승 2억 5000만 원, 준우승 1억 원, 3위 6000만 원, 4위 3000만 원. 상금과는 별도로 정규 시즌 매 경기 승패에 따라 승리팀에 1400만 원, 패배팀에 700만 원을 지급한다.

1월 27일 펼쳐지는 2023-2024KB국민은행 바둑리그 5라운드 3경기는 원익(감독 이희성)과 마한의 심장 영암(감독 한해원)의 대결이다.
구쯔하오의 KB국민은행 바둑리그 데뷔전으로 화제로 모으고 있는 두 팀의 대진은 이지현 - 설현준(2:1), 구쯔하오 - 안성준(2:0), 박영훈 - 최철한(24:23), 박정환 - 박종훈(2:0)으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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