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여자바둑계는 최정으로 시작해서 최정으로 끝났다
2019 상반기 바둑계 결산 ③여자바둑계
상반기 여자바둑계 결산은 간단하다. ‘최정’ 이 한 단어로 끝이다. 이것은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무대로 확장시켜도 동일하다. 현재 여자바둑계에서는 속된 얘기로 ‘넘사벽’, 무협 용어로 ‘절대지존’ 그녀가 바로 최정 9단이다.
상반기 최정 9단의 성적을 보면 왜 이렇게 표현했는지 알 수 있다. 50전 42승 8패 승률 84%로 국내 최다대국 공동 1위, 승률 1위이다. 14연승으로 연승 부문에서는 상반기 공동 2위이다.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여자기사에게는 29승 2패, 남자기사에게는 13승 6패이다.
(※ 7월 11일까지의 성적은 56전 47승 9패, 승률 83.93%, 여자기사에게는 34승 2패, 남자기사에게는 13승 7패이다)
다만 옥의 티가 있다면 센코컵 월드바둑여류최강전 2019 결승전에서 위즈잉 6단에게 패하며 우승컵을 넘겨줬다는 것이다. 작년에도 최정 9단은 세계여자바둑1위였는데, 중요대국에서 번번이 위즈잉에게 발목을 잡힌 것이 흠이었었다. 올해도 그런 악연이 계속되는가 싶었는데, 이후 3번의 대결에서 모두 승리하며 천적 위즈잉 6단의 징크스를 벗어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두 번째로 여자선수에게 패했던 것은 IMSA 엘리트 마인드 게임스 바둑 여자단체전 2라운드에서 일본의 무카이 치하키 5단에게 당한 것인데, 이 패배에도 불구하고 한국팀이 우승을 했으니까 이 패배는 결과적으로 아무 상관없는 패배였다고 보면 된다.
상반기의 세계 여자대회 결승 전적표를 보면 센코컵을 제외하고는 전부 단체전이었다. 여기에서 최정 9단은 한국팀의 주장으로 천태산배, IMSA 여자단체전, 황룡사배를 모두 우승시켰다. 물론 단체전 우승을 최정 9단 혼자 시킨 것은 아니다. 거기에는 국내 2,3인자인 오유진 6단과 김채영 5단의 공도 크다.
▲ 천태산배 세계여자바둑단체전 우승 (왼쪽부터 박정상 감독, 김채영 5단, 오유진 6단, 최정 9단)
▲ 2019 IMSA 월드마스터스챔피언십 여자단체전 우승 (왼쪽부터 최정 9단, 오유진 6단)
▲ 제9회 황룡사배 세계여자바둑 연승전 우승 (왼쪽부터 최정 9단, 오유진 6단)
또 하나의 개인전인 오청원배는 현재 4강까지 가려져 있는데, 최정 9단은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올라 있다. 위즈잉 6단은 16강전에서 오유진 6단에게 패해서 탈락한 상태, 11월에 준결승전이 속개될 예정인데, 아무래도 최정 9단이 우승할 확률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 2회 오청원배 세계여자바둑대회 4강 (왼쪽부터 최정 9단 : 리허 5단, 왕천싱 5단 : 루이나이웨이 9단). 11월 하순에 준결승과 결승3번기가 이어질 예정이다.
비공인 세계 랭킹인 Go Ratings에서 여자 기사의 순위를 보면 최정 9단이 52위,위즈잉 6단이 166위, 오유진 6단이 186위, 김채영 5단이 204위, 왕천싱 5단이 225위이다. 즉 세계 여자 상위 5인 중 3명이 우리나라, 2명이 중국인데 1위인 최정 9단과 2위인 위즈잉 6단의 차이를 보면 이미 동급이라고 볼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최정 9단이 상반기에 거둔 성과 중에는 이벤트 대회에서의 우승도 있다. 2월에 진행된 대방건설배 2018 시니어 VS 여자바둑리그 챔피언스컵에서 최정 9단은 충남 SG골프의 주장으로서 부산 KH에너지의 주장 조치훈 9단에게 2승을 거두고 팀을 우승시켰다. 또한 5~6월에 진행된 2019 합천 역대 영재 VS 여자 정상 연승대항전에서는 혼자 4연승을 거두고 팀을 우승시켰다.
▲ 대방건설배 2018 시니어 VS 여자바둑리그 챔피언스컵 우승 (왼쪽부터 김신영 2단, 최정 9단, 이용찬 감독, 루이나이웨이 9단, 송혜령 2단). 충남 SG골프팀은 부산 KH에너지팀에 1차전 3:0, 2차전 3:0으로 완승을 거두고 우승했다.
▲ 2019 IMSA 월드마스터스 챔피언십 혼성페어전 우승 (신진서 9단과 최정 9단). 남자단체팀이 은메달에 그쳤음에도 불구하고 여자단체전과 혼성페어전 우승으로 한국팀은 바둑부에서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 여자 정상팀 우승 (왼쪽부터 정판용 합천군 부군수, 김혜민 9단, 최정 9단, 김채영 5단, 오유진 6단, 오정아 4단)
이 정도 성적이고 보면, 현재 최정 9단은 여자기사들 중에서는 적수가 없다고 보는 편이 옳다. 그러다 보니, 과거 전성기 시절의 루이나이웨이 9단과 종종 비교가 된다. 루이나이웨이 9단은 세계대회(응씨배) 4강과 남녀 같이 참가하는 종합 기전(국수전)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바 있다. 특히 국수전에서 우승할 때 도전자결정전에서 이창호 9단을 이겼고 도전기에서는 조훈현 9단에게 이겼다. 지금으로 비교하자면 신진서 9단과 박정환 9단을 이기고 타이틀을 딴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지만 루이나이웨이 9단도 최정 9단 정도로 여자기사들을 상대로 압도적인 승률을 기록하지는 못했다.
사실 전성기가 다른 두 기사를 비교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것은 축구로 비교했을 때 펠레와 마라도나 중에서 누가 더 잘 했나, 또는 차범근과 손흥민 중에서 누가 더 위대한 선수인가를 비교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대체로 위대했던 선수들의 전성기 당시 활약을 봤던 올드 팬들은 과거 선수가 더 잘 했다고 애기하고, 요즘 사람들은 현재의 최강자가 더 잘 했다고 대답한다. 즉 정답이 없는 질문에서 답을 찾는 것이다. 다만, 세계 여자바둑 역사상 최강의 기사인 루이나이웨이 9단에 현재의 최정 9단이 비교되고 있을 정도로 놀라운 성적을 내고 있다고 보면 될 듯 싶다.
한편 상반기 여자바둑계를 결산한다면 한국여자바둑리그를 빼놓고는 얘기가 안된다. 국내 최대 여자기전으로서 이전보다 조금 늦게 시작한 탓에 상반기까지는 전반기가 끝난 상태이고, 7월 첫째주까지 해서 현재 8라운드까지 진행된 상태이다.
▲ 여자바둑리그 전반기 팀 순위
▲ 여자바둑리그 8라운드까지의 팀 순위
현재 여자바둑리그는 6강 2약이다. 전반기가 끝났던 7라운드까지의 성적을 봐도 그렇고, 7월에 진행된 8라운드 성적까지 봐도 변함이 없다. 7위 여수 거북선과 8위 서울 부광약품은 사실상 포스트시즌 진출이 불가능하다. 그 외의 6팀은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다. 매 라운드가 끝날 때마다 순위는 계속 요동 쳐서 결국 14라운드가 끝나봐야 최종 포스트시즌 진출 팀이 확실히 드러날 것이다.
포스트시즌 진출팀의 결정 외의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전반기에 세계대회 일정과 겹쳐서 결장이 잦았던 최정 9단은 현재 4전 4승이다. 후반기는 대부분 출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데, 지금의 기세대로 끝까지 전승을 할 수 있을까이다. 2015년부터 시작한 여자바둑리그 역사상 전승으로 시즌을 마쳤던 기사는 지금까지 한번도 없었다.
두 번째는 지금까지 우승팀은 외국인 용병 선수가 강한 팀이 항상 해왔는데, 올해는 이전과 비교해서 용병이 부진한 편이다. 현재 선두 팀인 서귀포 칠십리에는 아예 용병이 없다. 즉 올해는 용병 없이 한국 선수로만 구성된 팀에서 우승 팀이 나올 수 있을까도 흥밋거리이다.
상위 6팀의 싸움과 함께 탈락이 확정된 하위 두팀이 막판에 마음을 비우고 뿌려대는 고춧가루 작전에 어느 팀이 희생될지도 흥미 요소이기도 하다. 어쨌든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고 있어서 2019년 여자바둑리그 정규 시즌은 매 경기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상반기 여자바둑계를 정리하면, 최정 9단이 완전히 독주했다는 것이다. 과연 이 기세가 후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또 여자바둑리그 외에 하림배 여류국수전,한국제지배 여자기성전 등의 여자기전들이 하반기에는 개최되는데, 과연 누가 최정 9단의 독주에 제동을 걸지가 후반기의 관심거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