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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이변...44위 박건호, 김지석 잡았다

등록일 2019.09.27

2019-2020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라운드 1경기
박건호 수훈, 변상일 결승점...포스코, 개막전서 웃었다


포스코케미칼이 디펜딩 챔피언의 저력을 보여주며 첫걸음을 순조롭게 뗐다.
'한국바둑의 대서사시' 2019-2020 KB국민은행 바둑리그가 26일 개막전을 시작으로 5개월여의 장도에 올랐다. 출범 16년째를 맞은 올해는 모두 9개팀이 참가해 총 18라운드 72경기 360국에 이르는 정규시즌과 이어지는 포스트시즌을 통해 챔피언을 가린다.

개막전부터 KB리그를 대표하는 명문이자 우승 후보인 두 팀이 만났다. '우승 제조기' 이상훈 감독이 지휘하는 포스코케미칼은 전기 우승팀이고, 김영환 감독이 이끄는 Kixx는 전기 4위를 차지한 전통의 강팀. 지난 3년간 3승3패, 그 6번의 경기가 모두 3-2 승부였을 정도로 뜨거웠던 두 팀의 대결에서 포스코케미칼이 접전 끝에 Kixx를 3-2로 꺾었다.

▲ 저녁 6시반에 시작된 생증계 현장. 맨 앞(사진 오른쪽)이 오후 4시부터 시작한 장고 1국, 그 뒤가 5시부터 시작한 장고 2국이며, 맨 뒤가 방금 시작한 속기 3국이다.


시작은 Kixx가 좋았다. 저녁 7시 40분에 끝난 장고 2국에서 백홍석 9단이 송태곤 9단을 상대로 선제점을 올렸다. 올 시즌 펼쳐질 360국의 첫승이기도 했다.
엎치락 뒤치락했던 승부는 사활에서 결판이 났다. 명 해설자에서 7년 만에 KB리거로 복귀한 송태곤 9단은 중반에 대마를 잡고 끝낼 절호의 기회를 놓치면서 깊은 한숨을 토해내야 했다. 이어 끝난 속기 3국에서는 포스코케미칼의 최철한 9단이 Kixx의 5지명 정서준 3단을 상대로 한판승을 거두면서 스코어는 1-1.

▲ 86년 동갑내기로 20대 이후 10년 만에 마주한 두 사람. 백홍석 9단(오른쪽)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용케 타개해 내며 승리, 상대 전적 4승4패로 균형을 맞췄다. 평소 같으면 쉽게 볼 수를 놓친 송태곤 9단을 향해 "결정적인 순간에 너무 '행복회로'가 작동한 것 같다."고 말한 목진석 해설자.


"포스코가 장고대국에서 한 판만 가져오면 대만족이네."

이날 경기를 관전하러 온 정관장 황진단 최명훈 감독의 말이었는데, 이 말이 씨가 되기라도 하듯 장고대국 1국에서 사단이 벌어졌다. 포스코케미칼의 4지명이자 랭킹 44위인 박건호 4단(21)이 거함 김지석 9단을 175수 만에 흑 불계로 꺾은 것.
AI도 정답을 몰라 시종 50대 50을 가리켰던 난해한 사활 공방전에서 박 4단이 기어코 흑 대마를 살려냈고, 순간 초조하게 지켜보던 포스코켐텍 진영에서 활짝 웃음꽃이 피어났다. 사실상 이날의 승부를 판가름하는 결정타였다.

▲ '사활귀신'도 납득하기 어려운 버그가 있었을까. 대마잡기에 실패한 김지석 9단은 서둘러 자리를 떴다.


"선수들이 오늘만을 기다려 왔던 걸까요. 전부 '타협은 없다. 오늘만은 화끈하게 싸워보자'는 자세인 것 같네요." (목진석 해설자)
"모두가 흥분한 것 같아요." (이소용 캐스터)

어느 한 판도 계가로 마무리 되지 않는 격렬한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결승점은 맨 마지막에 끝난 4국의 변상일에게서 나왔다. 지난 시즌 MVP면서 이번 시즌 포스코케미칼의 1지명으로 다시 낙점을 받은 변상일이 껄끄러운 상대인 Kixx의 강승민에게서 1시간 10분 만에 항서를 받아냈다. 포스코케미칼의 3-2 승리. 타협했으면 좋을 장면에서 끝까지 '고'를 외친 강승민의 지나친 화이팅이 Kixx의 아쉬운 패배를 불렀다.

보호연한 만료로 지난 시즌 우승의 주역들을 모두 내주고(변상일, 최철한은 드래프트에서 다시 영입) 새롭게 팀을 정비한 포스코케미칼은 강력한 우승 후보인 Kixx를 개막전에서 꺾으며 새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올 시즌은 도전자의 자세로 임하겠다"던 이상훈 감독의 얼굴에도 은근한 안도의 미소가 피어올랐다.

▲ 복잡한 중앙 공방에서 시계의 톱니바퀴 같은 정치함을 보인 변상일 9단(왼쪽). 강승민은 패국이 짙어진 순간, '열'과 동시에 패 따낸 곳에 돌을 놓는 '종합 반칙'을 범하면서 선선히 불계패를 인정했다.




27일엔 신생팀 셀트리온과 전기 준우숭팀 정관장 황진단이 1라운드 2경기를 벌인다. 대진은 조한승-이창호(장고1, 이원도-이동훈(장고2), 최정-박진솔, 한상훈-진시영, 신진서-윤찬희(이상 앞이 셀트리온).

기전 총규모 37억원의 2019-2020 KB국민은행 바둑리그는 9개 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포함한 포스트시즌을 통해 우승팀을 가린다. 팀 상금은 1위 2억원, 2위 1억원, 3위 5,000만원, 4위 2,500만원, 5위 1,500만원. 이와는 별도로 정규시즌의 매판 승패에 따라 장고판은 350만원과 70만원, 속기판은 310만원과 60만원의 대국료를 차등지급한다.

▲ 양 팀 감독의 경기 중 인터뷰

"이 멤버로 경기하는 것은 올해가 마지막이다.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 (선수선발식 때)포스코케미칼을 우승 후보로 꼽지 않은 것은 잘못이었던 것 같다(웃음). (Kixx 김영환 감독. 왼쪽)

"박건호 선수는 국대에서 꾸준히 공부하고 있고, 평판도 좋아서 뽑았는데 오늘 잘해줘서 고맙게 생각한다. 최철한 선수가 맏형답게 잘 끌어주는 덕에 팀 분위기는 아주 좋다." (포스코케미칼 이상훈 감독. 오른쪽)


▲ 제5국. Kixx의 2지명 윤준상 9단(왼쪽)이 이창석 5단을 상대로 완력을 과시하며 142수 만에 불계승


▲ '복덩이가 굴러들어 왔네' 박건호의 승리에 환하게 웃음 짓는 포스코켐텍 진영.


▲ '올해도(?)' 모두가 주목하는 강팀임에도 시작은 늘 별로였던 Kixx팀.


▲ 지난 시즌 장고판에서 3승1패를 거둔 박건호 4단. 장고판이 늘어난 올 시즌엔 '물 만난 고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 5월에 GS칼텍스배를 준우승했지만 예년보다 부진한 모습의 김지석 9단. 올해 29승25패로 승률 53.7%에 머무르고 있다.


▲ '어떻게 이런 수를 못 볼 수 있지(?)' 폭풍 일보 직전에서 멈춘 송태곤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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