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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집짜리 패싸움...12월의 주말은 뜨거웠다

등록일 2019.12.22

2019-2020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2라운드 3경기
3연승 달리며 8승3패...선두 굳히기 나선 한국물가정보


바둑리그 전체 18라운드를 3등분했을 때 12라운드는 중반의 끝자락에 해당한다. 바둑으로 치면 누가 승기를 잡았느냐가 보이는 시점이라고 할까. 라운드가 흘러도 벌어지지 않던 간격, 중하위권의 구분이 없던 레이스에도 완연한 변화가 있었다. 6승 이상의 팀이 네 팀이나 등장했고, '혼돈의 4승대열'은 어느새 '후미의 4승대열'로 그 의미가 바뀌었다.

시야를 가렸던 전망이 트여가는 시점에서 한국물가정보가 '8승째'를 찍었다. 지난 라운드에서 가장 먼저 7승을 밝힌 데 이어 재차 한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21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19-2020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2라운드 3경기에서 정관장 황진단을 격전 끝에 3-2로 눌렀다. 정관장 황진단은 4승의 후미대열을 벗어나지 못했다.

▲ 2연승의 1위 한국물가정보와 3연승의 8위 정관장 황진단. 순위표의 상단과 하단에서 기세를 떨치고 있는 두 팀이 정면으로 격돌했다 .


"성적 좋은 팀이나 강자가 많은 팀과의 대결에서 괜찮았기 때문에 잘 준비해보겠다." (정관장 황진단 최명훈 감독)
"우리는 상상할 수 없는 정도의 강팀이기 때문에 이변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한국물가정보 한종진 감독)

지난 라운드에서 사전 입펀치를 주고받은 팀들의 대결답게 격전이 펼쳐졌다. 보통 같으면 후반전이 시작될 저녁 8시반에 전반부 1~3국이 계속 이어졌다. 그 바람에 진시영-박하민의 5국은 저녁 9시 14분이 되어서야 시작했고, 경기 종료시각도 밤 11시를 훌쩍 넘겼다.

▲ 86년생 동갑내기 대결에서 박진솔 9단에게 5전5패로 눌려왔던 허영호 9단(왼쪽)이 첫승을 거두며 팀 승리의 포문을 열었다.


한국물가정보가 앞서가면 정관장 황진단이 바로 따라붙는 일진일퇴의 공방전에서 한국물가정보가 최후에 웃었다. 3지명 허영호 9단의 선취점, 2지명 강동윤 9단의 리드타에 이어 주장 신민준 9단이 팀 승리를 결정했다. 팀의 원투펀치 신민준. 강동윤이 이긴 날은 팀도 반드시 이긴다는 법칙이 또 한번 이어졌다.

정관장 황진단으로선 천추의 한이 될 법한 두 번의 장면이 있었다. 그 첫 번째가 강동윤 9단과의 대국에서 골인 직전 주저앉은 윤찬희 8단의 패배. 시종일관 유리했고 마지막에도 최소 반집은 남기는 상황에서 덜컥 실수를 범하며 승리를 넘겨주고 말았다.

▲ 시즌 초반 박영훈 9단과 신민준 9단에게 연속 반집패를 당했던 윤찬희 8단(왼쪽)이 강동윤 9단에게 또 한번 반집 역전패를 당하며 눈물을 흘렸다(계가 직전 돌을 거두면서 결과는 불계패 처리). 6라운드에서 최정 9단에게 패한 뒤 6연승을 달린 강동윤(9승2패).


두 번째는 최종국에서 신민준 9단을 거의 잡을 뻔하다가 놓친 이춘규 6단의 패배. 지명과 랭킹, 상대전적(2패)등 모든 면에서의 열세를 딛고 분전을 거듭한 끝에 우상쪽에서 결정적인 기회를 잡은 이춘규였다. 잡혔던 돌에서 패가 나면서 거꾸로 상대를 잡을 수 있는 로또 같은 기회가 찾아왔다.

"170집짜리쯤 되는 것 같다" "바둑리그 해설하면서 본 것 중에 가장 가치가 큰 패다" 중계석의 박정상 해설자가 혀를 내두를 정도의 엄청난 패싸움이 벌어졌다. 도중 딱 한번의 기회가 찾아왔다. 눈 딱 감고 패를 해소했으면 이후의 수상전은 이춘규의 승리. 그러나 계가로도 괜챃다고 보고 타협의 길로 들어섰고, 순간 정관장 황진단 검토실에서 땅이 꺼지는 듯한 한숨 소리가 울려퍼졌다. 결과는 4집반의 큰 차이 패배.

▲ 박정상 해설자가 "나중에 AI를 통해 10시간쯤 연구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파란만장했던 한판. 우상쪽에서 패 폭탄이 터지면서 백이 패를 이기는 순간, 거대한 우변 흑 대마와 상중앙 빅의 형태를 이루고 있는 흑 일단까지 모두 잡히게 되는 기절초풍할 상황이 벌어졌다.


어렵사리 3연승을 달린 한국물가정보는 8승3패로 한걸음 더 나아가며 경쟁팀과의 격차를 벌렸다. 1지명 신민준 9단이 8승3패, 2지명 강동윤 9단이 9승2패로 양 축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3~5지명이 돌아가며 힘을 보태는 선순환 구조가 힘을 받는 양상. 반면 3연승에서 멈춰선 정관장 황진단은 4승7패로 포스트시즌의 가능성이 크게 옅어졌다.

9개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다섯 팀을 가리는 정규시즌은 22일 셀트리온(4승6패.7위)과 사이버오로(4승5패. 5위)가 12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벌인다. 개별 대진은 신진서-홍성지, 김현찬-나현, 최정-송규상, 이원도-문유빈, 조한승-설현준. 전반기엔 셀트리온이 4-1로 승리한 바 있으며 리턴매치는 없다.

▲ 장고 A: 2시간, 장고 B: 1시간, 속기 10분.




▲ 결과는 맞았지만 3국과 5국의 예측은 산으로 갔다.


▲ 10라운드에 이어 2경기 연속 2시간 장고대국에 출전한 이동훈 9단(오른쪽)이 안정기 5단을 상대로 역전승한 것이 상대전적 2승으로 이어졌다. 이동훈은 5연승과 더불어 6승2패, 안정기는 4승6패의 시즌 성적.


▲ 진시영 7단(오른쪽)은 어느 순간부터 사람이 달라진 듯하다. 이 날은 한국물가정보의 핵심 박하민 6단마저 뉘며 파죽의 6연승을 달렸다. 진시영 7승3패, 박하민 7승4패의 시즌 전적.


▲ 후반기 들어 본격적인 선두 굳히기에 나선 한국물가정보. 다음 13라운드는 사이버오로와 대결한다.


▲ 다음 13라운드는 홈앤쇼핑과 대결하는 정관장 황진단. 오른쪽에 화성에서의 대통령배 행사를 마치고 밤 10시가 다 되어 검토실을 찾은 이창호 9단의 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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