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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해상케이블카, 강호 보령 머드 꺾고 후반기 변화 예고

등록일 2020.07.02

7월 2일(목요일) 오후 6시 30분, 서울 홍익동 소재 한국기원 지하1층 바둑TV 스튜디오에서 7라운드 1경기가 이어졌다. 리그 2위 보령 머드(문도원 감독)와 4위 삼척 해상케이블카(이용찬 감독)의 대결. 2020 여자바둑리그 신생팀으로서 나오면 이기는 최정의 팀(보령 머드)과 지난 통합경기에서 확실한 에이스로 부활한 조혜연의 팀(삼척 해상케이블카)이 맞붙었다.

전반기의 마지막 라운드 첫 경기의 대진오더가 흥미롭다. 장고대국으로 펼쳐지는 제1국은 신예 김경은(보령 머드 3지명, 3승 2패)과 새내기 김은지(삼척 해상케이블카 2지명, 3승 3패)의 샛별무대인데 각각 팀의 에이스가 출전한 제2, 3국이 예상대로 승부가 끝난다면 이 대국이 승부의 결정판이 될 것이기 때문에 많은 관심이 집중됐다. 예측 불허의 첫 대결.

조혜연(삼척 해상케이블카 1지명, 2승 3패)과 강다정(보령 머드 2지명, 1승 4패)의 제2국은 총체적 전력, 이름값에서 그리고 최근 보여준 경기력에서 모두 조혜연이 앞선다. 조혜연이 연패의 사슬을 끊고 연승의 상승세를 탄 반면 강다정은 충격의 역전패 이후 한 경기 거르며 마음을 가다듬고 돌아왔다. 모든 상황이 조혜연의 승리를 예상케 하지만 강다정에게도 가능성은 있다. 조혜연과 딱 한 번 만나 1승을 거둔 기록이 있다는 것.

최정(보령 머드 1지명, 6연승)과 이민진(삼척 해상케이블카 3지명, 3승 2패)의 제3국은 최정의 승리보다 유연한 기풍의 변화를 보이며 팀에서 가장 안정적인 성적을 보여주고 있는 이민진이 ‘세계의 원톱’을 상대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가 관전 포인트다. 상대전적은 최정 기준 5승 무패. 역시 최정을 상대하는 팀은 피곤하다. 남은 두 대국을 모두 이기지 않으면 안 된다는 부담을 안겨준다.

이성재 심판위원의 경기 규정 설명을 거쳐 개시된 제1, 2국 중 바둑TV 해설팀(진행-류승희, 해설-최명훈)이 주목한 승부는 역시 삼척 해상케이블카 1지명 조혜연(백)과 보령머드 2지명 강다정(흑)의 제2국. 초반은 흑을 쥔 강다정이 적극적인 행마로 전국을 이끌었다. 좌상귀 흑 일단을 버리고 외곽을 크게 둘러싸 상변과 우상귀, 우변을 입체화하는 대범한 세력작전을 펼쳐 우위를 점하는 듯했으나 백이 상변으로 뛰어들어 중앙 흑의 포위망을 뚫고 나오면서 서서히 백 쪽으로 형세가 기울었다. 하변 백의 세력권으로 뛰어든 흑 일단이 중앙으로 연결되는 형태가 되면서 다시 어려운 형세가 되는 듯했으나 백의 매서운 상변 흑 차단 공격부터 빠르게 백의 승세가 굳어졌다. 설상가상, 강다정의 착각까지 겹쳐 중앙 흑 일단이 잡혀서는 승부 끝. 승리한 조혜연은 여자리그 통산 50승을 기록했다.

삼척 해상케이블카가 먼저 승전고를 울렸으나 제3국에 출전한 보령 머드의 최정 때문에 안심할 수 없는 상황. 제1국으로 시선이 쏟아졌다. 장고대국으로 진행된 제1국은, 중반까지 흑을 쥔 김은지의 우위였는데 우변 흑의 세력에 엉켜있던 백 일단을 지나치게 추궁하다가 패를 만들어 크게 보태주면서 일거에 형세가 뒤집어졌다. 거기에서 김경은이 상변을 보강했으면 변화 없이 승부도 끝날 상황이었는데 중앙의 두터움을 강화하다가 상변에서 김은지에게 허를 찔려 형세불명의 상황이 됐다. 멀쩡하던 상변 백 대마가 반 토막이 나면서 다시 흑 우세가 됐으나 승부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즉각, 김경은의 날카로운 반격이 이어졌고 백 일단을 끊어잡은 흑이 수상전의 형태로 갇히고 중앙 백의 잠재력이 구름처럼 일어나 재역전. 김경은이 최후의 승자로 굳어지는 것 같았던 순간 김경은의 손에서 치명적인 실수가 떨어졌다. 그냥 끊어온 흑 한 점을 그냥 잡았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중앙을 키우려는 작은 욕심으로 뒷맛이 고약한 자충수를 뒀는데 그게 흑이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미끼(?)였고 김경은이 미끼를 덥석 물면서 승부도 그대로 끝났다. 뒤가 없는 낭떠러지였다.

삼척 해상케이블카가 제1, 2국을 모두 승리하면서 제3국과 무관하게 팀의 승리를 확정했다. 제3국은 예상대로 최정의 승리. 마주앉은 이민진도 쉽게 물러서지 않고 혼신의 투지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으나 최정을 넘어서는 데는 실패했다. 2020 리그 7연승, 여자리그 총합 24연승, 국내 여자바둑 53연승의 신기록을 이어갔으나 팀의 패배로 빛이 바랬다.

2020 여자바둑리그는 8개 팀이 더블리그(14라운드) 총 56경기, 168국으로 3판 다승제(장고 1국, 속기 2국)로 겨루며 두 차례의 통합라운드를 실시한다. 9월에 열리는 포스트시즌을 통해 정규리그 상위 4개팀이 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챔피언결정전으로 열리는 스텝래더 방식으로 여섯 번째 우승팀을 가려내는데 단판으로 열렸던 준플레이오프는 2경기로 늘렸다. 3위 팀은 1경기 승리 또는 무승부일 때, 4위 팀은 2경기 모두 승리해야만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을 수 있다.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은 전년과 동일한 3경기로 열린다. 바둑TV를 통해 매주 월~목요일 오전 10시에 중계됐던 여자바둑리그는 이번 시즌부터 목~일요일 오후 6시 30분으로 옮겨 더 많은 팬들의 관심을 받게 됐다.

2020 한국여자바둑리그의 상금은 각 순위별 500만원 인상해 우승팀에게는 5500만원이, 준우승 3500만원, 3위 2,500만원, 4위 1,500만원이 주어진다. 우승상금과 별도로 책정되는 대국료는 전년과 동일한 승자 100만원, 패자 30만원이다.

▲ 2020 여자바둑리그 전반기 마지막 라운드 첫 경기가 열린 바둑티비 스튜디오. 홍익동 한국기원 지하1층.


▲ 경기 규정을 설명하고 대국 개시 선언하는 이성재 심판위원. 8시에 예정된 제3국도 시작을 알려야 하고 경기가 모두 끝날 때까지 현장을 지켜야 한다.


▲ 김은지(흑, 삼척 해상케이블카 2지명)와 김경은(백, 보령 머드 3지명)의 제1국은 장고대국. 신예들의 첫 대결이지만 이 대국에서 팀의 승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 라운드를 더할수록 안정감을 갖춰가는 김은지. 불리하거나 초읽기에 쫓기는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반전의 수단을 찾아내는 냉철함이 대기의 가능성을 비친다.


▲ 2지명 강다정이 부진한 보령 머드로서는 3지명 김경은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아직 더 보여줄 잠재력이 남아 있다.


▲ 원톱 최정이 있다고 해도 2지명 강다정이 흔들리면 보령 머드의 앞길도 험난해진다. 조혜연과 상대전적은 뜻밖에도 1승 무패. 재현할 수 있을까.


▲ 부진의 늪에서 벗어난 것으로 보이는 삼척 해상케이블카의 1지명 조혜연. 연승 가동 중인데..


▲ 중계방송 카메라 슈팅 현장 엿보기.


▲ 8시에 시작된 제3국은 삼척 해상케이블카 3지명 이민진(흑)과 보령 머드 1지명 최정의 대결. 상대전적은 5연패로 밀리고 있지만 그렇다고 주눅들 이민진이 아니다.


▲ 설명이 필요 없는 세계 여자바둑의 원톱 최정. 나오면 이긴다. 아무도 그 결과를 의심하지 않는다.


▲ 제2국은 조혜연의 승리로 끝났다. 중반 한때 어려운 상황이 있었는데 난국을 잘 해결하고 승리를 거머쥐었다. 여자바둑리그 네 번째로 통산 50승 기록.


▲ 아쉬운 강다정. 충격의 역전패를 당한 뒤 한 라운드 쉬고 돌아오자마자 리그 최강의 승부사 조혜연과 마주쳤다. 상대전적 1승이 있었으나 빈약한 통계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 엎치락뒤치락하다가 종반전에서 위기에 몰렸던 김은지가 역전승을 끌어냈다. 패색이 짙어진 순간 유일한 승부수를 날렸고 그게 통했다. 강심장이다.


▲ 김경은으로서는 다 잡은 물고기를 놓친, 통한의 역전패. 중앙 집을 키우려고 김은지가 던진 미끼를 덥석 물어 뒷맛이 개운치 않은 자충수를 둔 게 화근이었다. 오늘의 교훈.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자.


▲ 역시나 제3국은 최정 승리.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여유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리그 7연승, 통산 24연승, 국내여자바둑 53연승 신기록 행진 중.


▲ 졌지만 잘 싸운 이민진.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후배들의 귀감이다. 팀은 이겼으니까 뭐..


▲ 아니, 혜연 언니는 어떻게 말만 하면 웃겨요. 삼척 해상케이블카 승리 인터뷰 중 빵, 터진 김은지.


▲ 7라운드 1경기가 끝난 현재 각 팀의 순위는 아직 변동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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