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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 머드, 포항 포스코케미칼 꺾고 3위 유지

등록일 2020.06.21

6월 21일(일요일) 오후 6시 30분, 서울 홍익동 소재 한국기원 지하1층 바둑TV 스튜디오에서 5라운드 4경기가 이어졌다. 리그 3위 보령 머드(문도원 감독)와 6위 포항 포스코케미칼(이영신 감독)의 대결. 2020 여자바둑리그 상반기의 특징은 신생팀들이 펄펄 날고 전통의 명문팀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것. 5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포항 포스코케미칼이 그 징크스를 깨뜨릴 수 있을지 궁금하다.

보령 머드는 ‘세계의 원톱’ 최정의 팀. 보령 머드를 만나면 무조건 1승은 접고 들어간다는 게 공공연한 중론이다. 그런 보령 머드도 고민은 있다. 최정과 함께 ‘원투펀치’를 이루어줄 강력한 짝이 없다는 것. 보령 머드 이전부터 한솥밥을 먹은 2지명 강다정이 투철한 책임감으로 그 역할을 자임해왔으나 2020시즌 들어 1승 3패, 아직 제대로 시동을 걸지 못했고 미운 오리새끼에서 백조로 변신 중인 3지명 김경은도 아직 기대만큼의 폭발력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교체 출전하는 새내기 박소율은 또 다른 관심 대상.

명문을 꼽을 때마다 첫손가락으로 꼽아주는 포항 포스코케미칼은 붙박이 에이스 조혜연과 결별한 뒤 ‘이별의 저주’에 걸린 듯 팀도 조혜연도 힘을 못 쓰고 있다. ‘돌아온 여왕’ 박지은이 4라운드 내내 실전감각을 회복하지 못하고 역전패를 당하고 있는데 조혜연이 첫 승을 신고했으니 팀에 걸린 저주도 풀릴 수 있지 않을까. 컨디션이 들쭉날쭉했던 2지명 김다영도 슬슬 기지개를 켜고 기대주 권주리도 칼을 갈고 있으니 절대 이대로 주저앉을 팀은 아니다.

박승현 심판위원의 대국개시 선언에 맞춰 시작된 5라운드 3경기, 장고대국으로 펼쳐질 박지은(포항 포스코케미칼 1지명, 4패)과 박소율(보령 머드 4지명, 첫 출전)의 제1국은 박지은이 연패를 벗어날 절호의 기회로 보인다. 물론,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는 조심성은 필요하다. 요즘 새내기들의 거침없는 패기와 근성을 가볍게 대했다가는 유주현(삼척 해상케이블카 4지명)에게 패했던 악몽이 되풀이될 수도 있다. 첫 대결(조심조심).

강다정(보령 머드 2지명, 1승 3패)과 권주리(포항 포스코케미칼 3지명, 1승 2패)의 제2국은 관계자들이 이 경기의 ‘운명을 좌우할 승부’로 주목하고 있다. 큰 승부 경험은 강다정이 많지만 최근 약간 정체하는 징후가 있고 상대전적은 오히려 권주리가 한발 앞서있는 데다 계속 성장 중인 기대주라는 점에서 결과를 쉽게 예단할 수 없다. 상대전적은 강다정 기준 1승 2패(역시 요주의할 상대!!).

최정(보령 머드 1지명, 4승)과 김다영(포항 포스코케미칼 2지명 2승 2패)의 제3국은 최정의 승리 쪽으로 무게를 싣고 있다. 국내여자바둑 51연승, 리그 22연승(포스트포함 26연승)을 눈앞에 둔 최정에게 검은 별을 달아줄 선수는 누구일까? 승부엔 ‘절대’라는 완전명사가 없고 그 상대가 김다영이 되지 말란 법도 없다. 상대전적은 최정 기준 5승 1패(아무래도 힘들겠지?)

바둑TV 중계팀(진행-류승희, 해설-백홍석)의 선택은 강다정(백)과 권주리(흑)의 제2국. 초반 좌상전투의 기선은 의욕적인 신수로 상변과 우상일대 세력을 크게 키운 권주리가 잡았으나 그런 기분 좋은 흐름은 우상 쪽 백의 침투와 흑의 어긋한 응수로 순식간에 뒤집어졌다. 이후 중앙 전개와 우변 접전을 거치면서 점점 흑의 형세가 나빠졌고 중앙 백이 우하 쪽으로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흑이 치명적인 실수를 범하면서 패색이 짙어졌다. 이후 강다정이 안전운행으로 일관, 확실하게 마무리한다면 팀의 승부는 최정이라는 강력한 ‘조커’를 가진 보령 머드 쪽으로 확연히 기울 텐데 AI가 강다정의 승률 99.9%를 찍은 그 순간부터 믿기 어려운 대반전이 일어났다.

좌변 백의 두터운 빙벽에 갇힌 흑 일단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승리를 확신한 강다정이 계속 물러서면서 조금씩 차이가 좁혀지다가 좌변에 갇힌 흑 일단이 백의 집을 모두 깨부수면서 살고 하변 패까지 이겨내 백을 잡는 성과를 올렸다. 백이 얻은 전과는 사실상 흑이 포기했던 중앙 흑을 잡았을 뿐, 거의 제자리걸음이었다. 그 사이 흑은 우변까지 틀어막으며 최대한 집을 키워 기어이 형세를 뒤집었다. 강다정은 계가를 마칠 때까지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았던 듯 자신의 패배가 확인된 순간 망연자실하다가 돌을 쓸어담았다.

최정(보령 머드)과 김다영(포항 포스코케미칼)이 마주앉은 제3국은 중반까지 백을 쥔 김다영의 페이스로 흘러갔고 해설진에서는 한때 최정의 위기까지 거론됐는데 최정은 그 순간 더 강하게 우하 쪽, 상변 백 대마를 압박하는 강수 연타로 가볍게 위기를 벗어나면서 오히려 승세를 거머쥐었다. 상변 백 대마가 허무하게 잡힌 이후로는 최정의 독주. 중앙에서 몇 차례 저항하던 김다영은 고개를 흔들며 돌을 거두었다. 최정은 이 승리로 리그 22연승, 김채영(서울 부광약품)의 기록을 넘어섰다. 2020 시즌 성적은 5연승으로 김채영과 공동선두.

팀의 승부 1승 1패 원점, 포항 포스코케미칼의 1지명 박지은(백)과 보령 머드의 4지명 박소율(흑)이 겨루는 제1국의 결과를 기다리는 상황에서 다시 충격의 결과가 나왔다. 제1국은 장고대국이라 실수의 확률이 적기 때문에 슬럼프에 시달리는 박지은이라도 무난하게 이길 것이라는 관계자들의 생각은 보기 좋게 어긋났다. 리그 첫 대국을 갖는 4지명 박소율이 박지은을 넘어선 것. 초반부터 심상치 않았다. 전설 같은 대선배와 당당히 맞선 박소율은 우상일대를 내주면서 우변과 중앙, 하변에 구축한 두터운 세력을 고스란히 집으로 굳히면서 중반전부터 전국을 주도했고 이 흐름은 종반 끝내기까지 뒤바뀌지 않았다. 계가를 마친 결과 박소율의 3.5집 승. 리그 첫 대국에서 자신의 말대로 ‘홈런’을 쳤다. 새내기의 선전에 힘입어 승리한 보령 머드는 1, 2위와 동률을 기록, 개인승수에 밀려 3위에 머물렀고 박지은의 5연패 충격 속에 패배를 안게 된 포항 포스코케미칼은 최하위로 추락했다.

2020 여자바둑리그는 8개 팀이 더블리그(14라운드) 총 56경기, 168국으로 3판 다승제(장고 1국, 속기 2국)로 겨루며 두 차례의 통합라운드를 실시한다. 9월에 열리는 포스트시즌을 통해 정규리그 상위 4개팀이 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챔피언결정전으로 열리는 스텝래더 방식으로 여섯 번째 우승팀을 가려내는데 단판으로 열렸던 준플레이오프는 2경기로 늘렸다. 3위 팀은 1경기 승리 또는 무승부일 때, 4위 팀은 2경기 모두 승리해야만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을 수 있다.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은 전년과 동일한 3경기로 열린다. 바둑TV를 통해 매주 월~목요일 오전 10시에 중계됐던 여자바둑리그는 이번 시즌부터 목~일요일 오후 6시 30분으로 옮겨 더 많은 팬들의 관심을 받게 됐다.

2020 한국여자바둑리그의 상금은 각 순위별 500만원 인상해 우승팀에게는 5500만원이, 준우승 3500만원, 3위 2,500만원, 4위 1,500만원이 주어진다. 우승상금과 별도로 책정되는 대국료는 전년과 동일한 승자 100만원, 패자 30만원이다.

▲ 경기규정을 설명하고 대국 개시 선언하는 박승현 심판위원.


▲ 4연패에 마침표를 찍으려 하는 포항 포스코케미칼의 1지명 박지은과 보령 머드의 새내기 박소율의 제1국은 장고대국.


▲ 리그 첫 출전 신고하는 보령 머드의 4지명 박소율(흑)의 힘찬 착수. 홈런을 날려보겠습니다.


▲ 대국 전 예상은 박지은의 무난한 첫 승이었다. 오늘마저 물러설 순 없잖아. 갈 길이 멀다고.


▲ 포항 포스코케미칼의 권주리는 3지명이지만 보령 머드의 2지명 강다정에게 상대전적 2승 1패로 앞서 있다.


▲ 강다정이 이겨야 최정도 빛이 난다. 오늘은 꼭 이겨야겠다는 다짐의 한 수.


▲ 설마, 오늘은 이기겠지? 그럼요, 이젠 연승으로 전환해야죠. 포항 포스코케미칼 대기실. 이영신 감독과 4지명 도은교.


▲ 카메라 왔다. 자자, 열심히 공부하는 척..이 아니고 진짜로 열심히. 보령 머드 대기실. 문도원 감독과 3지명 김경은.


▲ 모두 다 졌다고 포기했다. 그런데 끝났다고 생각한 그 순간부터 반전이 시작됐다. 99.9% 패한 바둑을 뒤집는 투혼을 보여준 권주리.


▲ 망연자실한 강다정. 패신에 홀리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 바둑을 뒤집히나. 계가를 끝내고도 믿기지가 않는다.


▲ 제3국은 예상대로 최정의 승리. 중반전에 위기가 있었으나 적극적인 반발의 강수 연타로 가볍게 벗어나면서 거꾸로 승기를 잡았다. 중반전의 장악력은 차원이 다른 발군!


▲ 아쉬운 김다영. 최정의 반격에 느슨하게 물러선 게 패인. 우변 흑 일단을 먼저 잡고 타개로 승부를 걸었으면 어땠을까. "최정을 넘어서려면 모험이 필요하다(백홍석 해설위원)"


▲ 최정, 국내여자바둑 51연승에 리그 22연승. 에? 몰랐어요. 기록 같은 거 의식하지 않아요. 그런데 100연승도 할 수 있다고요? 하하하, 해보죠 뭐. 그런 각오로 둬야 뭐라도 되지 않겠어요?


▲ 당찬 새내기 박소율. (하늘 같은 우상과 마주 앉았는데 당연히 )처음엔 긴장했죠. 그런데 중간부터는 재미있게 뒀어요.


▲ 5라운드 4경기까지 끝난 현재 각 팀 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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