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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 칠십리, 최강 서울 부광약품 꺾고 후반기 도약 예고

등록일 2020.07.04

7월 4일(토요일) 오후 6시 30분, 서울 홍익동 소재 한국기원 지하1층 바둑TV 스튜디오에서 7라운드 3경기가 펼쳐졌다. 리그 1위 서울 부광약품(권효진 감독)와 8위 서귀포 칠십리(이지현 감독)의 대결. 격세지감이다. 2020 여자바둑리그에서 신생팀들이 맹위를 떨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선두권 경쟁자였던 서귀포 칠십리는 최하위까지 밀려났고 지난해 7위에 머물렀던 서울 부광약품은 명문의 위신을 되찾았다.

하루 전 포항 포스코케미칼이 강호 인천 EDGC를 3-0으로 격파하고 후반기의 약진을 예고했으니 서귀포 칠십리도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고 모든 승부에서 최강자는 공동의 적이며 약자는 만인의 응원을 받는 법이다.

경기마다 절묘하게 짜이는 대진오더는 이번 경기도 예외 없이 멋진 매치를 만들어냈다. 이번에는 제1, 2국에서 양팀 2, 3지명(서귀포 칠십리 김수진은 4지명으로 등록돼 있으나 실제로는 그 이상의 역할을 가진 다크호스)의 크로스매칭이 성사되고 제3국에서 1지명 맞대결이 이루어졌다. 역시 관전자들로서는 흥미로운 조합이다.

장고대국으로 진행되는 박지연(서귀포 칠십리 2지명, 4승 2패)과 장혜령(서울 부광약품 3지명, 1승 2패)의 제1국은 기량, 관록, 성적 모든 면에서 앞선 박지연의 승리가 유력해 보이나 지난해보다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장혜령이 호락호락 물러서지는 않을 것 같다. 상대전적은 박지연 기준 3연승.

김미리(서울 부광약품 2지명, 5승 1패)와 김수진(서귀포 칠십리 4지명, 1승 2패)의 제2국은 총체적 전력 평가와 성적에서 김미리 쪽으로 기울지만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근성과 끈기를 가진 김수진을 쉽게 상대했다가는 허를 찔릴 수도 있다. 상대전적은 김미리가 2승 1패, 간발의 차이로 앞서 있다.

관전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승부는 역시 김채영(서울 부광약품 1지명, 6연승)과 오정아(서귀포 칠십리 1지명, 2승 4패)가 격돌하는 제3국. 관계자 대부분이 여기서 팀의 승부도 결정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부진과 불운에 시달리고 있는 오정아보다는 2020 여자바둑리그에서 유이한 6연승 주자 김채영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상대전적은 김채영 기준 9승 5패.

주형욱 심판위원의 경기 규정 설명을 거쳐 먼저 시작된 제1, 2국 중 바둑TV 해설팀(진행-김여원, 해설-백홍석)의 선택은 김미리(흑)와 김수진(백)의 제2국. 이번 시즌의 성적은 김미리가 크게 앞서지만 두 선수는 박빙의 상대전적만큼 끈끈한 기질까지 흡사해 뜻밖의 암초가 될 수도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관계자들의 우려(?)대로 서귀포 칠십리의 4지명 김수진이 거함 서울 부광약품을 침몰시킨 암초가 됐다.

제2국의 형세는 초반 상변 백 세력의 깊숙이 뛰어든 흑 일단이 위기에 몰리면서 때 이르게 흑의 패색이 짙어졌다. 천신만고 끝에 대마는 살렸으나 우상귀에서 혹독하게 당하고 흑 대마가 사는 과정에서 중앙 백의 두터움이 막강해져 뒤집기 어려운 형국이 됐다. 전국 도처가 다급한 상황에서도 좌변 본진을 지키면서 중앙, 하변에서 처절하게 버텨 미세한 형세까지 차이를 좁혔으나 승리를 확신한 김수진이 냉철한 안전운행으로 반집을 지켜냈다.

김수진의 승리에 뒤 이어 제1국(장고대국)도 일찌감치 막을 내렸다. 서울 부광약품의 장혜령(백)이 좌하전투에서 기분 좋은 형태를 만드는가 싶은 순간 박지연(흑)의 반격이 시작됐다. 우하귀 접전부터 우변, 중앙으로 넓혀진 전투에서 백을 밀어붙이면서 거대한 세력을 형성해 빠르게 형세 역전. 중앙을 장악한 박지연은 이후 단 한 차례도 우위를 잃지 않고 완승을 거두었다. 부진한 오정아 대신 에이스의 역할을 해내고 있는 박지연의 활약으로 팀의 승부도 남겨진 에이스대결과 무관하게 서귀포 칠십리의 승리 확정.

싱겁게 된 에이스대결 김채영(서울 부광약품 1지명)과 오정아(서귀포 칠십리 1지명)의 제3국은 초반부터 격렬한 전투로 전국을 돌고 돌아 좌하일대 대마 수상전으로 귀결됐다. 대국 초반 우하 쪽 흑(오정아) 세력에 뛰어든 백 일단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실수, 공격하던 흑이 오히려 역공을 당하면서 백의 우세가 확립됐고 그대로 끝나는가 싶은 상황에서 다시 흑의 반격이 시작돼 상변과 좌변을 거치면서 안개 속 싸움이 됐다. 우세를 의식한 김채영이 좌변 백의 안정을 서두르며 고삐를 늦추는 순간 오정아의 역습으로 재역전의 기회가 왔는데 초읽기 연장수단으로 둔 우하귀 쪽 선수가 대마사활의 자충수가 되는 바람에 불리한 대마 수상전을 자초하게 됐고 결국, 1수 부족을 확인한 오정아가 돌을 거두었다. 승리한 서귀포 칠십리는 다시 7위로 올라서 포항 포스코케미칼을 8위로 밀어냈고 패한 서울 부광약품은 개인승수 많아 1위를 지키며 전반기를 마감했다. 에이스 김채영은 1승을 추가, 보령 머드의 최정과 나란히 7연승으로 전반기를 끝내 후반기 두 선수의 연승대결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2020 여자바둑리그는 8개 팀이 더블리그(14라운드) 총 56경기, 168국으로 3판 다승제(장고 1국, 속기 2국)로 겨루며 두 차례의 통합라운드를 실시한다. 9월에 열리는 포스트시즌을 통해 정규리그 상위 4개팀이 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챔피언결정전으로 열리는 스텝래더 방식으로 여섯 번째 우승팀을 가려내는데 단판으로 열렸던 준플레이오프는 2경기로 늘렸다. 3위 팀은 1경기 승리 또는 무승부일 때, 4위 팀은 2경기 모두 승리해야만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을 수 있다.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은 전년과 동일한 3경기로 열린다. 바둑TV를 통해 매주 월~목요일 오전 10시에 중계됐던 여자바둑리그는 이번 시즌부터 목~일요일 오후 6시 30분으로 옮겨 더 많은 팬들의 관심을 받게 됐다.

2020 한국여자바둑리그의 상금은 각 순위별 500만원 인상해 우승팀에게는 5500만원이, 준우승 3500만원, 3위 2,500만원, 4위 1,500만원이 주어진다. 우승상금과 별도로 책정되는 대국료는 전년과 동일한 승자 100만원, 패자 30만원이다.

▲ 대국개시 선언하는 주형욱 심판위원. 6시 30분 제1, 2국 개시부터 8시에 이어지는 제3국을 주관하고 경기가 끝나는 10시 30~11시 안팎까지 현장을 지켜야 한다.


▲ 한국기원 지하 1층 경기장 전경. 제1, 2국이 먼저 시작되고 8시에 제3국이 이어진다.


▲ 제1국은 장고대국. 서귀포 칠십리 2지명 박지연의 선공. 팀에서 가장 성적이 좋다. 6라운드까지 4승 2패.


▲ 서울 부광약품 3지명 장혜령. 지난해에 비해 부쩍 성장했지만 아직은 더 커야 한다. 장고대국에서 다소 벅찬 상대를 만났다.


▲ 6전 전승의 김채영과 함께 서울 부광약품의 1위를 이끌고 있는 2지명 김미리. 5승 1패의 빼어난 성적이다.


▲ 서귀포 칠십리의 김수진은 4지명이지만 대표적인 저평가 우량주다. 언제든 팀이 원할 때 2지명 이상의 몫을 해낸다.


▲ 8시부터 제3국이 시작됐다. 서귀포 칠십리 오정아의 흑. 2승 4패로 부진하지만 언제든 치고 올라갈 저력이 있다.


▲ 여자바둑리그에서만큼은 최정 못지 않은 위상을 가진 '리그의 여왕' 김채영. 이 대국에서 이기면 최정과 나란히 7연승으로 전반기를 마감한다.


▲ 제2국이 끝났다. 초반부터 김수진(백)이 압도적인 우세를 확립했으나 그런 형세가 종반 끝내기엔 반집까지 따라 잡혔다. 김수진의 아슬아슬한 반집승. 몇 마디 소감을 주고받은 뒤 바로 돌을 걷었다. 반집이 더 뼈아프다.


▲ 부진한 오정아를 대신해 서귀포 칠십리를 이끌고 있는 2지명 박지연이 팀의 승리를 결정했다.


▲ 아쉬운 장혜령. 중반전 우변과 중앙에서 너무 쉽게 밀렸다. 승부호흡이 지나치게 빠른 것은 아닌지..


▲ 위험한 순간도 있었지만 결국 이겼다. 팀은 졌지만 그래도 1위를 지켰고 김채영은 7연승으로 전반기를 마감했다. 현재로선 최정과 맞설 유일한 선수로 보인다.


▲ 육아에 바쁘다 보니 공부할 시간이 별로 없어요. 집에서 바둑TV 보며 공부합니다. 그러나 엄마의 힘은 강했다. 상대팀 2지명을 꺾고 팀의 승리에 디딤돌을 놓은 김수진과 박지연 승리인터뷰.


▲ 7라운드 3경기가 끝난 현재 각 팀 순위. 부안 곰소소금과 여수 거북선의 경기가 끝나면 전반기가 마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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