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원

바둑뉴스

바둑뉴스

부안 곰소소금, 1위 보령 머드 꺾고 대도약 발판 마련

등록일 2020.07.17

7월 17일(금요일) 오후 6시 30분, 서울 홍익동 소재 한국기원 지하1층 바둑TV 스튜디오에서 9라운드 2경기가 펼쳐졌다. 대국할 때마다 연승 신기록을 갱신하고 있는 ‘세계의 원톱’ 최정과 잠재력을 발현 중인 3지명 김경은을 앞세워 리그 정상에 오른 <보령머드-문도원 감독>와 불운을 떨치고 일어선 오유진과 부쩍 성장한 허서현이 ‘원투펀치’의 화력 안정성을 높이며 후반기 도약을 준비 중인 <부안 곰소소금-김효정 감독>의 대결.

두 팀의 성향은 확연히 다르면서도 비슷한 일면이 있다. 1위에 우뚝 선 신생팀(보령 머드)과 전기 챔피언의 기억이 아련할 정도로 추락한 7위의 명문팀(부안 곰소소금)이라는 점에서는 극과 극으로 다르지만 확실한 에이스가 있고 급성장 중인 신예가 있으며(부안 곰소소금-허서현, 보령 머드-김경은) 잠재력을 가진 4지명(부안 곰소소금-김상인, 보령 머드-박소율)을 보유한 것도 같고 두 팀 모두 눈에 보이는 것보다 팀 기여도가 높았던 살림꾼이 극심한 부진(부안 곰소소금-이유진, 보령 머드-강다정)에 빠져있다는 것까지 똑같다. 물론, 사정은 순위에서 드러난 것처럼 보령 머드는 여유가 있고 부안 곰소소금은 급박하다.

공개된 대진오더를 보면 이유진(부안 곰소소금 3지명, 5패)과 김경은(보령 머드 3지명, 4승 3패)의 제1국부터 <부안 곰소소금>이 의표를 찔린 느낌. 5연패의 부진에 시달리는 이유진을 제1국에 배치한 이유는 다분히 천적관계로 압도해온 <보령 머드>의 장고파 강다정을 의식한 것으로 보이는데 <보령 머드>는 그런 생각을 들여다본 것처럼 강다정을 제3국으로 돌리고 상대전적 1승으로 앞선 김경은을 내세웠다. 제3국의 허서현이 만만한 상대는 아니지만 전반기를 1승 5패로 마감한 강다정에게는 7연패 끝에 1승을 만회할 만큼 상성이 나쁜 천적보다는 두 번 만나 두 번 다 이긴 상대가 덜 부담스러울 것이란 배려다.

제2국에서 <부안 곰소소금>의 오유진이 <보령 머드>의 최정과 리턴매치를 갖게 된 것도 불운이다. 오유진의 기량을 생각할 때 상대전적 2승 21패의 과도한 격차는 연패에 가중된 심리적 부담의 영향일 텐데 이래저래 제1, 3국을 모두 이겨야 안심할 수 있는 <부안 곰소소금>이 제1~3국 모두 상대전적에서 뒤져 있는 만큼 고민이 큰 경기다. 물론, 불안한 감정의 파도를 타는 인간의 승부란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란 요기 베라의 말처럼 알 수 없는 것이지만.

6시 30분, 이현호 심판위원의 경기 규정 설명을 거쳐 제1, 2국이 시작되고 바둑TV 해설팀(진행-류승희, 해설-홍성지)은 속기로 진행된 최정(흑)과 오유진(흑)의 제2국 해설에 집중했다.

제2국이 끝났다. 여자선수들이 최정을 넘어서는 일은 에베레스트 등정보다 힘든 일이 된 것 같다. 초반부터 중반까지는 오유진이 전국을 리드했다. 작심한 듯 요소요소를 찌르고 견고한 행마로 앞서나갔다. 문제는 우변 접전. 들여다보고 관통하려다 물러선 게 첫 번째 완착. 우변을 관통했으면 최정 입장에서 더 어려운 승부였는데 오유진이 갈등의 기로에서 한발 물러섰고 어느 순간부터 강약의 완급조절이 헝클어지면서 순식간에 최정의 페이스로 넘어가버렸다. 홍성지 해설위원의 말대로 중앙에서 타이트하게 붙여 막지 않고 한 발 늦춰 상변을 지켰으면 어땠을까. 완강하게 버티다 상변이 뚫리고 그 안에서 흑이 크게 터를 잡고 살아서는 승부 끝. 오유진으로서는 종반 초입까지 ‘최정의 연승이 깨지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만큼 아쉬움이 많은 승부였다. 최정, 2020 시즌 9연승에 리그 총합 26연승 달성.

제2국이 끝날 무렵 제1국의 형세도 김경은(백)의 우위로 윤곽이 드러났다. 제1국에서 백이 승리하면 <보령 머드>의 승리 확정. 김경은이 우하 쪽과 중앙 백 일단을 버리고 하변 흑을 잡으러가면서 바꿔치기가 이루어지고 하변 흑을 크게 잡은 김경은의 승세가 굳어지는 것 같았는데 이유진이 잡힌 흑 대마를 그냥 포기하지 않고 도발을 감행하면서 상전벽해의 변화가 발생했다. 김경은의 착각으로 잡혔던 흑이 부활하면서 순식간에 형세역전, 백의 패색이 짙어졌다. 이미 전국의 경계가 거의 굳어져 변화의 여지도 없는 상황. 김경은이 좌변에 흩어진 흑 일단을 공격하는 승부수를 띄웠으나 종반으로 가면서 더욱 침착해진 이유진이 알기 쉽게 정리, 승리를 굳혔다. 전반기 5연패의 사슬을 끊는, 후반기 첫 라운드 새출발의 1승!

1승 1패의 상황에서 승부의 결정판이 된 제3국은 대 허서현전 상대전적 2승으로 앞서 있던 강다정의 부진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한판. 싸워야 할 때 물러서고 늦춰야 할 때 나아가는 이상감각의 자멸이었다. 수많은 기회가 있었으나 번번이 다른 곳으로 손을 돌려 날려버렸고 우변 흑의 실리를 허용하면서 쌓은 두터움도 전혀 활용하지 못했다. 종반 우상귀에서도 날일자 정도로 쉽게 처리할 수 있었던 끝내기도 손해를 자초하는 묘한 수단을 결행하는 바람에 좌상귀까지 크게 무너졌다. 종반 끝내기는 허서현의 독무대. 이미 벌어진 실리의 차이를 더 크게 벌리면서 승부를 끝냈다. <부안 곰소소금>으로서는 상대전적에서 뒤져 있던 제1, 3국에서 모두 승리하면서 1위 팀 <보령 머드>를 꺾는 감동의 선전. 승리한 <부안 곰소소금>은 하루 만에 6위를 탈환, 다른 팀들의 9라운드 잔여 경기에 따라 4위까지 노려볼 수 있게 됐고 패한 <보령 머드>는 1위 자리를 유지했으나 2위 <서울 부광약품>이 승리하면 선두를 내주게 된다.

2020 여자바둑리그는 8개 팀이 더블리그(14라운드) 총 56경기, 168국으로 3판 다승제(장고 1국, 속기 2국)로 겨루며 두 차례의 통합라운드를 실시한다. 9월에 열리는 포스트시즌을 통해 정규리그 상위 4개팀이 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챔피언결정전으로 열리는 스텝래더 방식으로 여섯 번째 우승팀을 가려내는데 단판으로 열렸던 준플레이오프는 2경기로 늘렸다. 3위 팀은 1경기 승리 또는 무승부일 때, 4위 팀은 2경기 모두 승리해야만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을 수 있다.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은 전년과 동일한 3경기로 열린다. 바둑TV를 통해 매주 월~목요일 오전 10시에 중계됐던 여자바둑리그는 이번 시즌부터 목~일요일 오후 6시 30분으로 옮겨 더 많은 팬들의 관심을 받게 됐다.

2020 한국여자바둑리그의 상금은 각 순위별 500만원 인상해 우승팀에게는 5500만원이, 준우승 3500만원, 3위 2,500만원, 4위 1,500만원이 주어진다. 우승상금과 별도로 책정되는 대국료는 전년과 동일한 승자 100만원, 패자 30만원이다.

▲ 제헌절에 열린 <보령 머드>와 <부안 곰소소금>의 9라운드 2경기. 그럼, 지금부터 대국을 시작하겠습니다. 이현호 심판위원의 신호에 맞춰 스타트!


▲ 전반기를 5연패로 마감한 <부안 곰소소금>의 이유진. 1승이 절실한데 <보령 머드> 김경은을 상대로 1패의 기록이 있어 불안하다.


▲ 부진한 강다정 대신 2지명의 역할을 충실하게 이행 중인 김경은. 두텁게 처리해야 할 장면에서 드러내는 사소한 욕심이 단점.


▲ <보령 머드>에는 설명이 필요없는 여자바둑의 지존 최정이 있다. 대국자세도 최고. 도대체 나쁜 게 뭐야?


▲ 대 최정전 2승 21패의 전적은 <부안 곰소소금>의 오유진이 정상 또는 그 길목에서 최정과 많이 싸웠다는 뜻이고 아이러니하지만 그만큼 강하다는 방증이다. 오늘은 넘어설 수 있을까.


▲ 바둑TV 현장 생중계, 이렇게 보내집니다.


▲ 8시 30분에 시작된 제3국에 출전한 <부안 곰소소금> 허서현은 에이스 오유진과 함께 쌍두마차로 팀을 이끌고 있다. 상대는 <보령 머드> 강다정.


▲ 1승 5패로 전반기를 마감한 <보령 머드>의 2지명 강다정이 장고대국을 피해 제3국에 출전했을 때 관계자들은 '오더의 승리'를 말했었다. 강다정이 장고파 성향대로 장고대국(제1국)에 나섰다면 1승 7패의 천적 이유진과 싸워야 했기 때문이다. 대 허서현전은 강다정이 2승으로 앞서 있다.


▲ 최정은 여자바둑이라는 평원에 홀로 우뚝 솟은 태산 같다. 위기의 장면이 있었으나 눈 한번 깜짝하지 않고 유유히 전세를 뒤집고 이겨냈다. 2020 시즌 9연승에 리그 총합 26연승!


▲ 종반 초입까지 '드디어 오유진이 최정의 연승을 막아서나'라는 말이 흘러나올 만큼 형세가 좋았다. 중앙에서 최강으로 맞선 것이 패인이었을까. 홍성지 해설위원은 '한칸으로 늦춰 상변을 지켰으면 백(오유진)이 나쁘지 않다'고 했는데.. 아쉬운 패배다.


▲ 제1국에서 하변 흑을 크게 잡아 일찌감치 승세를 굳혔던 <보령 머드>의 김경은이 역전패했다. 흑 대마를 잡은 이후 하변 보강 때 꽉 잇지 말고 한발 늦춰 양호구로 지켰더라면 치중의 급소는 없었을 것이고 흑 대마가 부활하는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을 텐데..극적인 역전패는 복기할 마음의 여유까지 지웠버렸다.


▲ 응? 인터뷰요? 제3국이 시작될 때까지 제1국에서 이유진의 패색이 짙었기 때문에 팀의 승리는 생각도 못하고 있었던 허서현. 당연히 자신의 손으로 팀의 승리가 결정된 것도 몰랐다.


▲ 강다정의 문제는 기량이 아니다. 도처에서 드러난 이상감각. 최정 부재시에 팀을 이끌었던 견실무비한 반면운영의 힘이 사라졌다. 기본을 돌아보고 자신감을 회복하는 게 관건일 듯.


▲ 맏언니(이유진)로서 팀의 분위기를 잘 이끌어주고 있기 때문에..언니가 패배에 너무 부담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어요(허서현).


▲ 9라운드 2경기가 끝난 현재 각팀 순위. <부안 곰소소금>은 다른 팀의 9라운드 잔여경기에 따라 4위까지 노려볼 수 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