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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위 서귀포 칠십리, 1위 삼척 해상케이블카 잡았다

등록일 2020.07.31

7월 31일(금요일) 오후 6시 30분, 서울 홍익동 소재 한국기원 지하1층 바둑TV 스튜디오에서 11라운드 2경기가 펼쳐졌다.

1지명 조혜연(5승 5패)과 2지명 김은지(6승 4패)의 합이 좋고 3지명 이민진(4승 4패)이 빈틈을 메우는데 거기에서도 비는 곳이 생기면 4지명 유주현(2승 1패)이 틀어막는다. 2020 여자바둑리그 출전 여덟 팀 중에서 ‘선수들의 합(승리 결속력. 팀워크와는 다른 뜻이다)’이 가장 좋은 팀을 꼽으라면 바로 <삼척 해상케이블카(이용찬 감독)>를 꼽겠다. 에이스 조혜연이 부진을 털어내자마자 바로 선두로 치고 나설 때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삼척 해상케이블카>와 대조적인 팀을 꼽으라면 <서귀포 칠십리(이지현 감독)>이 떠오른다. 1지명 오정아(5승 5패), 2지명 박지연(6승 4패). 1, 2지명의 승수가 <삼척 해상케이블카>와 똑같다. 그런데 한 팀은 1위고 한 팀은 8위다. 선수들의 합이 좋지 않다. 1, 2지명의 승패가 서로 엇갈리고 <삼척 해상케이블카> 이민진의 역할을 해줘야 할 김수진이 예년에 비해 부진하고 3지명 이도현이 아직 1승도 올리지 못하고 있어서다.

1위와 8위. 양극단을 달리는 두 팀이 만났다. 공개된 오더를 보면 <삼척 해상케이블카>의 우위로 볼 수 있으나 순위의 격차만큼 크게 기우는 매치가 아니다. 조혜연(삼척 해상케이블카)와 김수진(서귀포 칠십리)의 제1국은 조혜연 기준 상대전적 5승 4패, 뜻밖이지만 이쯤 되면 1지명과 4지명의 대결이 아닌 박빙의 라이벌전 양상이다. 박지연(서귀포 칠십리)와 김은지(삼척 해상케이블카)의 제2국은 전반기에 이은 리턴매치. 엎치락뒤치락하다가 김은지가 승리했고 그것으로 팀의 승부도 결정됐다. 갚아줘야 할 빚을 벼르고 있던 박지연으로선 외나무다리의 재회인 셈인데 상대전적은 김은지 기준 2승, 쉽지 않은 승부다. 오정아(서귀포 칠십리)와 이민진(삼척 해상케이블카)의 제3국도 상대전적 4승 4패로 팽팽하다. 이쪽도 1지명과 3지명의 싸움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래저래 관전자들의 손에 땀이 흥건하겠다.

6시 30분, 김민희 심판위원의 경기 규정 설명을 거쳐 제1, 2국이 시작되고 바둑TV 해설도 시작됐다. 생방송 진행은 배윤진 캐스터, 홍성지 해설위원. 진행이 가장 빠른 제2국, 박지연(백)과 김은지(흑)의 속기 대국부터 집중 해설했다.

제2국에서 <서귀포 칠십리>가 먼저 승리의 깃발을 들어올렸다. 어린 신예에게 2연패를 당해 자존심이 상했을 박지연이 보란 듯 화끈한 중앙 전투로 맞붙어 역전승을 거두었다. 쉬운 승부는 아니었다. 중반까지는 김은지(흑)의 페이스. 백이 너무 급하게 우하귀로 쳐들어가 실패하는 바람에 중앙접전에 이르기까지 계속 백의 고전이었는데 흑이 중앙전투에서 공격의 완급을 조절하지 못하고 백 대마를 너무 다그친 게 화근이 됐다. 중앙 백이 선수로 살고 외곽의 흑이 양분돼 곤마로 쫓기는 형태가 돼서는 역전. AI승률도 이때부터 백 쪽으로 확연하게 기울었다. 결국, 양분된 흑 대마 중 한 쪽(중앙)이 잡혀 승부도 끝났다. 204수 끝 백 불계승.

제2국에서 김은지가 돌을 거두고 복기검토가 이루어질 때 제3국이 시작됐고 이때 제1국의 형세는 백을 쥔 조혜연(삼척 해상케이블카)이 AI승률 70%를 넘나들며 김수진(서귀포 칠십리)을 리드하고 있어 제3국에서 이 경기의 승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런데 바둑TV 중계팀과 관계자들이 제3국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사이 제1국에서 뜻밖의 변화가 발생했다. 덤을 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였던 김수진(흑)이 종반에 맹렬한 추격전을 펼쳐 형세를 뒤집었다. 우세를 의식한 백이 중앙 연결로 정체하는 사이 흑은 좌변의 큰 끝내기를 선제했고 사실상 차단이 돼있던 하변까지 깔끔하게 건넌 데다 공배로 생각했던 중앙과 하변 연계공간마저 집으로 굳혀 반면 11집 이상을 남기는 형세를 만들었다. 보고도 믿기 어려운 역전. 289수 흑 불계승

상대전적에서 뒤져 있던 제1, 2국에서 <서귀포 칠십리>의 김수진과 박지연이 모두 역전승을 거두며 팀의 승리까지 결정해버렸다. 승부의 결정판으로 주목받던 제3국이 졸지에 승부와 무관한 대국이 됐는데 제1, 2국에서 <삼척 해상케이블카>의 패배가 이미 결정됐다는 걸 알기라도 한 것처럼 종반까지 유연한 행마로 전국을 주도했던 이민진(백)도 맹공을 퍼붓던 우변 쪽 흑 대마의 삶이 확인되는 순간 급격하게 흔들리다가 허무하게 무너졌다. 마지막 끝내기 직전 좌변과 우변에서 아슬아슬한 해프닝이 벌어졌고 우하귀, 상변, 좌하귀 패의 치열한 공방까지 이어졌으나 흑의 승리는 바뀌지 않았다. 367수 끝 흑 3.5집 승.

애초, <삼척 해상케이블카>가 조금이라도 유리하지 않을까 예상했던 승부가 <서귀포 칠십리>의 3-0 완봉승으로 끝났다. 승리한 <서귀포 칠십리>는 4승 고지에 오르며 실낱같은 포스트시즌 진출의 희망을 살려냈고 패배한 <삼척 해상케이블카>는 아직 경기를 치르지 않은 <인천 EDGC>에게 1위 자리를 내주게 됐다. 11라운드가 진행 중인 현재 6승 팀 넷, 5승 팀 둘, 4승 팀 둘. 전반기에 부진했던 팀들이 모두 후반기 반격에 성공하면서 2020 여자바둑리그는 마지막 라운드까지 뜨겁게 타오를 전망이다.

2020 여자바둑리그는 8개 팀이 더블리그(14라운드) 총 56경기, 168국으로 3판 다승제(장고 1국, 속기 2국)로 겨루며 두 차례의 통합라운드를 실시한다. 9월에 열리는 포스트시즌을 통해 정규리그 상위 4개팀이 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챔피언결정전으로 열리는 스텝래더 방식으로 여섯 번째 우승팀을 가려내는데 단판으로 열렸던 준플레이오프는 2경기로 늘렸다. 3위 팀은 1경기 승리 또는 무승부일 때, 4위 팀은 2경기 모두 승리해야만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을 수 있다.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은 전년과 동일한 3경기로 열린다. 바둑TV를 통해 매주 월~목요일 오전 10시에 중계됐던 여자바둑리그는 이번 시즌부터 목~일요일 오후 6시 30분으로 옮겨 더 많은 팬들의 관심을 받게 됐다.

2020 한국여자바둑리그의 상금은 각 순위별 500만원 인상해 우승팀에게는 5500만원이, 준우승 3500만원, 3위 2,500만원, 4위 1,500만원이 주어진다. 우승상금과 별도로 책정되는 대국료는 전년과 동일한 승자 100만원, 패자 30만원이다.

▲ 경기규정을 설명하고 대국 개시를 알리는 김민희 심판위원.


▲ 제1, 2국은 6시 30분에 시작되고 제3국은 8시 30분에 이어진다.


▲ 제1국(장고대국)에 출전한 <서귀포 칠십리> 김수진. 4지명이지만 팀이 원할 때 승리하는 기여도가 높은 선수다.


▲ <삼척 해상케이블카> 1지명 조혜연이 제1국에 출전해 김수진과 마주 앉았다. 상대전적은 조혜연 기준 5승 4패로 간발의 차로 앞서 있다.


▲ 신예들 중에서는 가장 빠르게 2지명의 역할에 적응한 <삼척 해상케이블카>의 김은지. 새내기라는 느낌이 전혀 없다. 성적도 6승 4패 공동 4위권.


▲ 에이스 오정아가 부진할 때 <서귀포 칠십리>를 이끌어온 2지명 박지연. 팀내 최다승(6승 4패)를 기록했지만 다시 만난 김은지에겐 2연패의 빚이 있다.


▲ 8시 30분에 시작된 제3국에 출전한 <서귀포 칠십리>의 1지명 오정아. 부진에 빠져 있다 떨치고 나와 5승 5패, 승률 50%를 맞췄다. 남은 목표는 전승?


▲ 제3국의 출전해 <서귀포 칠십리> 1지명 오정아와 맞선 <삼척 해상케이블카>의 이민진. 3지명이지만 상대전적은 4승 4패 호각이다.


▲ <서귀포 칠십리> 박지연이 <삼척 해상케이블카> 김은지와의 리턴매치에서 설욕에 성공했다. 쉬운 승부는 아니었으나 중앙전투를 잘 마무리해 팀의 첫 승을 신고했다.


▲ 제2국에서 승리의 기회는 김은지에게 더 많았다.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승부처에서 공격의 완급조절에 문제를 노출시키며 역전패했다.


▲ 제1국(장고대국)은 <서귀포 칠십리> 김수진의 역전승. 끈질기게 따라붙어 조혜연이라는 대어를 낚으며 팀의 승리까지 결정했다.


▲ 믿기 어려운 역전패, 아쉬운 조혜연. 너무 일찍 몸을 사린 안전운행이 문제였다. 중앙에서 제자리걸음을 하는 사이, 좌변의 큰 끝내기를 당했고 막을 수 있었던 하변도 건너가게 해준 데다 공배나 다름없던 중앙과 하변 사이의 공간까지 집으로 허용하면서 얻은 게 없다.


▲ 승부와 무관해진 제3국도 <서귀포 칠십리>가 가져갔다. 3-0으로 4승 고지에 오르며 실낱같은 포스트시즌 진출의 희망을 살려냈다.


▲ (김은지가)잘 두는 후배라는 걸 알기 때문에 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세 번 연속 지는 건 아니죠(이겨야 되고 이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 11라운드 2경기가 끝난 현재 각 팀 순위. 경기가 바뀔 때마다 순위도 바뀔 만큼 치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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