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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머드,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부안 곰소소금의 질주 멈춰 세워

등록일 2020.09.10

9월 10일(목요일) 오후 4시, 홍익동 한국기원 지하1층 바둑TV 스튜디오에서 2020 여자바둑리그 최고의 팀을 가리는 챔피언결정전 1차전이 시작됐다.

정규리그 1위로 일찌감치 챔피언결정전으로 직행한 보령 머드(문도원 감독)와 정규리그 4위로 포스트시즌에 턱걸이한 뒤 준플레이오프 1, 2차전에서 <포항 포스코케미칼>을 2-0, 플레이오프 1~3차전에서 <여수 거북선>을 2-1로 밀어내면서 전기 챔피언의 저력을 보여준 부안 곰소소금(김효정 감독)의 1~3차전 중 첫 번째 격돌이다.

두 팀은 전, 후반기에서 각각 2-1로 한 경기씩 승패를 나눠가졌다. 전반기에는 <보령 머드>가 제1국(2지명 강다정 승, 대 3지명 이유진전), 제2국(1지명 최정 승, 대 1지명 오유진전)을 이겨 승리했고 후반기에는 <부안 곰소소금>이 제1국(3지명 이유진 승, 대 3지명 김경은전), 제3국(2지명 허서현 승, 대 3지명 강다정전)을 이겨 전반기의 패배를 설욕했다. 전, 후반기 선수들의 성적을 정리하면 <보령 머드>는 최정 2승, 강다정 1승 1패, 김경은 2패. <부안 곰소소금>은 허서현 2승, 이유진 1승 1패, 오유진 2패.

사전에 공개된 오더를 보니 <부안 곰소소금>의 오유진은 전, 후반기에 모두 <보령 머드> 최정을 만나 2패를 안았는데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다시 만나는 끈끈한 인연(?)을 과시했다. 제1국에선 이유진(부안 곰소소금)과 김경은(보령 머드)이 후반기의 리턴매치를 펼치게 됐다.
오후 4시, 이현호 심판위원의 대국 개시 선언에 맞춰 바둑TV 생방송(진행-류승희 캐스터, 해설-백홍석 해설위원)과 동시에 제1, 2국이 시작됐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왔다. <부안 곰소소금>의 김효정 감독이 제1국(이유진-김경은), 제2국(오유진-최정)의 오더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선수들을 배치했다는 것인데 상대전적 1승 1패로 피차 해볼 만한 승부로 예상된 제1국은 그렇다 쳐도 상대전적 2승 22패의 천적 최정의 출전을 예측하고도 에이스 오유진을 제2국에 내보낸 것은 다소 뜻밖이었다. ‘언젠가 한번은 넘어야 할 산이기 때문에 당당하게 맞서는 게 좋다’는 감독의 판단인데 챔피언결정전 진출 확정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최정 선수에게 기다리라고 했다’는 오유진도 최정과의 승부를 원했을 것으로 보인다.

제2국 내용에서도 그런 각오가 보였다. 오유진(백)의 초반 포석은 나쁘지 않았고 중반전에서도 중반 전투에 강점을 가진 최정에게 밀리지 않는 힘을 보여줬다. 우변에서 백 석 점을 끌고나와 중앙 흑 일단을 우형으로 만들며 압박한 진행도 좋았다. 백의 탈출과정에서 우상 쪽에서 젖힌 흑의 강수로 중앙부터 상변까지 확장된 흑 세력이 최대한 집으로 굳어질 때 좌상 쪽에서 찔러간 삭감의 수도 날카로웠는데 흑이 꼬부려 막았을 때 바로 꼬부려나간 수가 완착(사실상 패인). 이때 흑이 우상 쪽을 붙여 틀어막으면서 흑의 AI승률 막대가 길어졌다(69.8%). 백이 꼬부려나간 수로 먼저 하변 치중의 큰 끝내기를 하고 차분하게 중앙삭감을 마무리했으면 백이 좋았다. 좌상 쪽에서 백의 완착 나온 뒤 최정의 마무리가 치밀했다. 비세를 의식한 오유진이 중앙삭감에 무리하면서 차이가 벌어졌고 오후 5시 50분, 좌변 쪽에서 몇 수 더 움직여본 오유진이 싹싹하게 돌을 거두었다. 201수 끝 흑 불계승

<보령 머드>가 선승을 거둔 상황에서 진행된 장고대국, 제1국에서도 <보령 머드>의 김경은이 승리하면서 챔피언결정전 1차전을 가져갔다. 대국은, 초반에 다소 밀리는 구도로 전국의 틀을 잡은 김경은이 종반 초입, 흑의 집이었던 우하귀에서 유리한 패를 결행, 승기를 잡았다. 중앙과 상변 백을 연결하는 요처까지 선착해서는 완승무드. 우하귀 패의 공방 중 `동료들의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만드는 실수를 범했으나 침착하게 우하일대 흑 대마를 일망타진하는 수를 보고 있었고(최정은 ‘흑 대마는 사는 수가 있었다’고 한다) 그대로 다른 실수 없이 결행해 무사히 골인했다. 250수 백 불계승

정규리그 전반기에 하위권으로 추락했다가 후반기부터 연전연승, 포스트시즌을 통과하고 챔피언결정전까지 일직선으로 달려온 <부안 곰소소금>의 쾌속질주는 일단, 멈췄다. 챔피언결정전 1차전을 가져간 <보령 머드>가 그대로 통합우승을 확정할 것인지 <부안 곰소소금>의 반격이 시작될 것인지 흥미진진한 2차전은 12일(토요일) 오후 4시, 같은 장소에서 이어진다.

2020 여자바둑리그는 8개 팀이 더블리그(14라운드) 총 56경기, 168국으로 3판 다승제(장고 1국, 속기 2국)로 겨루며 두 차례의 통합라운드를 실시한다. 9월에 열리는 포스트시즌을 통해 정규리그 상위 4개팀이 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챔피언결정전으로 열리는 스텝래더 방식으로 여섯 번째 우승팀을 가려내는데 단판으로 열렸던 준플레이오프는 2경기로 늘렸다. 3위 팀은 1경기 승리 또는 무승부일 때, 4위 팀은 2경기 모두 승리해야만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을 수 있다.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은 전년과 동일한 3경기로 열린다. 바둑TV를 통해 매주 월~목요일 오전 10시에 중계됐던 여자바둑리그는 이번 시즌부터 목~일요일 오후 6시 30분으로 옮겨 더 많은 팬들의 관심을 받게 됐다.

2020 한국여자바둑리그의 상금은 각 순위별 500만원 인상해 우승팀에게는 5500만원이, 준우승 3500만원, 3위 2,500만원, 4위 1,500만원이 주어진다. 우승상금과 별도로 책정되는 대국료는 전년과 동일한 승자 100만원, 패자 30만원이다.

▲ 2020 여자바둑리그 챔피언결정전 1차전 시작을 알리는 이현호 심판위원. 제1, 2국을 먼저 진행하고 2-0의 스코어가 되면 제3국은 속개하지 않는다.


▲ 정규리그 후반기 9라운드 2경기의 리턴매치가 이루어졌다. 그때는 이유진(부안 곰소소금)이 김경은(보령 머드)에게 역전승했다. 상대전적은 1승 1패.


▲ 포스트시즌 첫 출전이 후반기 역전패의 리벤지매치로 잡혔다. 설욕의 기회를 잡은 <보령 머드> 김경은.


▲ 흑백을 가리지 않는다. 나오면 그냥 이긴다. 동료도 대부분의 상대도 그렇게 믿는다. '이기는 습관'의 루틴을 가진 <보령 머드>의 최정. 대 오유진전 22승 2패.


▲ 김효정 감독으로부터 '산(최정)을 넘으라'는 주문을 받은 <부안 곰소소금> 오유진. 승자의 루틴이 '이기는 습관'이라면 패자의 루틴은 '지는 습관'이다. 앞서가다 발목을 잡힌 그 순간을 뼈에 새겨 패자의 루틴을 바꿔야 한다.


▲ 여자바둑계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보령 머드>의 최정. 종반까지 <부안 곰소소금> 오유진의 선전으로 미세하게 몰렸으나 결국, 승리했다. 챔피언결정전 1차전 승리의 디딤돌.


▲ 제2국의 복기는 오래 이어졌다. 대국내용도 나쁘지 않았고 오유진에게도 이길 기회는 분명히 있었다. 랭킹 1, 2위가 2승 22패의 격차를 보이는 건 기량의 문제가 아니다. 멘탈의 문제, 잠재된 ‘특정 대상에게 지는 습관’ 즉 패자의 루틴이다. 바꿔야 한다. 산을 넘어설 때까지, 넘어지면 다시 일어선다.


▲ <보령 머드> 김경은이 정규리그 후반기의 패배를 설욕하며 팀의 승리를 결정했다. 포스트시즌 첫 출전에 챔피언결정전 1차전 승리를 확정하는 수훈.


▲ (김경은의 승리로) 다 끝났다고 검토도 안 하고 다른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하변에서 갑자기.."경은이가 안전핀 뽑은 수류탄으로 공기돌놀이를 하는 거예요."(상상입니다)


▲ "초반엔 제가 나빴고요, 아아..그때는(우하귀에 패가 난 뒤에는) 좋다고 생각했죠. 남은 경기요? 흐흐흐, 즐겁게 두겠습니다." 약관도 아직 먼 방년의 승부사 김경은. 긴장했다는데 긴장이 보이지 않는다.


▲ 포스트시즌 이렇게 흘러가고 있다. 2020 여자바둑리그 이제 남은 경기는 둘(또는 하나). 종착역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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