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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도 끝도 함께 한 박정환과 최정

등록일 2020.12.28

2020-2021 KB국민은행 바둑리그 5라운드 4경기

수려한합천, 컴투스타이젬에 3-2 승
'지지 않는' 심재익은 윤준상 꺾고 개막 5연승, 22연승 행진 이어가



박정환 9단(27)과 최정 9단(24)은 지난해 이맘 때 바둑판 밖에서 뜨거운 경쟁을 벌였다. 바둑대상 MVP를 놓고 겨뤘다. 최종 득표율은 박정환이 39.75%, 최정이 35.63%, 4.07% 포인트 차이로 박정환이 2019 MVP의 영예를 차지했다. 사상 첫 여자 MVP가 무산된 최정 9단은 팬들의 투표만으로 진행된 인기상에서 박정환 9단을 누르고 수상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그 직후인 올해 1월 3일, 두 사람은 KB리그 14라운드 2경기에서 만나 팬들에게 잊지 못할 '새해 선물'을 선사했다. 이름하여 '황제'와 '여제'의 만남. 결과는 최정 9단의 대마가 잡히면서 이른 종국을 맞았지만, 국후 최정 9단은 오랜만(2013년 이후 7년 만)의 대결이라 자체로 즐거웠다"는 소감을 남겼다.

▲ 2020년을 80전 54승 26패(67.5%)로 마감한 최정 9단(28위). 3년 연속 여자부문 기록 3관왕(다승.승률.연승)을 확정한 상태다.


올해는 두 사람이 MVP를 놓고 치열하게 각축을 벌인다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신진서 9단이 있기 때문이다. 대신 인기상에선 박빙의 접전의 펼쳐지고 있다는 소문인데 이틀 후 나올 결과가 궁금해진다(29일 발표). 최정 9단이 수상한다면 3년 연속.

이런 사연의 두 주인공이 27일 저녁 2020-2021 KB국민은행 바둑리그 5라운드 4경기에서 다시 만났다. 수려한합천의 주장과 신생팀 컴투스타이젬의 4지명으로 마주한 2시간 장고대국에서였다. 두 팀의 올해 마지막 경기였고 두 사람에게도 올해 마지막 대국이었다. 묘하게도 한 해의 시작과 끝을 같이 한 인연이다.

▲ "올해는 좋은 일도 많았고 나쁜 일도 많았지만 개인적으론 발전한 한 해라고 생각한다"는 박정환 9단. '남해'에선 전패했지만 중국리그에선 개인 최고 성적(15승1패)을 거뒀다. 올해 전체로는 77전 49승 28패(63.6%)의 성적.


근 1년 만에 마주한 송년 연하장 같은 승부는 이번에도 생각보다 일찍 끝났다. 3시간 11분, 154수 만에 박정환 9단이 불계승했다. 불리하게 출발한 최정 9단이 상대 집을 굳혀주며 성급하게 중앙으로 시선을 돌린 것이 문제. 종당에는 거꾸로 대마가 몰리는 형국에 처하면서 이른 항서를 쓸 수밖에 없었다.

최정 9단이 진작에 2시간을 다 쓰고 초읽기에 몰린 반면 박정환 9단은 아직 50여분의 시간이 남아 있던 상태. "초반에 모르는 게 나와 좋지 않았는데 중반부터 잘 됐다"는 박정환 9단의 국후 소감이 있었다. 최정 9단은 "너무 비관한 나머지 공격을 서두른 게 패인"이라는 자체 분석.

▲ 주말에다 연말 분위기까지 겹친 탓일까. 전반 1~3국이 모두 단명으로 끝이 났다. 나현 9단과 송지훈 6단이 나란히 시슨 첫승의 기쁨을 맛보는 등 연패 탈출의 스토리도 곳곳에서 펼쳐졌다.


"컴투스타이젬은 신진서를 5지명으로 영입(?)"

2승2패팀 간의 중요했던 승부는 수려한합천이 컴투스타이젬을 3-2로 눌렀다. 박정환 9단, 박진솔 9단, 송지훈 6단의 잇단 승리로 수려한합천이 3-0으로 일찌감치 승부를 끝냈고 이후 컴투스타이젬이 두 판을 만회했다. 연패를 끊은 수려한합천(3승2패)은 4위, 연승이 끊긴 컴투스타이젬(2승3패)은 6위.

한편 최근 가장 핫한 기사로 주목받는 심재익 4단은 윤준상 9단과의 쉽지 않은 승부를 3집반차로 마무리하며 개막 5연승을 달렸다. 전체 기전으로 본다면 11월 3일 이후 22연승. 10월 이후론 30승1패의 놀라운 성적이다. 5라운드를 마친 현재 시점에서 전승인 기사는 박정환9단, 김지석 9단에 원성진 9단까지 네 명뿐. 랭킹 10위권 밖에선 심재익 4단(32위)이 유일하다.

▲ 골인 직전에 대마가 잡히는 청천벽력의 일을 겪고도 멘탈이 무너지지 않은 심재익 4단(22). 이내 원래의 자리로 돌아와 침착하게 마무리하는 자세에 중계석의 찬사가 쏟아졌다. 송태곤 해설자는 "항간에 컴투스타이젬은 신진서를 5지명으로 영입했다는 농담이 나오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8개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네 팀을 가리는 정규시즌은 다가오는 목요일부터 6라운드에 들어간다. 대진은 정관장천녹-킥스(31일), 셀트리온-컴투스타이젬(1월 1일), 포스코케미칼-한국물가정보(2일), 바둑메카의정부-수려한합천(3일).

2020~2021 KB리그의 팀상금은 우승 2억원, 준우승 1억원, 3위 6000만원, 4위 3000만원. 상금과는 별도로 정규시즌 매판 승패에 따라 장고판은 360만원과 70만원, 속기판은 320만원과 60만원의 대국료를 차등지급한다.

▲ 장고 A: 각 2시간, 장고B: 각 1시간, 속기: 10분, 40초 초읽기 5회




▲ 변화무쌍함을 즐기는 11살 차이 두 기사의 대결에서 박진솔 9단(왼쪽)이 한승주 6단에게 한판승을 거두며 리그 3연패에서 탈출.


▲ 경기 전 이영구 9단은 1승3패, 송지훈 6단(오른쪽)은 4패. 피차 1승이 절실한 대결에서 송지훈 6단이 승리하며 시즌 첫승의 기쁨을 누렸다. "그동안 진 것도 진 것이지만 내용이 안 좋아서 힘들었는데 이겨서 기쁘다"는 송지훈 6단.


▲ 4라운드까지 전패에 신음하던 나현 9단(오른쪽)이 강유택 9단을 상대로 염원하던 첫승을 신고했다.


▲ 5라운드까지 1.2지명의 합이 2승에 불과한 상황에서 "심재익이 없었으면 어땠을까"라는 소리가 나오는 컴투스타이젬.


▲ 부진했던 허리층이 살아나며 상위권 추격에 방아쇠를 당긴 수려한합천.


▲ "정환이형이랑 4년 연속 같은 팀에 있는데 이번에는 남은 경기를 잘 해서 특급주장인 정환이형을 빛나게 해주고 싶다"는 송지훈 6단(오른쪽). 이에 대해 박정환 9단이 "방금 칭찬을 듣고 특급주장이 맞나 돌아보게 됐다"는 말을 해 폭소가 터졌다.


▲ 최정 9단이 귀엽다고(?). 승부할 때의 이런 눈매를 보면 그런 생각이 싹 가신다. 괜히 모든 여자기사들이 그 앞에서 주늑드는 게 아니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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