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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와, 'AI 독사'는 처음이지(?)"

등록일 2020.12.14

2020-2021 KB국민은행 바둑리그 3라운드 4경기
포스코케미칼, 킥스에 4-1 승


마냥 이어질 것만 같았던 3-2 스코어 행렬이 드디어 멈췄다. 개막전부터 무려 11경기 연속이었다. 끝을 몰랐다. 연일 신기록이 씌여졌다. 올 시즌 치열함의 끝을 상징하는 듯 했던 그 숫자가 12경기째가 되서야 더는 이어갈 수 없다는 듯 4-1의 결과를 그려냈다. 극적 전환을 이뤄낸 주인공은 포스코케미칼. 희생양이 된 팀은 킥스였다.

서설이 내린 13일 밤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20-2021 KB국민은행 바둑리그 3라운드 4경기에서 포스코케미칼이 킥스를 4-1로 꺾고 시즌 첫승의 기쁨을 누렸다. 반면 킥스는 개막 3연패. 거기에 예상 못한 대패의 아픔까지 겪으며 순위표상 맨 밑으로 밀려났다.

▲ 같은 2패팀끼리의 절박한 승부에서 시즌 첫 4-1의 스코어가 만들어졌다.


사전에 공표된 오더에선 킥스의 우세가 점쳐졌다. 팀의 핵심인 1~3지명을 1~3국에 역순으로 배치했고, 그 결과 세 판 모두 지명과 랭킹에서 앞서는 우위를 구축했다. 또 한번의 3-2 승부가 예상됐지만 승리의 저울추는 아무래도 살짝 킥스쪽으로 기운 듯 보였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판판이 예상과는 다른 진행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포스코케미칼 선수들이 저마다 분투하며 1~3국을 모두 제압했다. 3-0 스트레이트로 일찌감치 승부가 났다. 1분의 간격을 두고 끝난 장고B와 속기 3국에서 이창석 6단이 박영훈 9단을, 최철한 9단이 안성준 9단을 연달아 꺾었다. 모두 상대의 대마를 잡는 내용이었고 여기에 박건호 5단이 결정적인 3승째를 보탰다.

▲ 두 경기 연속 대마를 잡으며 '독사'의 위용을 뽐낸 최철한 9단. 매년 그래왔듯 이번에도 "어서 와, AI 독사는 처음이지(?)"라는 재미있는 출사표를 적어냈다. "초반 모르는 변화가 나와 당황했는데 상대도 끝까지 모르는 것 같았다. 거기서 타협이 되고 백진속에서 타개가 잘 되서는 좋다고 느꼈다."는 국후 소감.


팀 승부는 일찍 결정났지만 스코어는 또 한 번 3-2를 그려낼 뻔했다. 후반 속기전에서 킥스의 김정현 7단이 최광호 3단을 상대로 한판을 만회하며 3-1. 여기에 또 다른 관심판이었던 5국에서도 킥스의 막내 백현우 2단이 포스코케미칼 주장 변상일 9단을 연신 코너로 몰며 승리를 눈앞에 두는 상황이 펼쳐졌다. 망연자실해 있던 킥스 진영도 이 같은 흐름에 몸을 다시 일으켰다.

한데, 이 다 잡은 승리를 백현우 2단이 놓쳤다. 형세판단에서 큰 미스를 범하며 패배의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졌다. 나중에는 스스로도 놀랄 정도의 큰 격차. 이 결과 변상일 9단이 4승째를 수확하면서 시즌 첫 4-1의 스코어가 만들어졌다.

▲ 잠시 용궁을 다녀왔지만 자신의 첫승과 팀의 대승을 동시에 수확한 변상일 9단(오른쪽). 이동훈 9단, 박정환 9단에 이어 하루에 두 리그를 모두 승리하는 기록도 남겼다.


이로써 초반 주도권을 놓고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던 3라운드가 막을 내렸다. 팀 순위에선 디펜딩 챔피언 한국물가정보가 유일한 3승팀으로 단독 선두. 개인 다승에선 신진서.박정환,신민준.김지석 9단 등 상위랭커에 원성진 9단과 심재익 4단이 가세하며 총 6명이 3승의 선두그룹을 형성하게 됐다.

8개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네 팀을 가리는 정규시즌은 다가오는 목요일부터 3라운드에 들어간다. 대진은 포스코케미칼-컴투스타이젬(17일), 바둑메카의정부-킥스(18일), 정관장천녹-한국물가정보(19일), 셀트리온-수려한합천(20일).

▲ 장고 A: 각 2시간, 장고B: 각 1시간, 속기: 10분, 40초 초읽기 5회




▲ 이날의 다섯 판 중에서 가장 이변이었던 2국. 랭킹이나 지명, 상대전적(1승2패)에서 하나 나을 것이 없는 이창석 6단(왼쪽)이 거함 박영훈 9단을 꺾는 개가를 올렸다. 막판 대마 싸움 과정에서 박영훈 9단의 큰 착각이 있었다.


▲ 차분하고 안정적인 닮은 꼴 두 기사의 대결에서 박건호 5단(오른쪽)이 시종 우세를 견지하며 승리.


▲ 돌아온 김정현 7단(오른쪽)과 늦깎이 신참 최광호 3단의 첫 대결. 모든 것을 걸고 맞붙은 우상 승부처에서 김정현 7단의 수읽기가 보다 빠르고 정확했다.


▲ 올 시즌 3년 보유연한에 걸린 주전들을 모두 내보내고 새롭게 팀을 꾸린 킥스. 예상에 없던 초반 부진에 바둑리그 최장수 김영환 감독의 얼굴에 전에 없던 그늘이 드리웠다.


▲ 3경기 만의 첫승을 대승으로 장식한 포스코케미칼. 주전 5명의 컨디션이 서서히 올라오고 있어 이상훈 감독의 표정에 희망이 실리고 있다.


▲ "전에 장생을 했던 기억도 있어 오늘은 재미있게 둬보자는 기분으로 나왔는데 결과가 좋게 나왔다." (최철한 9단. 왼쪽)

"작년엔 팀에 죄라고 그렇지만 몹쓸짓을 많이 했는데(웃음) 이번엔 꼭 잘해서 감독님께 보답할 수 있도록 하겠다." (이창석 6단. 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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