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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하게 두니 무섭네요"

등록일 2021.02.07

2020-2021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1라운드 3경기

킥스, 바둑메카의정부에 4-1 승
최장수 김영환 감독 '최초 100승' 기념비


일찌감치 탈락이 확정된 킥스. 종반 초입의 고빗길에서 중차대한 승부를 맞은 바둑메카의정부. 한 쪽만 일방적으로 부담을 진 경기에서 최하위 킥스가 3위 바둑메카의정부를 완파했다.

6일 밤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20-2021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1라운드 3경기에서 킥스가 바둑메카의정부를 4-1로 꺾었다. 팀 승부의 굴레에서 벗어난 킥스는 편한 마음으로 나선 경기였고, 이기면 포스트시즌이 유력해지는 바둑메카의정부로선 절절한 심정으로 임한 경기였다.

▲ 팀당 서너 경기만을 남겨놓은 종반 라운드의 초입에서 '고춧가루 폭탄'이 터졌다. 킥스가 갈 길 바쁜 바둑메카의정부의 발목을 잡았다.


"편하게 두니 무섭네요."

중계석 유창혁 해설자의 이 한마디가 모든 것을 대변했다. 한 쪽은 무슨일이 있어도 이기고 싶은 승부였고 다른 한 쪽은 이기면 좋은 승부. 결국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지고 있던 쪽이 그 무게를 지탱하지 못하고 와르르 무너지는 결과로 나타났다.

주장 안성준 9단의 선취점으로 시작한 킥스는 상대 주장 김지석 9단에게만 한 판을 내줬을 뿐 남은 세 판을 모조리 쓸어 담았다. 내용 면에서도 대마를 잡고 끝낸 4국을 포함 유창혁 해설자가 "불리했던 판이 하나도 없었다"고 말할 정도로의 압승. 박영훈 9단의 패배도 실상은 끝난 거나 다름없는 판을 역전당한 것이었다.

▲ 2%도 안 되는 승률로 용궁 탈출에 성공한 김지석 9단. 영봉패를 막았다.


▲ 주무기인 계산에서 심각한 문제를 드러낸 박영훈 9단. 잡을 수 있는 돌들을 다 살려주고 자신이 틀렸다는 걸 안 순간부터는 회한의 한숨만 흘려보냈다.


한마음으로 '100승' 축포 쏜 킥스...이소용 진행자 "선수들이 큰 선물했다"

킥스의 승리는 포스트시즌과는 무관했지만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바둑리그 최장수 감독으로 한 해를 제외하고 10년째 킥스의 사령탑을 맡고 있는 김영환 감독(51)의 정규리그 '최초 100승'으로 기록됐다.

2007년 울산디아채 감독으로 시작해 열세 시즌 동안 다섯 팀을 거치며 거둔 성과다. 스포츠 세계에서도 특정인이 이렇듯 오랜 기간 지휘봉을 잡고 있는 경우는 흔치 않다. 종합적인 능력을 꾸준히 평가받아 왔다는 의미이고 그것이 영광의 100승으로 이어졌다.

▲ "사실 100승이 지난해에 된 줄 알았다. 팀 성적이 좋았을때 했으면 정말 기뻤을 것 같은데, 지금은 오히려 응원해주시는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부터 드려야 할 것 같다." (김영환 감독)

"아쉬운 점이 킥스가 이렇게 센데, 이제서야 몸이 풀린 것 같아요." (이소용 진행자)

"1승4패를 한 번 하고 나머지는 모두 2승3패인데, 돌아보면 아쉬운 판들이 너무 많았다." (김영환 감독)

"오늘 경기를 보면 선수들이 대체로 빨리 두고 편하게 대국을 하는 모습이다." (유창혁 해설자)

"지난 경기에서 희망의 끈이 사라지면서 편하게 임했던 것 같고, 경기 전 팀에서 설 선물로 좋은 것을 주면서 선수들의 사기가 더 올라온 것 같다." (김정현 7단)


킥스의 승리는 6라운드 이후 5경기 만이다. 오랜만에 2승째를 올리며 탈 꼴찌의 가능성을 내비친 점도 있지만 그보다는 남은 순위 싸움에서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가 중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원래가 센 팀인데 부담이 사라지니 감춰진 저력이 드러났다" "앞으로 킥스를 상대하는 팀들은 잔뜩 긴장해야 할 것"이란 멘트로 마무리한 유창혁 해설자. 이겼다면 7승으로 한결 수월했을 바둑메카의정부는 6승(5패)의 제자리에 머물며 중위권 힘든 싸움을 계속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 5연패에 신음하던 김정현 7단(왼쪽)이 '의정부의 아들' 이원영 8단의 대마를 잡고 팀 승리를 결정했다.


8개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포스트시즌에 오를 네 팀을 가리는 정규시즌은 7일 포스코케미칼(5승5패)과 컴투스타이젬(5승5패)이 11라운드 4경기에서 맞선다. 대진은 최광호-심재익(2:2), 이창석-최정(0:0), 박건호-한승주(1:0), 최철한-이영구(10:8), 변상일-나현(4:4, 괄호 안은 상대전적).

2020~2021 KB리그의 팀상금은 우승 2억원, 준우승 1억원, 3위 6000만원, 4위 3000만원. 상금과는 별도로 정규시즌 매판 승패에 따라 장고판은 360만원과 70만원, 속기판은 320만원과 60만원의 대국료를 지급한다.

▲ 장고A: 2시간. 장고B: 1시간(초읽기 1분 1회). 속기: 10분(40초 초읽기 5회)




▲ 전투와 완력으로 알아주는 두 기사의 대결에서 안성준 9단(오른쪽)이 일찌감치 설현준 6단에게 타격을 가하며 3전 3승.


▲ 4경기 연속 장고판을 지킨 한상훈 9단(왼쪽)이 한 경기를 쉬고 등판한 박상진 4단을 꺾고 1부리그 4연승.


▲ 퓨처스 선수로 2경기 연속 감독의 부름을 받은 백찬희 4단과 이번 시즌의 루키 백현우 2단(오른쪽). 첫 대면인 '백백 대결'에서 백현우 2단이 승리하며 신인왕 타이틀을 좀 더 끌어당겼다.


▲ 중대 승부처를 맞아 문민종 3단을 오더에서 제외하는 특단의 대책을 내놨지만 패하고 만 바둑메카의정부. 전반기의 싱싱했던 기세가 연기처럼 사라진 느낌이다.


▲ 이날 경기만 본다면 꼴찌팀이 아니라 1위팀이라는 소리를 들은 킥스. 다음 라운드에서 만나는 셀트리온에도 경계 사이렌이 울렸다.


▲ 경쟁자인 최광호 3단이 1승, 문민종 3단이 2승에 그친 상태에서 4승5패로 신인왕이 유력해진 2001년생 백현우 2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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