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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그 판을 이겼더라면..."

등록일 2021.02.22

2020-2021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3라운드 4경기
정관장천녹, 킥스에 3-2 승


8개팀 중에 절반인 네 팀이 포스트시즌행 티켓을 차지하는 페넌트레이스는 해볼 만한 승부인 것 같지만 막상 시작하면 마음처럼 흘러가지 않는다.

4개월의 장정을 돌이켜보면 그 때 그 판을 이겼더라면, 그 경기에서 한 판만 더 이겼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물밀듯이 밀려든다. 그 회한의 심정은 종착역에 다다를수록 더 초라하고 참담한 빛깔을 띤다.

▲ 이겼다면 탈 꼴찌의 희망이 생겼을 일전에서 킥스가 패하며 2013년 이후 7년 만에 최하위로 리그를 마감했다.


이번 시즌의 KB리그는 그 어느 때보다도 한 경기, 한 판의 소중함이 크게 다가왔다. 전기보다 한 팀이 줄면서 경기수가 적어진 데다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자원들이 대거 가세하면서 전력의 상향평준화가 뚜렷해진 때문이었다.

그 결과 개막전부터 3라운드 3경기까지 11경기 연속 3-2 승부라는 역대급 치열함을 보였고, 그런 흐름은 이후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리그 초반부터 중계석에서 '개인승수'를 이렇게나 많이 강조한 시즌도 유례를 찾기 어려웠을 정도.

▲ 부진의 끝이 보이지 않는 박영훈 9단(왼쪽)과 열병처럼 2년차 징크스를 앓고 있는 문유빈 4단. 동병상련의 두 기사의 대결에서 문유빈 4단이 승리하며 리그 6연패를 벗어났다. 둘 다 한 경기씩 결장한 시즌 전적은 박영훈 4승8패, 문유빈 3승9패.


21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13라운드의 마지막 경기를 벌인 정관장천녹과 킥스는 이런 초박빙의 장세에서 가장 피해를 본 팀. 이번 시즌에 나란히 일곱 번이나 되는 2-3 패배를 당하면서 일찌감치 포스트시즌행이 좌절된 두 팀이다. 1승과 한 판의 절실함이 이 두 팀 만큼 크게 와닿았을 팀이 또 있었을까.

팀 승부는 어쩔 수 없이 맥 빠지는 일전이 됐다. 탈 꼴찌 여부가 일말의 관심사이긴 해도 포스트시즌이 무산된 마당에 감흥이 일어날 리 없었다. 그렇더라도 KB리그는 판당 승패에 따라 수당 차이가 크고 전적은 랭킹 점수에 직결되기 때문에 선수들 개인으로선 허투루 할 수 없는 경기. 다섯 판에선 각자 나름의 열기와 승부욕이 분출했다.

▲ "박영훈 9단이 이랬던 적이 또 있었나요. 참, 입단 동기시죠(?)" (최유진 진행자)

"네, 저로서도 처음 보는 일이고 무엇보다 내용이 너무 흔들리는 게...무슨 심적인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송태곤 해설자)


정관장천녹이 킥스에 전반기 2-3 패배를 고스란히 돌려준 승부는 최종국 파이터들의 대결로 마지막을 장식했다. 팀 승부완 무관했지만 2시간 넘는 격전과 타협의 숨바꼭질 속에서 안성준 9단이 백홍석 9단을 물리치며 주장의 자존심을 지켰다. 이밖에 백현우 2단은 김세동 7단을 꺾고 예약된 신인왕을 더욱 다졌고, 박승화 8단은 이동훈 9단을 만나 전패 탈출을 또 미루는 등 군데 군데에서 희비가 갈렸다.

연속 꼴찌 '불명예' 면한 정관장, 킥스는 7년 만에 최하위

5승8패가 된 정관장천녹은 컴투스타이젬과 순위를 맞바꾸며 6위로 올라섰다. 후반기 들어선 2년 연속 꼴찌만은 면하자고 각오를 다져왔던 정관장천녹이다. 대신 그 멍에는 3승10패로 주저앉은 킥스가 지게 됐다. 리그 최장수팀이자 최근 3년 연속 포스트시즌을 밟았던 팀의 쓸쓸한 결말이다.

8개팀이 참가해 더블리그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네 팀을 가리는 2020-2021 KB국민은행 바둑리그는 다가오는 토요일(27일)에 통합라운드로 모든 일정을 마친다. 1위가 누가 될지, 남은 두 장의 티켓이 어디로 갈지가 결정나는 마지막 일전이다. 대진은 포스코케미칼-바둑메카의정부, 셀트리온-한국물가정보, 킥스-컴투스타이젬, 정관장천녹-수려한합천.

▲ 장고A: 2시간. 장고B: 1시간(초읽기 1분 1회). 속기: 10분(40초 초읽기 5회)




▲ 전반기의 리턴매치에서 이동훈 9단(오른쪽)이 다시 승리하며 상대전적 4승1패. 10전 전패를 이어간 박승화 8단은 3경기 연속 상대 1지명을 만나는 등 대진운도 비켜가는 모양새다.


▲ 전반기와 똑같이 1시간 장고판에서 마주 앉은 두 기사. 백현우 2단에게 줄곧 안 풀리는 내용으로 연패를 당한 김세동 7단(왼쪽)은 스스로에게 화가 났던지 대국장을 박차듯 나와버렸다.


▲ 시원한 행마와 스케일 큰 싸움을 즐기는 두 기사의 대결에서 김명훈 7단(왼쪽)이 김정현 7단의 대마를 잡고 한판승. 김명훈 7단은 2지명으로 9승4패, 김정현 7단은 4지명으로 6승7패의 시즌 성적.


▲ 당초 안성준.박영훈 원투 펀치로 좋은 성적이 기대됐던 킥스. 자신이 지휘봉을 잡는 동안 한번도 최하위를 용납하지 않았던 김영환 감독(왼쪽)의 표정에서 처연함이 묻어난다.


▲ 이창호 9단(오른쪽)이 검토실을 지킨 정관장천녹. 최종 라운드에서 포스트시즌을 걸고 싸우는 수려한합천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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