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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해상케이블카, 신생팀 순천만국가정원 꺾고 기분 좋은 출발

등록일 2021.05.22

21일 오후 6시 30분, 한국기원 내 바둑TV 스튜디오에서 2021 NH농협은행 한국여자바둑리그 1라운드 2경기가 진행됐다. 순천만국가정원과 삼척 해상케이블카의 대결.

신생팀 순천만국가정원을 이끌게 된 양건 신임 감독은 선수 선발식에서 드래프트 순번 1번을 뽑는 행운의 주인공이 되었다. FA 시장에 나온 선수 중 가장 랭킹이 높은 선수이자 순천에 위치한 한국바둑고등학교 졸업생인 오유진을 1지명으로 선발했다. 실력과 상징성을 모두 잡은 선발. 이후 폭발적인 공격력을 가진 하드펀처 박태희, 꾸준한 공부량으로 미래를 기대하게 만드는 장혜령·김상인을 차례로 선발해 진용을 완성했다. 창단 첫해 우승을 일궈낸 보령 머드의 전통을 이어받고 싶다는 양건 감독의 바람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

삼척 해상케이블카는 3년 만에 여자바둑리그로 돌아온 이다혜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여자바둑리그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보여주는 여자 랭킹 3위 김채영을 1지명으로, 1지명급 지명도를 가진 조혜연을 2지명으로 선발했다. 여기에 탄탄한 실력과 연륜을 겸비한 김은선·김수진을 차례로 뽑았다. 성장성보다는 내실에 집중한 선발이라 할 수 있겠다. 선수 4명의 프로기사 경력을 합치면 무려 72년. 실력과 경험으로 뭉친 관록의 팀이자 모두가 인정하는 강팀이다.

1라운드 2경기는 모두 같은 지명 맞대결로 정해졌다. 팬들이 가장 원하는 흥미진진한 대진. 그중에서도 가장 이목을 끄는 건 단연 1국 오유진(순천만국가정원 1지명)-김채영(삼척 해상케이블카 1지명)의 대결. 두 선수는 지난 시즌 개막전에서 맞붙은 전적이 있는데 이번 시즌에도 1라운드에서 만나게 되었다.

가장 먼저 끝난 대국은 조혜연(삼척 해상케이블카 2지명)과 박태희(순천만국가정원 2지명)가 겨룬 2국.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공격적인 기풍을 가진 박태희의 승부 호흡이 오늘은 조금 급했다. 흑을 잡은 박태희가 중앙 백을 끊어서(57수) 싸움을 걸어갔지만 백이 유연하게 대응하자 실익이 없었다. 유리해진 조혜연은 이후 완벽에 가까운 마무리를 선보이며 승리를 확정 지었고 선취점은 삼척 해상케이블카가 가져갔다.

장고대국으로 진행된 1국은 객관적인 지표로도 쉽게 예측하기 힘든 5:5 승부. 여자 랭킹은 오유진이 한발 앞서고 상대 전적은 김채영이 조금 앞선다. 초중반은 미세하게나마 김채영이 앞서는 형세. 하지만 중요한 순간에 김채영의 느슨한 수(145수)가 등장하면서 승부의 흐름은 다시 오유진에게로 넘어갔다. 바둑이 끝내기에 들어서자 오유진은 자신의 강점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차이를 늘려나갔다. 끝까지 최선을 다한 김채영이 결국 돌을 거두며 승부는 1-1 원점. 오유진은 지난 시즌 김채영에게 당했던 개막전 패배를 1년 만에 갚으며 명실상부 에이스임을 입증했다.

결국 승부는 마지막 3국, 3지명 맞대결에서 결정 났다. 초반은 흑을 쥔 김은선이 먼저 실리를 벌어놓고 타개하는 국면으로 짜였다. 조금 느슨했던 장혜령의 공격에 재빨리 안정을 취하며 집으로 앞서나간 김은선은 우변에 큰 확정가를 만들며 역전의 빌미를 없앴다. 차이를 좁히지 못한 장혜령이 패배를 인정하면서 삼척 해상케이블카의 2-1 승리가 확정됐다.

삼척 해상케이블카는 1지명이 패했음에도 팀 승리를 가져가는 저력을 보여주며 구멍 없는 강팀임을 입증했고 이다혜 감독은 3년 만의 복귀전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순천만국가정원의 양건 감독에겐 허리층 선수의 컨디션을 끌어올려야 하는 숙제가 남았다.

2021 NH농협은행 한국여자바둑리그의 정규리그는 8개 팀 더블리그로 진행되며 총 14라운드, 56경기, 168국이 치러진다. 정규리그 상위 4개 팀이 9월에 시작되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한다. 제한 시간은 장고바둑의 경우 각자 1시간에 40초 5회의 초읽기, 속기바둑은 각자 10분에 40초 5회의 초읽기가 주어진다. 정규리그의 모든 대국은 매주 목~일요일 6시 30분 바둑TV 채널을 통해 생중계된다.

한국기원이 주최·주관하고 NH농협은행이 후원하는 2021 NH농협은행 한국여자바둑리그의 팀 상금은 우승 5500만 원, 준우승 3500만 원, 3위 2500만 원, 4위 1500만 원으로 지난 시즌과 동일하다. 팀 상금과 별도로 정규리그에 지급하는 대국료는 매판 승자 130만 원, 패자 40만 원으로 지난 시즌보다 각각 30만 원, 10만 원이 인상됐다. 이번 시즌부터는 경기에 출전하지 않는 후보 선수에게 10만 원의 미출전 수당이 지급된다.

22일엔 서울 부광약품(권효진 감독)과 포항 포스코케미칼(이정원 감독)의 1라운드 3경기가 이어진다. 대진은 정유진-유주현(1:0), 허서현-권주리(0:2), 박지연-김미리(4:3, 괄호 안은 상대 전적).

▲ 1라운드 2경기 결과.


▲ 공격적이고 화끈한 기풍으로 항상 재밌는 바둑 내용을 보여주는 조혜연과 박태희.


▲ 완벽에 가까운 바둑 내용을 보여준 조혜연. 이 선수가 2지명이라니!


▲ '돌주먹' 박태희. 아직 어깨에 힘이 덜 풀린 것 같다. 어깨에 힘 풀고 특유의 강력한 펀치를 보여주길.


▲ 모두가 기다린 빅매치! 팽팽한 접전으로 빅재미를 주었다.


▲ ‘나만 믿고 따라와’라는 출사표를 내건 오유진. 어디든 따라갈 수 있을 것 같다.


▲ 한판 졌다고 해서 그녀의 위상이 달라지진 않는다. 언제나 믿음직스러운 주장 김채영.


▲ 승부의 분수령이 된 3지명 대결. 장혜령-김은선. 약간의 느슨함이 승부를 갈랐다.


▲ 팀 승리를 확정지은 삼척 해상케이블카의 3지명 김은선. 팀의 든든한 허리 역할을 맡고 있다.


▲ 여자바둑리그 소개영상이 나간 후 '슈크림'이라는 별명이 생긴 장혜령. 부드러운 성품에 어울리는 별명이다.


▲ 오유진-김채영 대결이 성사되어 만족스럽다는 두 감독. 바둑팬 여러분 재밌게 즐기셨나요?


▲ 1국 선수인 김채영과 오유진의 돌가리기.


▲ 순천만국가정원의 검토실. 한국바둑고 교사인 프로기사 김남훈, 김원빈이 순천팀을 응원하러 왔다.


▲ 삼척 해상케이블카의 검토실. 언니를 응원하러 온 김다영의 모습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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