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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알쏭달쏭 바둑룰 

등록일 2020.04.242,314


기획특집/알쏭달쏭 바둑룰


들어는 봤나? ‘연속넘김’룰
- 귀곡사, 1수 늘어진패 가일수 재조명


■글 _ 이영재 기자



마감을 끝내고 회사에 출근해 다음호 아이템을 구상하던 어느 날. 한국기원으로 걸려온 한 통의 전화는 돌고 돌아 월간 『바둑』 편집부로 연결됐다. 수화기 너머로는 다소 흥분한 듯 보이는 목소리가 뒤섞여 들려왔다.

“아니, 상대가 ‘귀곡사’라면서 내 돌을 다 잡았다고 박박 우기는데 이거 어떡해야 하는 거요? 팻감은 내가 훨씬 많은데… 어디 한 번 잡을 테면 잡아보라고 했더니 털도 안 뽑고 그냥 송두리째 들어내려 하니 환장할 노릇이요. 한국기원에 바둑 고수들이 많이 계시다 해서 전화 했으니까 얼른 받아서 한 마디 해주쇼!”

잊을 만 하면 걸려오는 전화문의. 이젠 익숙해져서 기계처럼 모범답안으로 응대하던 중에 문득, 왜 귀곡사에 대한 문의는 예나 지금이나 끊이지 않는지 궁금해졌다. 귀곡사를 ‘권리’에 의해 잡았다는 식으로 주장하던 시기는 이미 오래 전에 지났다. 한국바둑룰에만 있는 규정 ‘연속넘김(pass)’이라는 신박한 해법이 나왔기 때문이다. 귀곡사를 그냥 잡힌(한국룰) 것으로 처리하는 게 맞는지, 아니면 무조건 실전에서 해결(중국룰) 하는 게 맞는지는 차치하고(뒷부분에서 다루도록 한다), 로마 아니 한국에 왔으니 ‘한국법’부터 알아보자.  

제11조 
끝맺기
연속넘김(pass)
더 이상 둘 곳이 없다고 여기면 상대방에게 의사 표시를 해야 합니다. (예, “계속 두세요.” 등)
이때 상대방이 두면 경기는 계속되지만, 상대방 역시 두는 순번을 넘기면 돌의 사활을 해당 부분만 분리해서 다룹니다. 이후 더 둘 곳이 없으면 경기를 끝맺습니다. 
  
‘연속넘김’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 있는 독자는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규정집을 들춰보기 전까지는 매일 바둑 두는 사람도 접할 일 없는 단어니까. 하지만 의외로 이 개념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백문이 불여일견. 1도를 보자.



1도는 실전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귀곡사 형태. 언뜻 빅인 것처럼 보이지만 백은 A, B 두 곳 중 어떤 곳에도 둘 수 없는 반면 흑은 먼저 두면 패를 만들 수 있다. 이전까지는, 백은 둘 수 없고 흑에게만 둘 수 있는 권리가 있으니 흑이 팻감을 모두 없애고 잡으러 갈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해 귀곡사를 잡힌 것으로 한다고 규정했다. 모호할 뿐만 아니라 잡힌 쪽에서는 억울함을 주장하는 일이 왕왕 있었다. 

하지만 이제 ‘권리’ 운운하지 않아도 된다. 정확한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머리가 약간 아프긴 하지만, 한국바둑룰 11조 끝맺기를 귀곡사에 한 번 대입해보자.

우선, 귀곡사를 둘러싼 형태가 완생이라는 점은 전제되어야 한다. 만약 미생이라면 위와 같은 논의를 하기 전에 먼저 수상전이 벌어질 테니, 그때는 패싸움으로 해결하면 된다. 귀곡사 바깥 돌이 살아있는 경우엔 이곳만 빼고 바둑은 종국이 될 테고, 마지막 공배까지 모두 메운 후엔 ‘패스’를 하게 된다.

여기서 잠깐! 이제부터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기 전에 꼭 짚고 넘어가야 할 핵심 포인트가 있다. 사실 우리가 그동안 마지막 공배를 메운 후에 “패스!”, “나도 패스!” 하는 식의 낯간지러운 대화를 나누고 계가를 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예컨대 한 쪽이 계시기를 끄면 다른 쪽은 사석을 들어 집을 메우는 식으로 또는 “다 뒀지?” 하고 계가에 대한 동의를 구하는 식으로 종국 절차를 수행해왔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규정대로 패스와 관련된 바둑룰을 정확하게 지켜야만, 쌍방 패스를 해서 ‘연속넘김(pass)’ 상태로 넘어가야만 논리가 이어진다. 

1도의 상황에서 흑이 마지막 공배를 메웠다고 가정하면, 백은 패스를 하게 된다. 그럼 흑도 당연히 패스. 흑백이 서로 패스를 했으므로 연속넘김 상태에 돌입했다. 이때는 ‘돌의 사활을 해당 부분만 분리해서’ 다룬다. 여기서 핵심은 분리한다는 단어다. 돌이 사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영역에서만 착수가 가능하다는 점이 한국바둑룰 11조의 포인트.

다시 돌아가서, 연속넘김 상태에서 흑은 2~3도로 패를 걸어간다. 이때, 백이 다른 곳에 팻감공장이 있더라도 설혹 ‘양패’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그곳에는 둘 수 없다. 왜냐하면 지금은 일반적인 대국 상황이 아니라, 사활을 해당 부분만 분리해서 다루고 있는 연속넘김 상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흑이 3도 5로 때려낸 이후엔 흑백 간에 둘 자리가 A의 곳밖에 없다. 물론 이곳은 흑이 두면 백을 모두 잡는 수가 되지만 백은 둘 수가 없다. 정리하면, 한국바둑룰에서 귀곡사가 ‘잡힌 돌’인 이유는 귀곡사를 둘러싸고 있는 돌이 완생일 경우 필연적으로 연속넘김 국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그 이후엔 아무리 팻감이 많다고 해도 한국바둑룰 11조에 의해 팻감을 쓸 수 없기 때문이다. 

프로기사들조차 알고 있는 사람이 별로 없는 한국바둑룰 제11조 끝맺기 연속넘김. 생소한 이 규정이 언뜻 굉장히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해서, 이번에는 귀곡사에 관한 한 한국보다 훨씬 합리적이라고 알려진 중국룰과 비교 분석해봤다. 

중국룰은 계가 방식이 다소 복잡해서 그렇지 웬만한 형태는 실전에서 모두 해결할 수 있는 꽤 깔끔한 바둑룰을 갖고 있다. 바둑판에 놓인 돌과 집을 합산해서 계산하므로 본인 집을 메워도 손해가 아니다. 왜 손해가 아니냐면, 그 자리를 집으로 계산하나 돌로 계산하나 어차피 같은 1子(중국은 집 대신 子라는 개념을 사용한다)의 가치를 갖기 때문.

즉, 중국룰에선 공배를 차례로 다 메운 후에는 자신의 집을 메우더라도 전혀 손해가 아니므로 1도와 같이 귀곡사 형태가 등장했을 때 번거롭게 규칙을 만들 필요도 없이 팻감을 모두 없앤 후에(자기 집을 메운 후에) 2~3도로 잡으러 가면 된다. 오, 이런 합리적인 방법이! 그러나 예외적인 경우는 늘 존재하는 법. 4도를 보자.
 
일반적인 경우, 흑은 우상귀를 제외한 모든 곳의 팻감을 없앤 후에 A로 패를 걸어서 귀곡사를 ‘실전 해결 원칙’으로 잡으면 간단하다. 하지만 4도와 같이 빅이 있는 경우가 중국룰의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다. 

빅은, 당연하게도 해소할 방법이 없다. 흑이 반상에 모든 팻감을 없앴다고 하더라도, A로 패를 걸었을 경우 백에게는 B라는 비장의 팻감이 언제든지 준비돼 있다. 

바둑은 심판이 사실상 필요치 않을 정도로 쉽고 명료한 게 장점인 게임이다. 하지만 그런 바둑에도 위와 같은 허점은 존재한다. 개정된 한국바둑룰이 중국룰에 비해 더 합리적인지, 판단은 독자들의 몫이다.

이번엔 알쏭달쏭한 바둑룰과 관련된 프로기사 대국의 실전 사례를 살펴본다. 작년 여자바둑리그에서 등장했던 따끈따끈한 한 판 승부로, 아마 바둑TV를 통해 시청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돋아나는 독자 분들도 있으실 것 같다. 

장면
요즘엔 고교동문전, 대학동문전에 심지어 직장인바둑대회까지. 아마추어들도 ‘팀전’에 익숙해지고 있다. 하다못해 동네기원에서 ‘편바둑’만 한 번 둬봐도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바둑리그의 승부는 개인전보다 몇 곱절이나 중압감이 크다. 

피차 한 치의 양보도 할 수 없는 2019 한국여자바둑리그 초반 라운드에서 서울EDGC의 맏언니 이민진 八단과 여수거북선의 든든한 허리 이영주 三단이 격돌한 일국. 이 바둑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말을 아예 바둑격언으로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마지막까지 엎치락뒤치락의 연속이었던 한 판인데, 이민진 八단이 흑1로 마지막 공배를 메운 수가 무려 363번째 착수다. 문제는 이때 발생했다.

국면은 현재 흑이 반면으로 6집을 남기고 있는 상황. 즉 이대로 종국이 되면 백의 반집승이다. 하지만 좌상귀를 보면, 흑이 A로 따내는 1수 늘어진패의 뒷맛이 남아있다. 그렇다고 백이 B로 가일수 할 수는 없다. 이곳에 한 수를 투자하는 순간 반집을 지기 때문. 이영주 三단은 착수포기, 즉 ‘패스’를 했고 이민진 八단은 심판 김형환 八단을 소환했다.  
김형환 심판은 한국바둑룰 제11조를 정확하게 숙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국 도중 룰에 대해 선수에게 고지할 수 없으므로, 대국 속행을 지시했다. 

흑의 입장에서 안타깝게도 반상에 팻감이 단 1개도 없다. 패를 이길 방법이 아예 없기 때문에 A로 따내보지도 않고 그냥 계가를 했고, 그대로 반집 패배가 확정이 됐다. 이민진 八단의 의문은, “이 바둑은 흑의 팻감이 없어 그냥 종국이 됐는데, 만약 흑에게 팻감이 있을 경우 그리고 가일수 하면 백이 반집 지는 지금과 같은 상황일 경우에 가일수와 관련된 바둑룰이 없다”는 것이었다. 승부의 결과에는 승복하지만, 향후 이런 상황이 다시 등장했을 때를 대비해서 바둑룰을 정비해놓자는 일종의 제언이었던 것. 

이 의문에 독자 여러분은 이제 답을 할 수 있다. 우리는 한국바둑룰 제11조 연속넘김 규정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5도를 보자. 장면 이후 백은 착수포기, 즉 패스를 했고 그러자 흑이 1로 따낸 모습이다. 백은 둘 곳이 없으므로, 다시 한 번 패스를 한다. 그럼 흑은 6도 3·5로 패를 걸어갈 수밖에 없다. 연속넘김이 등장하지 않았으므로 대국 상황은 계속 이어진다. 백이 7도 6으로 패를 다시 따냈을 때, 흑은 더 이상 둘 수도 안 둘 수도 없는 상황에 직면한다. 팻감이 하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이제 와서 패스를 하는 것은 백이 A로 가일수해도 손해가 없다. 흑이 5도 1로 패를 때려냈을 때 이미 백이 한 번 패스를 했던 것과 상쇄돼 집으로 이득 본 게 아니기 때문. 
즉 이 형태는 1수 늘어진패의 비극이랄까, 굳이 어려운 바둑룰까지 들먹이지 않고도 실전 해결이 가능했는데 문제는 다음과 같은 경우일 때다. 

8도를 보자(설명의 편의를 위해 흑b, 백B 추가). 
이번엔 우상귀에 흑돌이 양패로 잡힌 상황. 흑이 A의 곳을 따내면 백은 B, 흑이 다시 a의 곳을 따내면 백도 역시 A로 따내야만 한다. 이곳은 한 수 가일수(1집 손해)를 하지 않는 한 팻감이 무한대로 나오게 되어 있다. 

만약 흑이 9도 1로 때렸을 때 백이 팻감을 쓰거나 우상귀 양패를 해소하지 않고 이번에도 패스를 하면, 그땐 3·5로 패를 걸어갔을 때 얘기가 달라진다. 10도까지 패싸움 과정이 이어진 후 더 이상 좌상귀를 방치할 수 없는 백은 11도 8로 패를 해소할 수밖에 없는데, 우상귀가 단패로 바뀌면서 크게 수가 난다. 흑11의 마지막 팻감에 백이 A로 받으면 흑a로 때려서 귀의 흑돌이 생환한다. 그러나 종국 상황을 개정된 한국바둑룰에 입각해서 조금 더 디테일하게 살펴보면 이야기는 또 달라진다. 
12도 흑1로 공배를 메우자 백2로 마지막 공배를 메운 상황. 이 경우엔 흑이 먼저 패스를 해야만 한다. 지금 흑A로 따내면 백도 B로 받아서 서로 한 수씩 둔 셈이므로 흑의 입장에서 이득이 없다. 백도 당연히 패스를 하게 되고, 드디어 연속넘김이 등장했다. 이제 사활은 해당 부분만 분리해서 다루게 된다.

이제 독자 여러분도 잘 알고 있다시피 연속넘김 상태에선 13도 흑5로 뒀을 때 흑돌과 백돌의 사활이 얽혀 있는 이곳을 제외하곤 다른 곳에 착수할 수 없게 된다. 백은 자연히 다시 한 번 패스를 한다. 흑도 7·9로 패를 걸어가는 건 당연한데, 이제 다시 둘 곳이 생긴 백이 10으로 패를 따냈을 때가 중요하다. 

흑은 ‘해당 부분만 분리해서’ 다룬다는 바둑룰에 의해 사활이 걸려 있는 좌상귀를 제외한 다른 곳을 둘 수가 없다. 즉 무한대의 팻감이 있는 우상귀 양패를 따낼 수가 없는 것이다! 
흑은 울며겨자먹기로 11로 패스를 할 수밖에 없고 백은 유유히 12로 패를 해소한다. 우상귀에 팻감 공장이 있음에도 정작 패를 써보지도 못하고 상대가 돌을 들어내는 장면을 망연자실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리하면, 1수 늘어진패는 가일수 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에겐 ‘연속넘김’이 있으니까.


장면
이번엔 번외편으로, 실전에 등장하면 프로기사들도 헷갈려 하는 형태를 하나 소개한다. 장면은 해프닝으로 기록됐던 작년 국수산맥 국내프로토너먼트 8강전 박영훈 九단과 이창석 五단의 대결 종국 장면.  

이창석 五단이 흑1로 착수 후 계시기를 눌렀는데 너무 살살 터치한 탓에 제대로 인식이 되지 않았고, 박영훈 九단이 초읽기에 몰려 2를 두었을 때 실은 이창석 五단의 시간이 흘러가는 중이었다. 박영훈 九단은 착수 후에 계시기를 눌렀음에도 초를 세는 목소리가 멈추지 않자 버튼을 다급히 여러 차례 눌렀고, 이상함을 느낀 이창석 五단도 계시기를 확인했는데, 이미 너무 늦은 후였다. 계시기에선 “흑, 시간초과 시간패입니다”라는 멘트를 송출했고, 승부도 그것으로 끝. 

장면의 중앙 백 진영을 보자. 거대한 백대마가 흑a 두 점을 잡고 살아있는 모습인데, ×의 곳을 몇 집으로 세야 하는지 애매하다. 이곳을 4집이라고 본다면 바둑은 백의 반집승. A의 곳에 먹여쳐 패를 흑이 굴복시킬 수 있다면 중앙 집을 모두 내줘도 흑이 반집을 이길 수 있어 여러모로 복잡한 국면이다. 그러나 이 중앙 형태는 백이 가일수를 하지 않으면 ‘빅’이 되는 신기한 형태다. 14도를 보자.

장면에서 수순이 진행돼 공배가 모두 메워진 형태가 14도. 이 형태는 앞서 살펴본 대로 ‘연속넘김’ 이후엔 백이 중앙에 고립된 흑 두 점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기 위해선 먼저 둬서 잡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백1에는 흑2로 오히려 백대마가 절명. A로 둬도 B로 끊긴다. 
그렇다면 흑은 어떨까. 15도를 보면 백이 둘 곳이 없을 뿐만 아니라 흑도 중앙에선 어느 곳도 착수할 수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흑1에는 백2, 2의 곳을 끊으면 1로 이어서 먼저 움직인 쪽이 잡힌다. 
사실 이 형태는 변의 유명한 사활문제가 중앙으로 자리를 옮겨 등장한 모습이었다. 16도 백1·3이 백돌을 살리는 유일한 수법이며 흑4로 찝었을 때 5로 손 빼는 것이 이 문제의 핵심이다. ‘사활’ 문제였으므로 빅으로 백이 살게 된다. 

따라서 장면에서 백이 빅을 피하기 위해선 가일수가 두 번 필요했다. 즉, 국면은 흑을 쥔 이창석 五단이 A의 곳 패를 하지 않아도 1집반 승리를 거두는 형세였다. 

그럼, 마지막으로 응용 문제 하나. 17도의 형태는 종국 시점에서 어떻게 처리될까? 흑은 15도와 같은 원리로 둘 곳이 없고, 백은 18도처럼 진행시켜 흑a와 백A를 교환하는 게 집으로 4집 이득이다. 만약 이 수순을 진행시키지 않는다면, 계가에 동의한 걸로 간주돼 17도는 ‘빅’으로 처리된다는 점에 유의.

한편 대국이 모두 끝난 후에 두 기사에게 이 형태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고 있었는지 물어봤다. 먼저 박영훈 九단.

“가일수를 하면 두 번이나 집을 메워야 하는데 그럼 무조건 지는 바둑이므로 안 두고 버티려고 했다. 빅이 되는 것 같다고 생각은 했지만 백돌이 더 많고 흑을 먼저 잡고 있는 형태였기 때문에 ‘권리’와 관련해서 백이 잡은 것으로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약간 기대도 있었다(웃음).”

이번엔 아쉬운 패배를 당한 이창석 五단.

“중앙의 형태는 백이 보강하지 않으면 빅이라는 사실을 확신하고 있었다. 백이 가일수를 해야 하므로 바둑도 이겼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너무 중요하고 큰 승부였고 강자에게 승리를 앞두고 있어서 긴장된 상태였다. 장면 흑1로 둔 건 그냥 공배를 메운 것이었다(웃음). A의 패를 들어갈 생각은 없었고 계가를 해서 이길 생각이었는데 시계를 제대로 누르지 않은 불찰로…”

프로기사들도 헷갈리는 알쏭달쏭한 바둑룰. 실전에서, 그것도 초읽기 상황에서 등장하면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국바둑룰은 나름대로 미비했던 규정들을 보완하며 점진적으로 발전해나가고 있다. 이 글이 독자 여러분의 의문을 해소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길 기대하며, 혹시 바둑룰에 관한 더 좋은 의견이 있으신 분은 독자투고 코너를 활용해 좋은 제언 해주시기 바란다. 

※ 참고도는 2020년 4월호 월간바둑 40쪽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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