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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두는 남자, 그림 그리는 여자 

등록일 2022.11.023,156

▲‘한국동화’라는 주제로 7월 27일부터 8월 1일까지 조이 콩스탕 작가(왼쪽)의 전시회가 인사동에서 열렸다.
▲‘한국동화’라는 주제로 7월 27일부터 8월 1일까지 조이 콩스탕 작가(왼쪽)의 전시회가 인사동에서 열렸다.

바둑두는 한국인 청년 오치민(35)과 그림 그리는 프랑스 숙녀 조이(33)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한 바둑대회에서 만났다. 

남자는 그림 그리는 여자가 유난히 눈에 띄었고, 여자는 사람들 속에서 바둑두는 남자가 빛나 보였다. 제3국에서바둑이라는 매개체로 급속도로 가까워진 두 사람은 세계 각국을 오가며 사랑을 키웠고 4년 반 동안의 교제 끝에 2019년 10월 경기도 수원에서, 2020년 2월 프랑스 파미에(Pamiers)에서 웨딩마치를 울렸다.

- 두 분 소개 부탁드립니다.
오치민 : 어릴 때 한국기원 연구생 생활을 6∼7년 했고 프로가 못 된 미생 중 한 명이죠. 20살 이후에는 해외 바둑 보급을 하고자 독일에서 활동하다 호주와 영국에서 유학 생활을 했습니다. 보급활동 중 만난 조이와 결혼하고 한국에서 대학원을 다니게 돼 돌아와 살고 있어요.

조이 : 전 프랑스에서 온 조이 콩스탕(ZoeConstans)이라고 해요. 저는 예술대학교를 졸업해 그림을 그려요. 취미로 바둑을 뒀는데 그러다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바둑대회에서 치민 오빠를만났어요. 결혼한 지 3년 정도 됐고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면서 살고 있습니다.

- 여러 진로 중 해외 바둑 보급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오치민 : 그 얘기는 저한테 의미가 커요. 프로기사를 꿈꾸다 실패하면서 좌절하고 진로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때 감사하게도 한상대 교수님을 만나 바둑 영어를 배우게 됐죠. 그리고 당시 황인성 선배가 베를린에서 바둑을 가르치고 있었는데 너무 멋있어 보여서 가게 됐죠.

- 두 분이 어떻게 만나게 된 건지도 궁금해요.
조이 : 제가 기억하는 건 오빠가 사람들 속에서 바둑을 두는데 아우라 같은 게 보였어요. 처음에는 제가 바둑도 잘 모르고 그래서 다가가기 어려웠는데 대회가 끝나고 저녁도 같이 먹고 마지막날 관광도 같이 하면서 자연스럽게 가까워졌어요.

오치민 : 제 기력이 한국에서는 평범한데 유럽에서는 거의 톱5 안에 들어요. 그런 사람이 귀하다 보니 대접도 많이 받고요. 그래서 저도 모르는 사이 아우라 아닌 아우라가 생겼나 봐요. 누가 먼저인지는 모르겠어요. 헤어질 때 아쉬웠고 아쉽다 보니 화상 채팅으로 이어졌고 또 같이 여행을 하게 됐죠. 제가 영국에서 교환 학생이 끝나기 전에 일주일 동안 여행을 했는데 굉장히 소중하고 즐거웠던 기억이 나요.

- 조이 씨는 바둑을 어떻게 접하게 됐어요?
조이 : 고스트 바둑왕을 보고 흥미를 느껴 독학으로 시작했어요. 미술은 과학적인 논리 사고보다 감각적인 것이 우선인데 바둑은 반대라서 흥미로웠어요. 그러다 대학교 방학 때 바둑 동아리에 들어갔는데 다른 사람과 바둑돌을 만지면서 실제로 두니까 너무 좋았어요. 기력은 12급 정도인데 친구랑 대회를 다니면서 함께 어울리는 분위기가 좋아서 바둑을 더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 바둑과 관련된 그림도 그린다고 들었어요.
조이 : 네. 얼마 전에는 국무총리배에 작가로 초청받아 다녀왔어요. 참가자 4∼50명을 4일간 그렸는데 반응이 괜찮았어요. 기념품으로 액자로 만들어 나눠줬는데 책상이나 보기 좋은 곳에 두고 대회를 기억하면 좋을 것 같아요. 이전에는 유럽바둑콩글레스에도 가서 그림을 그려주곤 했어요.

- 해외보급을 하면서 유학도 다녀왔는데 대학원까지 가게 된 이유나 특별한 목표가 있을까요?
오치민 : 제가 아무래도 가방끈이 좀 짧았거든요. 연구생들이 다 그렇듯이 학교를 일찍 그만둬요. 중학교 2학년 때 학교를 자퇴했는데 지식의 황금기에 못 배운 게 너무 아쉬웠어요. 그러다 보니 욕심을 내서 호주 멜버른 대학에서 공부를 하게 됐고, 더 욕심을 내 대학원을 가게 됐어요.

- 대학원에서 국제정치학, 국제지역학 등을 전공했어요. 보급활동을 하다 보니 아무래도 관심이 그쪽으로 쏠렸던 걸까요?
오치민 : 평소 정치학이나 국제정치 쪽에 관심이 있었어요. 바둑학과를 다니면서도 교양 과목을 그런 쪽으로 많이 들었고요. 늘 관심이 있긴 했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 국제가 많이 들어가 있네요. 그러다가 국제결혼까지(웃음).

- 두분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오치민 : 지금도 온라인으로 미국·유럽인에게 바둑을 가르치고 있지만 다른 일에도 관심이 많아요. 그래서 조금씩 조금씩 바깥으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일반 회사에 취업할 계획이고, 박사 과정도 생각하고 있는데 일을 하면서 진로를 탐색할 예정입니다. 바둑계에도 꾸준히 있을 거고요. 외국에서 보급활동을 하고 싶은 후배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제가 외국에서 받은 게 많아서 베풀고 싶습니다.

조이 : 저는 앞으로 대학원을 다니면서 한국 스타일을 더 배워보고 싶어요. 제가 프랑스 사람이라 한국적으로만 그리는 건 어렵지만 대신 프랑스 문화를 더해 저만의 느낌을 그림으로 보여주고 싶어요. 그래서 전시회도 열고 했었어요. 앞으로는 유럽바둑콩글레스나 다른 대회에서 가끔씩 바둑 그림도 그리고 대학원을 다니면서 지낼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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