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원

바둑뉴스

월간바둑

피플&바둑1 | 세무사로 변신한 김동희 四단 

등록일 2023.01.302,068

세무사로 새 출발한 김동희 四단
세무사로 새 출발한 김동희 四단

현재 한국기원 소속 프로기사는 408명(11월25일 기준)이다. 1년에 수억 원의 소득을 올리는 프로기사들도 있지만 반대로 상금 수입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프로기사들도 많은 게 사실이다.

그래서일까. 기사(棋士) 생활을 잠시 접고 제2의 직업을 찾는 프로기사들도 점점 많아지는 추세다. 공무원, 회사원, 자영업 등 직군도 다양하다. 얼마 전, 또 다른 프로기사 한 명이 새로운 직업을 갖게 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바로 2003년 입단한김동희(37) 四단. 세무사 시험에 합격해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일반 직장인이 아닌 프로기사에겐 세무회계가 굉장히 중요한 만큼 동료 기사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김동희 四단을 만나봤다.

-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지금은 용인에서 세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영업도 다녀야하고, 사무실도 나가면서 바쁘게살고 있습니다. 아직 직원 없이 혼자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어 정신이 없네요.

- 세무사를 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입단하고 몇 년이 지나도 생각했던 것 보다 성적을 내지 못했어요. 주변에 송아지 삼총사 등 또래 친구들이 워낙 잘 하기도 했고요. 현실적인 부분을 생각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그래서 군 제대후 이것저것 많은 일을 해봤어요. 아르바이트도 해보고 일반 회사에서 영업도 해봤는데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제가 잘할 수 있는 게 뭘까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부모님께 조언을 구하기도 했고요. 어쨌든 어릴 때부터 바둑을 했기 때문에 비슷하게 머리를 쓰는 일을 찾았고, 바둑처럼 수리적인 두뇌를 사용하는 세무사가 적합하다고 판단했습니다.

- 세무사 공부는 언제부터 얼마나 하셨나요? 또 합격은 언제 하셨나요?
이런 저런 일을 하다가 서른 살이 넘어서 시작해서 6년 정도 공부했어요. 생각해보니 정말 오래도 했네요(웃음). 2년 전에 합격했지만 연수를 받고 하느라 개업한지는 1년 됐어요.

- 어릴 때부터 바둑을 했고, 인생의 반을 바둑만하면서 시간을 보내셨을 텐데 새로운 환경에서 생소한 일을 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에 처음 바둑을 시작해 18살에 입단했으니…, 그때도 오래 준비했네요. 세무사라는 직업이 생각보다 사람을 많이 만나야 돼서 그런 부분만 빼면 저와 잘 맞는다고 생각해요. 바둑도 세무도 수리적인 부분이 비슷하니까 괴리감은 느끼지 않았어요. 영업하느라 술 마시고 다니는 게 조금 힘들 뿐이에요.

- 그럼 승부사의 길은 내려놓으신 건가요. 기사대의원으로 활동하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승부는 내려놨지만 가끔씩 바둑TV를 보면 재밌더라고요. 인공지능이 나와서 재미없어졌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저는 그래도 재밌게 보고 있어요. 기사회에서는 감사로 일하고 있어요. 기사회 자금 규모가 엄청나게 큰 것도 아니고 가끔 보고서 작성하는 정도여서, 많은 시간을 뺏기진 않아 아직까진 할 만해요. 기사회 살림을 맡고 계신 실장님께서 정리를 너무 잘해주셔서 제가 할일이 많지는 않아요. 이렇게라도 기사회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다행이죠.

- 프로기사와 세무사 어떤 게 본인에게 더 잘 맞는다고 생각하는지요?
어려운 질문인데 지금은 기사로서 활동은 거의하지 않고 있어서…. 지금 하고 있는 세무사가 더 잘 맞는다고 봐야겠죠^^.

- 바둑을 하셨던 게 세무사 공부에 도움이 됐을까요?
사실 전혀 안 됐어요(웃음). 둘 다 어려운 시험이었고 수리적인 부분은 이미 바둑기사라면 전부 뛰어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공부 방향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됐다고 보긴 어려울 것 같아요. 세무와 바둑의 공통점을 찾아보려면 찾을 수도 있겠지만 제가 그런 생각을 평소에 안 해봐서 지금은 떠오르질 않네요.

- 프리랜서인 프로기사에게 세무회계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개인적으로 세무사와 계약을 하는 경우도 많은 걸로 아는데 도움을 요청한 동료 기사는 없는지요?
가끔 자문을 구하는 기사들은 있긴 하지만 잘 아는 사이라 더욱 예민하긴 해요. 수입도 수입이고 카드사용 내역 등 민감한 부분을 제가 다 봐야하기 때문에 그런 건 서로 의뢰하지도, 받지도 않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 지금도 냉혹한 승부세계에서 고민을 하는 후배기사들도 있다고 하던데 그런 후배들에게 한 말씀해주시죠.
다들 재능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할텐데 그런 사람이 모여서 경쟁을 해야 하니 쉽지 않은 부분은 있을 거예요. 저는 입단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본인의 능력을 증명해 보였다고 생각해요. 자신감을 갖고 다른 일을 해도 충분히 잘할 수 있다고 봅니다. 톱랭커에 들지 못했다고 해서 좌절하지 않길 바랄뿐입니다.

<글/장은애 기자·사진/이주배 기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