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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 한우진, 중국 왕싱하오 꺾고 글로비스배 우승! 

등록일 2023.08.021,080

▲글로비스배 첫 우승컵을 들어올린 한우진.
▲글로비스배 첫 우승컵을 들어올린 한우진.

U-20(20세 미만) 최강을 가리는 글로비스배 열번째 대회가 6월 3∼4일 온라인으로 열렸다. 

글로비스배는 신예기사들이 세계 정상으로 가기 위해 한 번은 거쳐야 할 관문 같은 대회이기도 하다. 지난 아홉 번의 대회 역대 우승자들 면면히 살펴보면 세계적인 기사들이 즐비하다. 

초대 우승은 일본 기성(棋聖) 타이틀 보유자 이치리키 료 九단이 차지했고, 한국을 대표하는 ‘양신’ 신진서 九단과 신민준 九단은 각각 4·6회 대회에서 우승한 바 있다.

두터운 허리층을 자랑하는 중국에서는 황윈쑹(黃云嵩) 八단(2회)과 리친청(李欽誠) 九단(3회), 쉬자양(許嘉陽) 九단(5회)이 정상을 밟았다. 특히 8·9회 대회 우승으로 2연패를 기록 중인 왕싱하오(王星昊) 八단은 메이저 세계대회로 무대를 옮겨 중국의 차세대 주자로 활약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번 대회에는 2003년 이후 출생 신예기사 16명이 출전해 이틀간의 열전을 펼쳤다.

한국 대표로는 한우진 七단(국내 선발전)과 문민종 六단(랭킹시드), 이연 五단(국가대표 상비군)이 출전해 중국의 연패(連覇) 저지에 나섰다.

주최국 일본에서는 사카이 유키(酒井佑規) 四단, 미우라 다로(三浦太郞) 三단, 다나카 유키(田中佑樹)·창푸캉(曾富康) 二단, 오모테 유토(表悠斗)·고니시 요시아키라(小西쐧章) 初단 등 6명이 참가했고, 중국은 디펜딩 챔피언 왕싱하오 八단을 비롯해 투샤오위(屠曉宇) 八단, 쉬이디(許一笛)三단 등 3명이 출전했다.

대만 대표로는 쉬징언(徐靖恩) 五단이 나섰고, 이 외에도 북미대표로 케빈 양(Kevin Yang) 初단(미국), 유럽 대표로 데니스 도브라니스(DenisDobranis) 아마7단(루마니아), 아시아·오세아니아 대표로 퐁사칸 소나라(Pongsakaran Sornarra)아마7단(태국)이 이름을 올렸다.

본선16강
대회 첫날 열린 본선16강은 4개조 4인 더블 일리미네이션 방식으로 진행됐다. 

한국의 맏형 문민종은 1회전에서 미국의 케빈양을 만나 때이른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2회전에서 중국의 투샤오위에게 패해 케빈 양과 리턴매치를 벌인 끝에 승리하며 2승 1패로 8강에 올랐다. 2020년 7회 대회 챔피언에 올랐던 문민종은 글로비스배 두 번째 우승 도전을 이어가게 됐다.

한우진은 일본의 미우라 다로에게 첫판을 패하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다행히 2회전에서 만난 루마니아의 데니스 도브라니스를 꺾고 기사회생에 성공했고, 3회전에서 다시 만난 미우라 다로에게 설욕하며 8강에 올랐다.

이연은 일본의 사카이 유키와 대만의 쉬징언에 패해 1승 2패로 중도 탈락했다. 그렇게 본선8강은 중국 3명, 한국 2명, 일본 2명, 대만 1명으로 압축됐다.

본선8강∼결승
대회 이튿날, 일본 측 서버 불안정으로 대국 개시 시각이 계속해 딜레이 됐다. 문제 해결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음 날로 대국을 미뤄야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돌았지만, 다행히 문제가 해결 돼 예정된 시간보다 2시간 늦춰진 정오 무렵 8강전이 속행됐다. 

오전의 사건이 호재로 작용했을까. 한우진은 본선8강·4강에서 중국의 쉬이디와 투샤오위를 연달아 격파하고 결승에 올랐다. 결승 상대는 디펜딩 챔피언 왕싱하오. 반대편에서는 4강에서 패한 문민종과 투샤오위의 3·4위전이 함께 열렸다.

대망의 결승전, 접전 끝에 한우진이 왕싱하오에게 269수만에 백 2집반승을 거뒀다(관련상보 38쪽). 신진서 九단 등 톱기사를 제외하면 중국에 뒤진다고 평가받던 한국이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세계무대에 이름을 알린 한우진이 당당히 글로비스배 최종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한국에 3년 만에 우승컵을 선물한 한우진은 특별승단 규정에 따라 八단으로 한단 승단하는 겹경사를 누렸다. 한편 나이 제한으로 마지막 불꽃을 불태웠던 문민종은 투샤오위에게 패해 4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음은 우승자 한우진 八단과의 일문일답.

- 세계대회 첫 우승 축하합니다.
우선 이번에 진짜 너무 우승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욕심이 과했는지 첫날 내용도 안 좋게 패해서 그때부터는 우승보다는 경험을 쌓는다는 생각으로 편하게 뒀어요. 그렇게 첫날 대국이 끝나고 저녁에 혼자 산책을 하는데 왠지 잘하면 우승할 것 같다는 느낌이 오는 거예요. 평소에 그런 느낌이 잘 오진 않는데, 우승까지 하게 돼 정말 기분좋네요.

- 왕싱하오와 결승 대국은 어땠나요?
왕싱하오 선수는 제가 평소 라이벌로 삼고 싶었던 선수예요. 앞으로 세계무대에서 같이 경쟁을 해야 하는 선수라고 생각해 평소에 주의 깊게 보고 있었습니다. 제가 상대에 대한 정보가 더 많았던 것 같은데 그동안 분석해왔던 것들 덕분에 판을 잘 짠 것 같습니다.

- 평소 왕싱하오의 기보를 특별히 많이 봤던 이유가 있을까요?
제가 가장 이기고 싶은 상대이기도 하고 또 앞으로 세계대회 우승이 목표인데, 우승하려면 꼭 이겨야 하는 선수이기 때문에 평소에 많은 연구를 했습니다.

- 대회를 앞두고 주위에선 어떤 말들을 해줬나요?
특별한 이야기는 없었고, 그냥 편하게 두고 오라고 했던 것 같아요. 친구들이 뭘 왕싱하오를 이기려고 하냐고(웃음). 왕싱하오 선수가 워낙 강한상대다 보니까, 그런 이야기들로 긴장을 풀었던 것 같아요.

- 최근 글로비스배에서 한국 선수들의 성적이 좋지 않아서 압박감도 컸을 것 같아요.
그런 압박감은 좀 컸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 글로비스배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고, 확실히 부담도 많이 느꼈어요. 긴장이 많이 됐는데, 대국이 지연되면서 오히려 긴장이 풀리며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 마지막으로 결승 대국을 총평하자면?
일단 초반에 약간 착각을 해 조금 나쁘다고 생각하고 있었고요. 중반 들어가면서 상대가 너무 쉽게 처리해줘 국면이 잘 풀린 것 같습니다. 많이 좋은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는 미세했던 바둑이었던 것 같습니다.

일본기원이 주최하고 (주)글로비스가 후원한 제10회 글로비스배 세계바둑 U-20의 우승상금은 150만엔(약 1400만 원), 준우승상금은 25만 엔이다.

<글·사진 오명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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