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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킥스, 16년 만에 통산 두 번째 챔피언 등극 

등록일 2023.08.30720

▲2006년 시즌부터 출전한 킥스가 창단 첫해 우승 이후 통산 두 번째 바둑리그 챔피언에 올랐다. 기쁨을 만끽하고 있는 킥스 선수단.
▲2006년 시즌부터 출전한 킥스가 창단 첫해 우승 이후 통산 두 번째 바둑리그 챔피언에 올랐다. 기쁨을 만끽하고 있는 킥스 선수단.

신진서 九단이 이끄는 킥스(Kixx)가 바둑리그 최종 우승컵의 주인공이 됐다.

6월 25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 바둑TV스튜디오에서 열린 2022-2023 KB국민은행 바둑리그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킥스가 정관장천녹을 3-1로 꺾었다.

24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3-0 승리를 거둔 킥스는 3전 2선승제의 챔피언결정전에서 2연승을 거두며 2006시즌 우승 후 통산 두 번째 우승에 성공했다.

기적같이 포스트시즌행 막차를 탄 킥스(Kixx)의 우승은 한편의 드라마였다.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 전까지 킥스는 난가리그5위에 그쳐 3위까지 티켓이 주어지는 포스트시즌자력 진출이 불가능했다. 직전 9라운드 경기에서 꼴찌팀 대만의 보물섬정예에 충격적인 1-3 패배를 당하며 승점 추가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자력 진출의 길이 막힌 킥스는 남은 한국물가정보와의 경기를 무조건 이긴 다음 다른 팀의 결과를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최종 10라운드는 “하늘이 도왔다”고 밖에 설명이 안 되는 뜻밖의 결과가 속출했다.

‘니(네)가 가라 포스트시즌’
난가리그 9라운드가 끝난 시점의 순위표와 10라운드를 마친 후 순위표를 비교해 보면 결과가 얼마나 극적이었는지를 알 수 있다. 

최종전에서 보물섬정예에 3-1 이상으로 승리하면 승점 3점을 추가해 무조건 포스트시즌을 확정지을 수 있었던 컴투스타이젬이 거꾸로 1-3으로 덜미를 잡혔다. 승점 1점 추가에 그친 컴투스타이젬의 자력 진출 실패는 킥스팀에 한줄기 빛과 같은 희소식이었다.

개막전에서 전기 대회 준우승팀 셀트리온에 3-1로 승리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보물섬정예는 시즌 최종전에서도 컴투스타이젬을 3-1로 꺾었다. 마지막 경기 승패와 관계없이 난가리그 최하위가 확정됐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고춧가루 부대’ 역할을 톡톡히 한 보물섬정예는 대만 최정예군단의 자존심을세웠다.

9라운드까지 같은 승점(24점)을 기록했던 셀트리온과 포스코퓨처엠의 맞대결에서는 셀트리온이 3-2로 신승했다. 이기는 팀은 무조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외나무다리 승부에서 셀트리온이 웃었다. 패한 포스코퓨처엠은 3-2 이상 승리하면 포스트시즌 자력 진출이 가능했지만 에이스 결정전 패배로 승점 1점 추가에 그치고 말았다. 최종 승점 25점을 얻은 포스코퓨처엠은 난가리그 마지막 경기 결과에 팀의 운명을 맡겨야 하는 형편이 됐고, 승점 24점의 컴투스타이젬은 탈락했다.

결국 한 장 남은 난가리그 티켓의 향방은 정규시즌 최종 경기에서 가려졌다. 난가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킥스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딱 하나였다. 1위 한국물가정보에 3-1 이상의 승리를 거두면서 승점 3점을 획득하면 가능했던 것. 

기적처럼 다가온 기회 앞에서 킥스는 직전 라운드에서 1위를 확정한 한국물가정보를 4-0으로 완파했다. 절박함이 가져다준 승리였다. 승점 3점을 추가한 킥스는 최종 승점 25점으로 3위 포스코퓨처엠과 동률을 기록했지만 팀승수에서 앞서며 천신만고 끝에 포스트시즌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9라운드에서 보물섬정예에 패하며 그대로 낭떠러지로 떨어질 뻔했던 킥스가, 아이로니컬하게도 보물섬정예의 최종전 승리로 기사회생했다.

바둑리그 운영규정집을 보면 정규시즌 동률일 경우 팀 승점→팀 승수→개인 승수→승자승→동일 팀 간 개인 승수→상위 지명자 다승순으로 팀순위를 가린다고 명시돼 있다.

3위까지 주어지는 포스트시즌 순위 경쟁이 난가리그 5위였던 킥스까지 가능할 정도로 치열했고, 하위권 팀들이 상위권 팀의 덜미를 잇달아 잡았기 때문에 정규시즌 마지막 라운드는 한동안 해외축구 팬들의 입에서 오르내리며 유행했던 ‘니(네)가가라, 챔스’가 생각날 정도의 재미를 선사했다.

공포의 ‘신진서 효과’
정규시즌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킥스는 포스트시즌에 돌입하면서 완전히 다른 공포의 팀으로 돌변했다. 주장 ‘신진서 효과’였다.

준플레이오프에서 전기 준우승팀 셀트리온, 플레이오프에서 난가리그 1위 한국물가정보를 연이어 2승 1패로 꺾었다.

셀트리온과의 경기에서는 정규리그 하위 팀의 핸디캡(준플레이오프 1차전 오더 공개)을 극복하면서 승리했다. 한국물가정보와의 대결에서도 신진서를 의식한 상대팀이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1지명을 후반으로 돌린 틈새를 제대로 파고들며 3-0 완승을 거뒀고 기세를 몰아 3차전에서도 절묘한 신공으로 에이스 대결을 이끌어낸 끝에 2연속 완봉승을 거두며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확정지었다.

‘신진서의 힘’이랄밖에. 단기전에서 ‘확실한 1승 카드’가 얼마나 큰 위력을 보여주는지 실감케했다.

‘신진서 효과’의 마법은 챔피언결정전까지 이어졌다.

킥스는 수담리그 1위로 챔피언결정전에 선착한 정관장천녹과의 1차전에서 3-0 완봉승을 거둬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챔피언결정전 1차전은 킥스가 한국물가정보와 벌인 플레이오프 3차전 3-0 승리와 같은 오더를 냈고, 결과도 똑같은 셧아웃 압승이었다. 정관장천녹은 주장 변상일 九단과 플레이오프에서 3연승한 김정현 八단이 출전해보지도 못하고 패해 벼랑 끝에 몰리고 말았다.

챔피언결정전 2차전 첫승 주역도 신진서 九단이었다.

주장전에서 변상일 九단에게 승리하며 올 시즌포스트시즌 8연승을 질주했다. 2020-2021시즌부터 시작한 포스트시즌 연승도 20연승으로 늘리며 신기록 행진을 계속 이어갔다. 신진서 九단은 정규시즌에서도 20승 2패를 거둬 다승왕을 차지하는 등 시즌 내내 무적의 위용을 과시했다.

신진서 九단의 연승이 이어지자 정규시즌에서 부진했던 다른 선수들까지 덩달아 힘을 냈다.

정규시즌 1승 9패의 참혹한 성적표를 받은 김승재 九단과 2승 5패로 제 몫을 못 했던 김창훈 六단이 포스트시즌에서 나란히 4승 2패로 부활했다. 정규시즌 6승 11패로 체면을 구겼던 데다 포스트시즌에서도 1승 2패에 그치고 있던 팀의 맏형이자 2지명 박진솔 九단도 팀 우승을 결정짓는 승리를 거두는 등 완벽한 하모니로 챔피언 등극을 완성했다. 비록 챔피언결정전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지만 백현우 五단은 정규시즌 8승 6패, 포스트시즌 2승 1패로 제 몫을 단단히 했다. 정규시즌 내내 엇박자로 고생하던 선수들이 포스트시즌에서 놀라운 정박자 행보를 계속하며 팀 우승이라는 값진 열매를 수확했다.

2022-2023 KB바둑리그는 사상 최다인 12개팀이 출전해 양대리그로 정규시즌을 벌여 순위를 가렸고, 각 리그 1∼3위 팀이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벌인 후 최종 두 팀이 챔피언결정전을 벌인 끝에 킥스가 최종 우승의 영예를 안으며 6개월의 장정을 마감했다. 바둑리그의 팀 우승상금은 2억 5000만 원, 준우승상금은 1억 원이다.

바둑리그 현역 최장수 사령탑 김영환
감독 생활 15년 만에 첫 우승 감격!
다음은 킥스에서만 11년간 사령탑을 이어가는 등 감독 생활 15년 만에 첫 우승을 거둔 김영환 킥스 감독과의 일문일답이다.

- 바둑리그 첫 우승이다. 소감은?
포스트시즌에는 몇 차례 올라갔지만 최고 성적은 3위였던 것 같다. 우승해서 굉장히 기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는 담담하다. 오히려 마지막 경기에서 이기며 포스트시즌에 올라갔을 때 울컥했던 것 같다.

- 우여곡절 끝에 포스트시즌 막차를 탔다. 기적처럼 올라온 팀답지 않게 파죽지세로 우승까지 거머쥐었는데, 원동력은?
바둑리그를 쭉 하다 보면 한 선수가 성적이 좀 나빠 고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올해는 두세 명이 한꺼번에 부진을 보여 사실 정규리그 내내 굉장히 힘들었다. 그 세 명이 포스트시즌에서 제 역할을 해 줘 우승까지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 정규리그에서 부진했던 선수들이 포스트시즌 들어가면서 확 달라졌다. 무슨 마술이라도 부린 것처럼 변모했는데, 이유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 대목은 사실 저도 정확히 모르겠다. 제 생각에는 이 선수들이 신진서 선수에게 미안했던 마음이 너무 커서 오히려 그 부분이 부담이 돼 잘못했던 것 같다. 그런데 포스트시즌 올라가서 오히려 이 선수들이 편하게 바둑을 뒀다고 할까. 그런 부분이 달라진 가장 큰 요인으로 생각된다. 포스트시즌 들어가면 다른 팀들도 다 똑같이 부담을 갖는데, 우리 선수들이 조금 더 편하게 임했던 것 같다.

-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어떤 방식으로 선수단을 운용하셨는지 궁금하다.
특별히 달라진 부분은 없었다. 정규리그 쉬는 기간에 청평에 있는 GS연수원에서 1박 하면서 단합대회를 가진 것 말고는 특별한 것은 없었다.

- 주장 ‘신진서 효과’라는 보도가 많이 있었다. 특히 포스트시즌에서 상대팀 감독들은 신진서 선수를 피하려는 작전을 짜다 오히려 자충수를 둔 경우도 생겼다. 소속팀 감독이 바라보는 ‘신진서 효과’, 과연 어느 정도였을까?
아무래도 정규시즌보다 단기전인 포스트시즌에서 상대팀 1지명이 신진서를 피해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다른 팀 감독들이 머리 아팠을 것 같다. 뒤쪽으로 1지명을 뺀 오더를 냈다가 두지도 못했던 경우도 생겼고, 이런 것들이 우리 팀에 긍정적인 효과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 선수선발식에서 신진서 선수를 뽑았을 때, 기분이 어땠나. 가장 먼저 선수를 지명할 수 있는 순번을 뽑았을 때 무조건 이 선수를 뽑을 생각이었는지.
제가 워낙 추첨에 재주가 없어 GS칼텍스 관계자께서 하셨는데 대리 추첨한 최태환 부장이 환호성을 질렀던 게 기억난다. 1번을 뽑으면 아무래도 신진서 선수가 있는 이상에는 더 이상 생각할 필요가 없었던 것 같다.

- 우승 후 인터뷰에서 신진서 선수를 혹사시켜 미안하다는 말씀까지 하셨는데, 시즌 중 남모르게 마음고생이 많았던 것 같다. 에이스 결정전까지 두면서 신진서 선수가 하루 세 판 둔 적이 있었는데 그때 마지막 대국에서 패해 네티즌들에게 공격도 많이 당했던 걸로 아는데.
한 바둑 팬이 저한테 전화해서 뭐라고 한 경우까지 있어서 곤혹스러웠다. 세 판 둔 날 얘기를 하자면 바둑리그 첫 경기를 앞두고 신 사범한테 'KBS바둑왕전도 두고 왔으니 이 판만 두고 빨리 집에 가서 쉬라'고 미리 언질을 주었다. 그런데 계속 검토실을 지켰고, 일이 안 되려고 했던지 박진솔 선수가 원성진 선수와의 대국에서 헛패감을 쓰면서 역전패를 당했다. 그 대국 끝나고 에이스결정전이 바로 이어졌는데 역전패 한 선수한테 에이스 결정전을 두라고 할 수도 없어서, 옆에 있던 신진서 선수에게 슬쩍 물어봤다. “크게 상관은 없어요”라고 해서 출전시켰는데 결과적으로 좋지 않았던 것 같다.

- 챔피언결정결전 2차전에서 김창훈 선수가 좋은 바둑을 역전패 해 분위기가 일변했다. 살짝 불안하지 않았는지.
김창훈 선수가 패했을 때 계속 함께 관전하던 팀 관계자들은 인공지능 수치를 보고 다 끝난 줄 알았는데 역전당하니까 이거 어떻게 된 거냐고 당황해 하기도 했다. 사실 기사들은 너무 잘 알고 있는 것이기도 한데, 승부라는 게 돌 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것이다. 다 이긴 바둑을 질 수도 있는 것이고 반대로 이길 수도 있는 것이라 그렇게 신경은 쓰지 않았다.

- 좋은 바둑을 역전패하고 온 선수들에게는 무슨 말씀을 해 주시는지.
그냥 수고했다 그 정도고, ‘이렇게도 질 수 있으니까 앞으로는 좀 조심해야 한다’라는 이야기를 건네는 정도다.

- 결과적으로는 부진했던 박진솔 선수가 끝내기포를 터트려 가장 좋은 그림으로 막을 내렸다.
그 전부터 제가 박진솔 선수에게 ‘너도 뭔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곤 했는데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왔고, 박진솔 선수가 승리하며 우승까지 결정했다. 지나고 보니 정말 우리팀이 원하는 대로 다 이뤄진 것 같다.

- 시상식 후 포상 휴가를 가신다고 들었다.
이번에 일본 선수들이 처음 출전한 것도 있고해서 8월 19일부터 4박 5일 도쿄로 가는 것으로 정해졌다. 일본기원을 방문하고, 바둑리그에 참가한 선수들을 초청해 식사 자리라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려고 한다. 물론 우승한 우리가 한턱내려고 한다(웃음).

- 내년에도 같은 선수단으로 운영하신다고 말씀하셨는데, 내년 시즌 포부도 들려달라.
성적이 좋지 않았던 정규시즌 때 선수들하고 한 약속이다. 우승 후 인터뷰에서 방송으로도 나갔고, 팀과도 이야기가 된 상황이다. 이 선수들이 다음 시즌 전까지 성적을 끌어올리는 게 필요할 것 같다. 내년 시즌에도 올 시즌의 기세를 이어 2연패에 도전해 보겠다.

<글/차영구 편집장·사진/이주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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